이재명 "외교참사 책임 묻겠다"..대통령 4년 중임 개헌도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외교를 둘러싼 논란을 겨냥해 “총성 없는 전쟁인 외교에 연습은 없다. 초보라는 말로 양해되지 않는 혹독한 실전”이라며 “제1당으로서 이번 외교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은 이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영미 순방은 이 정부의 외교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조문 없는 조문외교, 굴욕적 한일정상 회동은 국격을 훼손했다. 전기차 차별 시정을 위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논의와 한·미 통화스와프는 순방의 핵심 과제였음에도 꺼내지도 못한 의제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익 우선, 실용 외교의 원칙 아래 경제 영토 확장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되, 국익과 국가 위상 훼손에는 강력 대응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이번 논란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한 것을 겨냥해 “책임을 국민과 언론, 야당에 뒤집어씌우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며 개헌도 제안했다.
개헌의 내용으로는 4년 중임제 외에도 결선투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생명권·환경권·정보기본권·동물권 도입, 직접 민주주의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중반인 22대 총선이 적기”라며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직후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2024년 총선과 함께 국민투표를 하면 비용을 최소화하며 ‘87년 체제’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미래는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받는 ‘기본사회’여야 한다고 믿는다”며 ‘기본사회론’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해방 후 이뤄진 혁명적 농지개혁이 새로운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됐다. 산업화로 고도성장을 이뤄냈고,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주 국가로 우뚝 섰다”며 “그러나 다시 불평등과 양극화, 이로 인한 효율성 저하로 성장은 지체되고, 갈등과 분열의 각자도생 사회가 돼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 대전환을 고민해야 한다”며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 기본사회 30년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같은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야 한다”며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적 삶이 보장되고 미래와 노후 불안이 사라져야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하는 사회, 재난이 닥쳐도 걱정 없는 사회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완 약속,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기초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로 노인 기본소득이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월 100만원의 부모 급여도 아동 기본소득”이라고 했다.
여당을 향해 “국민의힘 정강정책 제1조 1항에도 기본소득을 명시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완의 약속,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급을 지급하는 것, 그게 바로 노인 기본소득이었다”고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정치개혁 과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등 선거법 개정,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도 제시했다. 또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두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시행령 통치를 바로잡고 국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을 방어용이 아니라 선제공격용으로까지 활용하겠다는 것은 충격적이고 심각한 문제”라며 “현실적 대안으로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행동’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만을 위한 일방적 정책은 찬성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그릇된 관행과 태도에는 단호하게 변화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부 경제 정책을 두고는 “위기에서 국민을 보호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국가 역할을 강화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법인세 인하와 3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누진제 폐지, 서민예산 삭감 등을 언급한 뒤 “서민 지갑을 털어 부자 곳간을 채우는 정책”이라며 “민주당이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선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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