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조선노동당' 건물 앞에서 평화를 생각하다
[전대호 기자]
▲ 철원 노동당사 강원특별자치도 철원군에 있는 옛 노동당사 건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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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큰 구조물 하나가 있어서 눈에 띄길래,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나로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70여 년 전 남북 측에 뺏고 뺏기던 철원 지역
철원 노동당사는 남북의 가슴 아픈 분단과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의 비극 모두 담아내고 있다. 1946년, 북한의 노동당은 철원과 그 인근 지역을 관장하기 위하여 이곳에 노동당사를 세웠었다.
이 건축물 하나를 세우기 위해 북한은 철원 주민의 노동력과 자금을 동원하였다고 한다. 철원군 당사는 이곳에서 있었던 반공 움직임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억압하는 활동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 철원 노동당사 앞 조형물 철원군 측이 설치한 해당 조형물은 실시간으로 남북이 분단된 기간을 시, 분, 초로 나타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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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화를 지향한다는 명목 하에 북한 정권의 계속되는 도발과 과거 북한군이 당시 대한민국에 저질렀던 만행들을 외면하거나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한 군사력과 전쟁에 대한 경각심이 한반도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데에 필요 불가결한 요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보수우파 측에서 '종북좌파', '빨갱이'라는 일종의 프레임과 모욕적인 언사까지 들으면서 북한과 협력과 대화를 강조했지만, 동시에 북한의 도발 앞에선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국민의 정부가 '햇볕정책'을 내세웠던 동시에, 국가정보원은 '고당 계획'이라는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이미 언론보도로 대중에게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며 웃고는 있었지만,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책무 역시 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포용 정책의 효용성이 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대남 도발에 대해 결코 유약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의 이러한 회의감은 임기 말 성사된 정상회담으로 보아 어느 정도 씻겨 내려갔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을 지시하였고,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추진한 점에서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담으로 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감시초소(GP)에서 군 복무를 했었다. 여러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극우 보수 지지층에게 '대북 굴복'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북한에 대해 상당히 유화적이었던 시절이었으나, 그 시기에도 군은 결코 대북 감시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 지난해 3월 KBS 뉴스에 보도된 내용(화면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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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까지 대한민국은 총 4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보수와 진보 막론하고 역대 정부 모두 이 조선노동당 철원군 당사를 보존하였다. 반공을 주창한 정권들도 노동당사를 남겼다. 작년 3월 보도된 KBS 뉴스에 따르면, 14억 원을 들여 이곳을 보수하는 중이란다. 1년 넘게 진행된 보수 공사는 올해 11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 노동당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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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철원 노동당사는 이적 건축물이 아닌 남북의 아픈 역사와 평화에 대한 염원이 공존하는 장 그 자체다. 나 또한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 정상이 언젠가는 이곳 앞에서 손을 맞잡는 그림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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