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 브랜드 네이밍의 함정, 그리고 인간 심리의 깊은 늪
사업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제일 먼저 ‘브랜드 네이밍’에 집착한다. 아이템보다, 마케팅보다, 로고보다 먼저 ‘이름’부터 정하려고 한다. 브랜드의 얼굴이자 정체성이니까. 그런데 그 ‘집착’이 종종 한 방향으로 쏠린다.

자기 이름을 넣고 싶어지는 마음
내 이름이 곧 신뢰가 될 거라는 기대. 혹은 “내가 책임진다”는 각오. 아니면, 그냥… 괜히 멋져 보이니까. 그래서 무심코 사업 이름에 성을 얹고, 이름을 박는다. ‘김 OO 부대찌개’, ‘이 OO 헤어’, ‘OO이네 리빙샵’ 같은. 하지만 문제는, 이름이 전면에 나선 순간부터, 그 브랜드는 ‘사적인 존재’가 된다는 것. 잘되면 칭찬이 개인에게 돌아오지만, 무너지면 손가락질도 이름을 정조준한다. 칭찬은 사람의 몫이 되고, 실패는 이름을 향한 손가락질로 되돌아온다.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인 셈.

이름은 ‘무기’가 아닌 ‘표적’이 되기도 한다
백종원이라는 이름을 떠올려보자. ‘더본코리아’를 이끄는 프랜차이즈 대표로 수십 개 브랜드를 성공시켰고, 방송에서는 ‘맛집 해결사’, ‘푸드트럭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적 이미지도 확보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이름을 둘러싼 평가는 늘 논란과 찬사의 경계를 오갔다. 특히 방송에서 강조했던 가치와 실제 사업 운영 방식 사이의 괴리는 비판의 핵심으로 자주 언급된다.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늘 "저렴하고, 품질 좋고, 서비스는 진심으로"를 외치지만,
정작 본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에서는 그 기준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제품 퀄리티, 가격 경쟁력, 점주 대응 등 여러 지점에서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이름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는 일도 잦았다.
결국, 이름이 유명해질수록 그 이름이 대표하는 ‘가치’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순간 ‘비판의 화살’은 인물이나 브랜드가 아닌 이름 자체로 향하게 된다. 즉, 이름은 무기인 동시에 ‘가장 먼저 공격받는 부위’가 된다. 이름이 전면에 나서는 순간, 브랜드는 개인의 얼굴을 갖게 되고, 그 이름은 곧 표적이 된다.

기억해 둘 것, ‘성공을 예언하는 이름’은 가장 위험하다
‘위대한 도전’, ‘킹왕짱’, ‘유일무이’, ‘넘버원’… 이런 이름들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잘되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삐끗하면? "뭐? 유일무이? 유일하게 망했네." "킹왕짱? 킹망했죠." 잘나가던 이름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은 그 장면에서 쾌감을 느낀다. 거대한 성이 무너지는 걸 멀찍이서 구경하는 듯한 심리. 이 현상은 심리학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불린다.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은밀한 기쁨. 대중은 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브랜드가 살아남아야 할 세계다.

그렇다면 어떤 이름이 안전할까?
결국 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 성공하든 실패하든, 지나치게 큰 말을 걸지 않는 이름. 자기주장보다는 이야기할 여지를 남긴 이름. 브랜드 네이밍은 간판이면서 동시에 방패다. 공격받을 때 쉽게 망가지는 이름이 있고, 오래도록 입에 남는 이름도 있다. 결국 이름을 짓는다는 건, 꿈을 담는 상자를 만드는 게 아니라 무너지더라도 살아남을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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