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왜 서울대병원장 최종후보를 반려했나

구영식 2023. 3.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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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취재] 지난해 8월 최종후보 2명 추천했다가 재공모로 임명... 교육부 사유 비공개

[구영식 기자]

 서울대병원 전경.
ⓒ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18일 '서울대병원장 공개모집' 공고를 냈다. 19대 병원장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8월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두 명의 최종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공모를 두고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라며 "정상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서울대병원은 이렇게 초유의 재공모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을까?

대통령실, 최종후보 임명제청안 반려...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있는 일"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19년 5월에 취임했던 터라 그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였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5월 10일)과 병원장 임명 제청권을 가진 교육부 장관 지명(5월 26일) 시기와 겹쳐 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김 병원장의 후임(19대 병원장) 공모 절차는 7월에서야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은 7월 18일 19대 병원장 모집 공고를 냈고, 7월 29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 결과 권준수(정신건강의학과), 김용진(순환기내과), 박재현(마취통증의학과), 정승용(외과), 한호성(외과) 교수 등 5명이 공모에 참여했다.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병원장 최종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추천된 최종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이사회는 1순위와 2순위 후보를 지정해 교육부에 추천한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 교육부,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차관, 서울의대 학장, 서울대병원장, 서울대치과병원장, 사외이사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병원장 후보 등록이 끝난 뒤 서울의대교수협의회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견 발표회를 열었다. 병원장 추천권을 가진 병원이사회가 아닌 동료, 교직원에게 직접 병원 운영의 청사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도 후보 5명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거친 뒤 권준수, 박재현, 정승용 교수를 1차 추천자로 지명했고(8월 8일), 이들을 대상으로 2차 심사를 진행해 박재현, 정승용 교수를 최종후보로 지명하고 교육부에 추천했다(8월 10일).

하지만 김연수 병원장의 공식 임기가 끝난 지 몇 달이 넘도록 서울대병원장 임명은 지연됐다. 이에 서울대병원노조가 가입돼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는 9월 22일 서울대병원 본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대통령실로 제청했고 임명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임명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라며 "내부에서는 '어느 후보가 윤핵관 라인이다', '어느 후보는 김건희 친인척 라인이다'라는 소문까지 파다하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변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던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 논란으로 사퇴했고(8월 8일),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1월 7일에서야 후임으로 이주호 장관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최종후보 2명 모두 병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반려했고, 이후 서울대병원은 초유의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재공모는 서울대병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병원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들 중에 하는 거라 인재 풀(pool)이 적고, 서울대병원에서 2명을 추천하면 두 명 중 한 명이 됐다, 지금까지 최종후보가 반려된 경우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은 대통령실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큰 조직이 아니고, 정치권에서도 병원장 임명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라며 "그런데 서창석 전 병원장이 병원장이 됐을 때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최서원의 개명 전 이름)씨가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부터는 좀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 선이 있다'는 이야기에 대통령실도 부담"
 
 교육부는 서울대병원장 최종후보 2인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반려한 사유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은 교육부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답변한 자료다.
ⓒ 서동용 의원실 제공
 
대통령실이 1차 공모 최종후보 2명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반려하자 서울대병원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찍어놓은 내정자가 있다"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윤 대통령이 찍은 인사를 병원장에 앉히기 위해 1차 공모에서 지명된 최종후보 2명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반려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실의 인사검증단계에서 최종 후보 2인의 문제점이 발견돼 반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는 '(1차 공모에서 지명된) 두 명의 후보가 신원조회에서 걸렸다'고 해명했다"라고 전했다.

<오마이뉴스>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교육부 자료('서울대병원 19대 원장 공모 관련)에 따르면, 교육부는 "반려사유는 원장 임용 후보자의 교육활동, 신상(범죄·징계, 재산, 병역, 품행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어 후보자 본인에게만 통지하고 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라며 정확한 반려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서울대병원의 관계자는 "박재현, 정승용 교수 두 명이 최종후보로 올라갔는데 서울대병원 집행부 보직 경험이 없는 박재현 교수가 올라간 것에 다들 놀랐다"라며 "'박재현 교수가 김건희 여사와 선이 있다'는 소문도 있었고, 본인도 그렇게 얘기하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소문이 나면서 대통령실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라며 "그런 부담 때문에 대통령실은 박재현 교수를 탈락시켜야 했고, 김연수 병원장이 밀었고 집행부 보직경험(기획조정실장)이 있던 정승용 교수마저 탈락시켜야 했다"라고 분석했다.

초유의 재공모 끝에 김영태 교수 병원장에 임명
 
 지난 4일 19대 서울대병원장에 임명된 김영태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 서울대병원 제공
 
대통령실이 이렇게 서울대병원장 최종후보에 대한 임명제청안을 반려한 가운데, 병원장 재공모에는 권준수, 김경환(심장혈관흉부외과), 김병관(소화기내과), 김영태(심장혈관흉부외과), 박경우(순환기내과), 박재현, 방문석(소아재활의학과), 백남종(재활의학과), 이은봉(류마티스내과), 조성현(알레르기내과), 한호성 등 총 11명의 후보가 참여했다. 권준수, 박재현, 한호성 교수는 1차 공모에도 참여했던 인사들이고, 1차 공모에 참여했던 김용진, 정승용 교수는 재도전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심사를 통해 김영태 서울대 폐암센터장과 김병관 진료부원장을 최종후보로 지명하고 교육부에 추천했다(2월 15일). 이어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태 센터장을 신임 병원장에 임명했다. 서울대병원장은 차관급으로 분당서울대병원, 강남헬스케어센터, 서울보라매병원 원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임기는 3년이고 한번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다. 

김영태 신임 병원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6년부터 서울의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심폐기계중환자실장, 암진료부문 기획부장, 중환자진료부장, 전임상실험부장, 의생명동물자원연구센터장, 흉부외과장, 흉부외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지냈고 현재 세계폐암학회(IASLC) 아시아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폐기능 소실 환자에크모 연계 폐이식, 2세 미만 영유아 폐이식, 성인 폐 소아 이식에 성공하는 폐이식과 폐암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김 신임 병원장에 대해 "폐암에 대한 임상 및 폐암 유전체 연구에 관한 수백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폐암수술, 폐이식 수술뿐 아니라 폐암의 표적치료 및 면역치료와 수술을 병합하는 다학제 진료로 환자들의 치료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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