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빠진 美·우크라 휴전안…"푸틴, 협조하되 시간 끌수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30일간 휴전하기로 11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휴전이 이뤄진다면 2022년 2월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포성이 잠시나마 멈추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공은 러시아에 있다”고 말하며 러시아로 특사를 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뺏긴 쿠르스크 수복에 열을 올리는 푸틴 대통령이 유럽 평화유지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반대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우크라이나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9시간에 걸친 고위급 회담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들의 상호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는 러시아의 수락과 이행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상호주의가 평화 달성의 열쇠라는 점을 러시아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우크라이나에선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등이 회담에 참석했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협정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임시 휴전안 합의에 따라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및 정보 공유 중단 조치를 해제했다.
궁지 몰린 젤렌스키, 휴전안으로 ‘시간 벌기’

우크라이나는 전선에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백악관 회동 파행 이후 미국이 군사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의 균열로 우위를 잃어버린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휴전안 동의가 현명한 선택”이라고 짚었다.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단기 휴전으로 시간을 버는 게 더 낫다는 얘기다.
‘쿠르스크 탈환’ 진심인 푸틴, 합의 가능성 낮아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휴전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협상 카드로 여겨져 온 쿠르스크를 완전히 탈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더 유리할 수 있는 휴전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존 허브스트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푸틴이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영토를 인정하지 않으며 휴전안을 거부하고 재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영국과 프랑스가 추진 중인 유럽 평화유지군의 전후 우크라이나 주둔 계획을 반대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12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은 합의나 당사자의 노력으로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트럼프 압박 변수…“푸틴, 협조하되 시간 끌수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푸틴은 트럼프의 평화 제의를 거부할 경우 미국 새 행정부가 벌여온 미·러 관계 재설정 움직임이 좌초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푸틴은 자신이 트럼프의 파트너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평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군사적 목표를 위해 즉각적인 휴전을 미루는 '시간끌기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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