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뒷돈 혐의' KIA 장정석·김종국 무죄…"오히려 먼저 광고 부탁"
후원사로부터 억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허경무)는 4일 오후 이들의 배임수재 등 혐의 선고공판을 열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커피업체 대표 김모씨 역시 무죄를 받았다.
“광고 편의 청탁 없었다…오히려 광고 해달라고 먼저 부탁”
이날 무죄 선고는 재판부가 이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본 게 결정적이었다. 앞서 이들은 2022년 7~10월 유니폼 견장광고·외야 펜스 광고 등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김씨의 청탁을 받고 1억 6000만원을 챙겼다는 혐의(배임수재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뭐 하나 잘한 게 없다. 연봉협상을 담당하는 단장으로서 KIA 타이거즈를 위해 일한다는 임무에 반해 뒷돈을 챙기려고 했던 점이 있고, 커피 광고 계약과 관련해서는 돈을 받아야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점이 있다”면서도 “사건의 핵심은 부정한 청탁을 했고 또 받았느냐인데, 도덕적 지탄과 무관하게 범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배임수재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가 광고 편의를 봐달라며 돈을 건넨 게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두 사람이 김씨에게 광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 거라고 봤다. “김씨가 팬으로서 통크게 후원을 하는 상황을 이용해서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때는 2~3년간 선수 유니폼 견장 광고를 해온 광주의 한 치과가 광고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기아타이거즈의 우측 어깨 광고가 비어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광고주를 물색하던 김 전 감독은 지인 소개로 만났던 커피업체 대표 김씨가 과거 ‘도와줄 것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말했던 걸 떠올렸고, 김씨에게 견장광고 후원을 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검사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카페가 청탁을 해야 할 정도로 광고가 절실한 상황도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운영하는 카페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김씨가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면서 부지 내에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만든 것”라며 “3~4곳 지점의 인테리어에 수십억을 쏟아붓고, 카페의 만성적자는 부동산개발업체에서 메꾸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김씨가 건넨 돈 1억원이 오랜 팬으로서 건넨 ‘선수격려금’이며 광고 청탁 대가가 아니라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김씨는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을 만나면서 “가을야구에 진출하면 1억원을, 3위 안에 들면 2억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1억원을 건넨 날이 포스트시즌 경기가 시작되는 2022년 10월 13일이었다는 것이다.
“박동원은 마지못해 ‘예’ 했을 뿐”…배임수재 미수 무죄
장 전 단장이 당시 기아타이거즈 포수 박동원(현 LG트윈스)에게 계약금 12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해주겠다며 뒷돈 2억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데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 혐의에 배임수재 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선수가 녹취한 녹취록 내용을 보더라도 대부분 시간에 장정석이 이야기를 하고 선수는 마지못해 ‘예’ 하고 소극적으로 대답하고 있다”며 “희망연봉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이는 선수로서 얼마를 받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부정한 청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박동원이 먼저 계약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청탁을 받고 돈을 챙기려 했다’는 장 전 단장의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 전 단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미수죄가 성립한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기소된 범위 내에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앞서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2022년 10월 감독실에서 김씨로부터 광고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원을 받아 5000만원씩 나누어 가진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감독은 유니폼 견장 광고 계약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장 전 단장은 FA계약 편의를 봐주겠다며 박동원에게 2억을 요구한 혐의를 각각 받았으나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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