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출신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 특혜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그중 야구를 콕 짚어 ‘아시안게임 야구는 공정한 승부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야구가 공정한 승부가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만 프로팀이고 다른 나라는 아마추어 팀’이고 ‘다른 나라는 (선수들이) 프로리그를 비우면서 굳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는 늘상 금메달’이라고 했는데요.
너무 흥분하셨던 것 같습니다. 팩트 체크를 전혀 하지 않고 올리신 글이라서요. 좀 놀랐습니다. ‘이번 대회 야구 경기를 안 봤나?’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국제 스포츠 대회의 결과에 따른 병역 특례 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대의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야구라는 종목에만 그 화살을 돌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먼저 대의에는 동의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올림픽과 월드컵 또 아시안게임을 현장에서 중계방송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입니다. 국제대회를 중계방송 할 때마다 좀 놀란 게 있습니다. 월드컵은 예외로 두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경우는 직접 현장에서 겪어보면서 이전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됐습니다.

1975년 생인 제 기억 속에 첫 올림픽은 1984년 LA 올림픽이었습니다. 당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의 고 김원기 선수가 대한민국의 대회 첫 금메달을 땄죠. 1976년 몬트리올의 양정모 선수에 이은 두 번째 금메달이었습니다. - 고 손기정 선생님을 포함하면 세 번째.
그 순간은 선명합니다. 심지어 시상식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김원기를 김용기라고 잘못 발음해서 시무룩해졌던 제 마음까지 선명합니다.
그 당시 캐스터 선배님들과 해설위원분들은 ‘세계만방’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했습니다.
“김원기의 금메달! 경기장에는 애국가가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류의 표현들이 참 많았죠. 이후 우리나라가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으면서 금메달을 하나하나 딸 때마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이 소식을 ‘세계만방’에서 알겠구나.‘
그런데 이게 겪어보니까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대회의 방송시스템은 이렇습니다.
현장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제작이 됩니다. - 올림픽은 모든 경기들이 중계 제작이 되고, 아시안 게임은 예선의 경우 제작이 되지 않는 경기들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이었던 성승민 선수가 출전했던 근대5종은 중계방송 제작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작된 국제신호 중계화면은 IBC(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r : 국제방송센터)라는 곳으로 모두 모입니다. IBC는 대부분 큰 창고형 공간인데 각국의 방송사들이 돈을 주고 장소를 빌려서 들어옵니다. 거기서 국제신호 중계화면을 통째로 받죠. 그리고 우리가 중계를 제작할 화면만 골라서 우리말을 입힌 중계방송을 만들고 방송을 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자국 경기 위주의 중계방송이 제작됩니다. 이건 어느 나라나 똑같습니다. 심지어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더 철저히 자국경기 위주의 편성에 미국 내 주관 방송사인 NBC가 OBS(Olympic Broadcasting System)에 지불하는 돈의 규모는 다른 국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미국이 강한 종목의 경기 시간은 미국 시청자들의 가시청 시간으로 시간으로 배정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시아권에서 올림픽이 열릴 때 몇몇 종목이 뜬금없이 오전 시간대에 결승이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방송은 OBS가 ‘우리는 의무적으로 만들 테니 알아서 너희 나라가 알아서 트세요.’인 겁니다.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가 주최하는 아시안게임 역시 기본적인 방송제작과 송출의 구조는 규모만 좀 작을 뿐 올림픽과 동일합니다. 따라서 방송 역시 마찬가지죠. ‘알아서 트세요.’
아마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데도 방송을 꾸준히 해온 종목은 하계 올림픽에서는 육상의 꽃이라고 불리는 100m나 마라톤, 수영 단거리, 다이빙, 여자 체조 개인종합, 정도가 아닐까요?

그러니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가 금메달 따도 세계만방에서 대부분 몰랐던 겁니다. 우리만 봤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금메달리스트요? 그 수많은 금메달리스트 중에 몇몇 레전드 정도를 제외하면 모를 수밖에 없죠. 우리나라 선수와 결승에서 만나지 않는 한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볼 수가 없거든요.
물론 저도 방송인 이전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아쉽습니다. 분명 저도 과거 올림픽 중계방송에서는 매리 데커, 졸라 버드의 라이벌 대결, 에드윈 모지스의 400m 허들, 그렉 루가니스의 다이빙이나, 아시안게임에서는 리닝의 체조연기도 모두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 당시는 지금보다 우리나라의 출전 선수들이 훨씬 적었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 때 다른 종목 경기를 중계방송을 하는 방송 편성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금메달을 딴 사실을 세계만방이 몰랐다고 해서 올림픽 정신이나 국제 대회 메달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만방에 알리는 것을 떠나서 메달 획득을 통해서 우리를 즐겁게 만들어준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스포츠라는 합법적인 국가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속에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의 이유인 ‘국위선양’이라는 낡은 틀은 조금은 새롭게 바라볼 시기가 됐다는 겁니다.
한 달 전쯤 한겨레 김양희 기자가 이런 글을 썼습니다.
이 칼럼의 큰 틀은 저와 같습니다. 낡은 ‘국위선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자는 말이죠.
조금만 법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병역 특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엄격히 말해서 병역 면제가 아니라 ‘예술·체육요원’편입니다. 18개월 군복무를 하는 대신, 34개월을 예술·체육요원으로 병무청장이 지정한 기관에 근무하면서 예술 및 체육활동을 어어 가는 것이죠.
이 자격을 주는 사람을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예술·체육 분야의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으로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추후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방법이 체육계에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메달인 겁니다.
이 중 국위선양을 빼고 ‘문화창달’이라는 관점만 놓고 보더라도 스포츠 분야의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은 충분히 자격을 부여해도 될 만큼 우리나라에서 이미 스포츠, 그중에서도 야구는 이미 우리 국민들에게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행법 상으로도 예술·체육 분야에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부여하는 이유는 ‘예술·체육분야의 경력 단절의 우려’가 가장 큰 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병역법 제33조의 8은 병무청장이 지정한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문체부장관의 감독하에 ‘특기를 계발’하라는 명령을 하고 있는 겁니다.
예술·체육의 분야라면 국위선양을 떠나 문화를 창조하고 그 문화를 후세대에 전달할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자격과 자격을 측정하는 성과를 어떻게 평가를 할지가 중요한데 위 링크한 칼럼에서 김양희 기자는 ‘누적점수제의 도입’을 주장합니다. 이는 체육 분야로 한정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게 체육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예술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술과 연극계에서는 유일한 특례적용 대회였던 대한민국 미술제와 대한민국 연극제가 2019년에 특례적용 대상 대회에서 삭제됐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연령대에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문화창달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일까요? 혹시 국제 대회가 많지 않은 것 아닐까요?
네. 무용과 음악을 보면 분명 그렇습니다. 무용과 음악의 경우는 동아무용제나 동아음악콩쿠르 같은 국내 대회가 대상 대회에서 제외된 것은 동일하나 대상 대회로 인정받는 국제콩쿠르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예술·체육요원 편입’의 기회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용, 음악, 미술, 연극이 예술로써 각각의 분야에서 추후 문화창달을 해야 할 인원이 달라야 하는 거죠? 대중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대중음악은 프로야구와 똑같죠. 아니 더 억울하죠. 이미 훨씬 이전부터 대중문화였으니까요.
BTS가 빌보드 HOT 200 정상에 등극했을 때 그들은 진정으로 국위도 선양하고, 이들이 대중적으로 문화를 창조하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 모두는 법에 따라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그 당시 그들의 입대 논쟁도 매우 컸는데 이런 부분도 다시 한번 상세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은 아닐까요?

결론을 말씀드리면 ‘예술·체육요원 편입’의 문제는 전체적인 틀을 재고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합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가 불공정했기 때문에 이건 없애야 한다는 점은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제 KIA의 시라카와 선수가 스포츠경향의 김은진 기자와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특히 시라카와가 공개한 사회인 야구팀 마루한의 훈련스케줄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또 새로운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아래는 기사링크입니다.
"훈련환경이나 시설도 사회인 팀은 일본프로야구와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일본 사회인 야구에는 프로처럼 좋은 선수가 많다."
"일본인 입장에서는 사회인 팀이라고 하면 진짜 세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진짜 알짜배기 실력파들은 다 사회인 팀에 있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 좀 야속하기도 해요. 왜 우리들(한국 중계진)이 같은 이야기를 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다가, 일본 출신 KBO선수가 이야기하니까 또 ‘오! 그렇구나!’ 이렇게 생각하시는지 말이죠. 물론 현지인의 말이라 대중에게 먹히는 이점도 당연히 인정을 합니다.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시라카와 선수.

마지막으로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 중계방송에서도 몇 차례 이야기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하겠습니다.
이번 결승전에 투수로 나왔던 세 명(곽빈, 조병현, 박영현)은 병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가 막 끝났거나 상무로 군 복무를 마친 선수들이었습니다. 이들이 평상시 던지던 투구수보다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면서 사력을 다했던 이유는 군면제가 아니라 가슴에 달린 태극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상대도 약하지 않았다고요.
여러분은 자격도 없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 태극기를 달고 모두가 볼 수 있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면 그걸 가만히 두시겠어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덧붙임>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대회를 다시 생각하자는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이건 다음에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옮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