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팬 화환 치웠다...KFA 전력강화위원회 '2차 회의' 속개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팬들의 분노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여전히 소통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한축구협회가 불통을 이어갈수록 속이 타들어가는 건 팬들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제2차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열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군을 추린다. 지난 16일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대신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를 찾는다.
다만 이번 회의는 비공개다. 회의 이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브리핑이 있었던 1차 회의와 달리 2차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도 없다.
지난 21일 대한축구협회는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해 감독 선임 기준 및 절차를 두고 논의했다. 이날 전력강화위원회는 정해성 위원장을 비롯해 고정운(김포FC 감독), 박주호(해설위원), 송명원(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강원FC 감독), 이상기(QMIT 대표, 전 축구선수), 이영진(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 참석했다. 박성배(숭실대 감독)와 이미연(문경상무 감독)은 이날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전술 역량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능력 ▲리더십 등을 기준으로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이런 기준은 꼭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아니어도 다른 축구팀이나 어느 스포츠팀 감독이라도 필요한 이상적인 조건들이다.
그러더니 정해성 위원장은 3월 A매치를 위해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휴식 중인 감독들과 현직 감독들을 모두 포함해 상의하기로 했다. 시기적으로 촉박하기 때문에 (후보 감독들이) 일하고 있는 구단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어떤 감독이 결정되더라도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라며 K리그 현직 감독들을 후보에서 배제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또한 "3월 월드컵 예선 두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선수 파악 등 기간적인 이유로 국내 감독 쪽으로 비중을 둬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이 있었다"라며 외국인 감독보다 국내 감독들을 둘러보는 쪽으로 의견이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3월 A매치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K리그 현직 감독들도 후보군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에 따르면 현재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홍명보 감독, 김기동 감독, 최용수 감독, 황선홍 감독 등이 있다. 이중 무직 상태인 최용수 감독을 제외하면 모두 스케줄이 바쁘다. 홍명보 감독과 김기동 감독은 당장 3월 첫 주에 K리그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황선홍 감독 역시 3월 A매치 기간 동안 전지훈련을 계획 중이기 때문에 겸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개막까지 2주도 남지 않은 K리그에는 예상치 못한 불똥이 떨어졌다. 정해성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일부 K리그 팀들은 개막을 앞두고 사령탑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K리그 팬들은 축구회관 앞으로 트럭과 화환을 보내 K리그 감독들을 방패로 삼아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멈출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울산 팬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처용전사는 "다수의 매체로 보도된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라며 대한축구협회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라며 10년 전에 이어 또다시 홍명보 감독을 소방수로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계속해서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을 포함한 모든 K리그 현역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을 것을 성명한다. K리그는 더 이상 협회의 결정대로만 따라야 하는 전유물이 아니며 팬들과 선수, 구단, 감독 모두가 만들어 낸 노력의 결과물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또한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라며 성명문을 마쳤다.
일부 커뮤니티에 따르면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축구회관에 대한축구협회의 행동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화환을 대거 보냈으나 금세 치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처용전사는 어제(23일) 축구회관 앞에 트럭 두 대를 세워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여전히 불통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5월 사면 조치 철회 이후 새 이사진을 발표할 당시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중심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한축구협회는 소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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