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상자산 2143조원…역외 탈세 막으려면 ‘CARF’ [D:로그인]
취급자 신고 의무 없어 탈세 우려
OECD 정보자동교환 장치 마련
2027년 도입 위해 국제공조 활발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정부·공공기관이 다시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가상자산(암호화 자산) 성격을 한 문장으로 규정하는 건 쉽지 않다. 자산(화폐)마다 발행 과정과 성격, 목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모든 가상자산의 공통점이라면 ‘가상’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만 거래하는 가상자산은 그 특성으로 인해 초기에는 ‘디지털 화폐’라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 부르기도 한다.
OECD 기준 세계 가상자산 시가 총액은 지난해 기준 2143조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한 해 전체 예산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막대한 규모지만 가상자산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약인 다자간 조세(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MCAA) 공통보고기준(CRS)에 포함되지 않는다.
MCAA CRS는 2016년 1월 시행한 제도다. 국가별 금융기관에 보관·관리 중인 해외 거주자의 금융정보를 매년 정기적으로 국가끼리 교환하는 내용이다.
금융거래 조세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융 협력 강화 방안으로 도입했다. 2017년 45개국에서 2021년 기준 110개국으로 늘었다.
가상자산은 CRS, 즉 정보자동교환 대상이 아니다. 가상자산 중개인은 고객이 가상자산을 보유·이전하는 것에 관해 신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과세 대상(가상자산 보유자)의 자산 수익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 한 마디로 탈세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참고로 지난달 29일 국세청이 발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 실적에 따르면 올해 가상자산 신고액은 전년대비 92% 감소했다. 금액으로는 130조8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 120조4000억원이 줄었다.
한·미·영·일·EU 등 48개국 참여
OECD는 2018년 가상자산을 통한 자산 보유가 늘어남에 조세 투명성 확보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산과 해당 자산을 이용하는 사람, 서비스 제공자도 기존 금융계좌 및 금융회사와 똑같이 실사와 보고 의무를 적용하는 내용의 CRS 개정을 논의했다. CARF 탄생 배경이다.
2018년 필요성이 제기된 가상자산 보고 의무 조항은 2020년 5월에야 구체적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OECD 사무국은 가상자산이 금융기관 관여 없이 거래·보유되는 특성에 따라 기존 CRS와는 별도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CRS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의 참여까지 유도하기 위해 기존 CRS 개정과 함께 새로운 가상자산 보고체계(CARF)를 구축하기로 했다. CRS를 유지하면서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새로운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CARF는 2022년 8월 OECD 재정위원회에서 승인했다. 그해 10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회람을 거쳤다. 11월에는 OECD글로벌포럼에서 CARF 제정안과 CRS 개정안을 최종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영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42개국은 CARF 그룹을 구성했다. 이후 정보 교환 일정과 대상국 선별 기준, 정보 교환 대상국 정의, 이행 지원 수단 개발 등에 관해 논의 중이다.
한국 또한 지난해 11월 CARF 이행을 위한 공동성명에 참여해 논의를 함께하고 있다. 현재 CARF 참여국은 48개국으로 늘었다.
CARF는 가상자산 거래 중개, 플랫폼 제공 등 서비스 사업자가 이용자 거래 정보를 수집해 과세 관청에 보고하도록 했다. 각국 과세 관청은 해마다 해당 정보를 상대 가입국과 교환한다.
CARF가 규정하는 내용은 ▲적용 대상 가상자산 범위 ▲데이터 수집 및 보고 요건의 대상이 되는 단체·개인 ▲보고 대상 거래 및 해당 거래와 관련한 보고 대상 정보 ▲가상자산 사용자와 보고 및 교환 목적으로 조세 관할권을 확인하기 위한 실사 절차 등이다.
CARF 성공 여부는 참여국 확대에 달려
모든 가상자산이 보고 대상은 아니다. 가상자산 가운데 조세회피 위험이 낮은 경우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가상자산 서비스업자가 지불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 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이 발행해 전통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디지털 화폐, 언제든 액면가와 동일한 법정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전자화폐 등이다.
보고 의무를 갖는 사업자는 고객을 대신해 가상자산 교환거래를 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또는 단체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 브로커와 딜러, ATM 운영자를 모두 포함한다.
OECD는 지난 6월 회의에서 CARF를 3년 내 즉시 이행하기로 했다. 이달 안으로 CARF 확약 절차와 지원, 안내 사항(가이던스) 등을 개발하고 내달 글로벌포럼 총회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안으로 가상자산 정보 교환 국내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시행령과 고시를 제정한 후 2026년부터 본격적인 정보 수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런 절차에 따라 실제 정보 교환은 2027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ARF 성공 여부는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국가가 참여하느냐다. 일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를 둔 국가가 CARF에 참여하지 않으면 역외 탈세를 찾기엔 한계가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CARF 공동성명에 참여하면서 다른 국가 참여를 촉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역외 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노력과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CARF 이행 확산을 제고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정부는 2027년부터 CARF가 개시될 수 있도록 국내법 정비, 협정 서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역외 탈세 방지와 조세 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제공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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