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무덤으로 기록될 선거”…출구·여론조사 또 틀렸다

여성국 2026. 6.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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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결과를 예측한 출구조사와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크게 어긋나면서 출구·여론조사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다.

4일 개표 결과 오후 5시 현재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49.15%를 얻어 48.13%를 기록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신승했다. 하지만 전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선 정 후보 51.4%, 오 시장 46.0%로 정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지사 역시 출구조사에선 김경수 민주당 후보(54.3%)가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45.7%)를 앞섰지만, 실제 개표 결과에선 51.28%를 득표한 박 지사가 48.71%의 김 후보를 눌렀다.

이처럼 승리가 뒤바뀌진 않았더라도 경합으로 분류된 지역의 오차 또한 심각했다. 대구시장 선거는 초박빙이 예상됐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당선인(53.92%)이 김부겸 민주당 후보(45.05%)를 크게 따돌렸다. 초접전이 예상된 전북지사 선거 역시 민주당 이원택 당선인(51.22%)이 김관영 무소속 후보(41.78%)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예측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기 평택을에선 3위로 예측됐던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34.83%로 김용남 민주당 후보(28.77%)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27.24%)를 제치고 당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전달 받고 환호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선거 전 여론조사도 실제 결과를 놓고 보면 많이 달랐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기간’을 앞두고 KBS·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4~27일 실시한 무선전화 면접 조사에서 조국 후보는 24%, 김용남 후보는 22%, 유의동 의원은 20%로 조사됐지만 실제 결과와는 판이했다.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달 22~23일 실시한 경기 하남갑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48.8%, 이용 국민의힘 후보는 39.1%를 기록했지만, 개표 결과는 1.56%포인트 차이(이광재 49.68%, 이용 48.12%) 초접전이었다. 중앙일보·케이스탯리서치의 지난달 26~27일 서울시장 무선전화 면접 조사에도 정원오 후보는 44%로 오세훈 시장(36%)을 오차범위(±3.5%포인트) 밖에서 이기는 걸로 나타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출구조사와 여론조사가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데 실패한 이유는 뭘까. 유의동 의원은 4일 SBS 라디오에서 “고덕동·고덕면·팽성읍을 (여론조사 때) 한 권역으로 묶는데 전화 받는 사람이 적다 보니 지역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농번기 보수라는 표현을 쓰던데, 5월말까지는 (농사일이) 굉장히 바쁜 시기(라 전화를 못 받는다)”라고 했다. 여론조사업체 ‘꽃’을 운영하는 친여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마저 이날 방송에서 “제가 평택을, 부산 북갑 여론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했지만 믿을 수 없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방식에 아주 오래된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김영옥 기자

출구조사 예측 실패의 일차적 원인으론 사전투표 지형 변화가 꼽힌다. 공직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본투표 출구조사 결과와 사전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때 수치 보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과거에는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민주당, 본투표율이 높으면 국민의힘이 유리하단 공식이 있었지만 최근 보수층 사전투표 참여 증가로 이 공식이 깨졌다”며 “결국 사전투표 표심을 읽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여론조사 자체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요인으론 ‘샤이 보수’의 응답 거부를 꼽는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보수층 유권자가 전화 조사는 물론 현장 출구조사도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며 숨은 표심이 늘었다”고 했다.

이번 선거의 경우 특히 유권자들이 ‘조사 공해’에 시달려 피로감이 커지자 아예 조사 응답을 꺼려해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단기간 쏟아진 전화에 중도·무당층이 응답을 회피하면서 끝까지 전화를 끊지 않은 소수의 ‘정치 고관여층’만 과대 표집됐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격전지 여론조사는 응답층 피로감이 컸고, 여러 조사가 반복되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의 고관여층만 응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선거캠프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여기에 여론조사 모집단 설정 방식도 한계로 작용했다. 현행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기준에 따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기준으로 성별·연령대별·지역별 할당량을 채운 뒤 사후 가중치를 부여해 집계한다. 하지만 실제 연령별 투표율은 인구 통계 비율과 다르기 때문에 기계적 가중치 부여는 구조적인 오차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 사이에선 ‘여론조사 만능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동원 대표는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의 무덤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부정확한 조사가 대세론을 형성해 선거판을 왜곡했다”고 했다. 윤왕희 교수는 “여론조사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오히려 결과 수치 공표로 표심을 왜곡하는 측면도 있다”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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