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는 쭉정이, 쪽파엔 해충, 쌀값은 폭락... 농촌 '비상'
[이재환 기자]
▲ 충남 부여군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쪽파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수확을 앞두고 청벌레가 창궐해 비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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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를 심은 비닐하우스에서는 나방류 애벌레가 창궐해 쪽파를 갉아 먹고, 들깨는 쭉정이 상태로 발견되고 있다. 게다가 벼는 가을철 때아닌 벼멸구 피해로 수확량이 줄었다. 그럼에도 쌀값이 오히려 폭락해 농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초에 출하를 앞두고 있는 쪽파 농가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청벌레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김장철에 맞춰 심은 쪽파 밭(비닐하우스)에 해충이 창궐하면서 농민들은 직접 벌레를 잡는 등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민들은 나방류 애벌레를 청벌레라고 부른다.
▲ 충남 부여군의 한 비닐하우스 안 쪽파 밭. 농민이 잡은 청벌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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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유난히 청벌레 피해가 심하다. 주로 배추와 무, 쪽파 등 김장 채소의 잎을 갉아 먹으며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보통은 방제를 하고 날이 선선해지면 벌레가 사라 진다. 곧 쪽파 출하를 앞두고 있다. (여름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오랫동안 벌레가 안죽고 살아 있는 경우는 없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장철에 맞춰서 심은 건데 쪽파를 갉아 먹고 있다. 비닐 하우스 2개 동 500평이다. 두 동 모두 청벌레 피해를 입고 있다. 하루에 100마리 이상, 오늘(24일)까지 보름 넘게 청벌레를 잡았다. 직접 잡은 숫자만해도 1500마리가 훨씬 넘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하지만 낮에는 온도가 높고 뜨겁다. 예년보다는 따뜻한 편이다. 그 때문에 청벌레가 창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비닐하우스 농가들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충남 예산의 한 농가 들깨 밭. 들깨가 들지 않고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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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들깨 꼬투리가 마르는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병이 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들깨 자체가 수정이 안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꼬투리(들깨가 맺힌 부분)가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들깨꽃이 필 무렵에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다. 과거에도 꽃필 무렵에 비가 왔지만 올해처럼 피해가 크진 않았다. (지난 여름) 고온이 지속된 것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피해 규모는 깨를 털고 수확을 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대략 수확량이 절반 이상 떨어질 것 같다"면서 "들깨는 베고 나서 말린다. 건조가 되면 도리깨질을 하거나 탈곡기를 이용해 수확을 한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보면 괜찮다는 농가가 있고 수확량이 떨어진다는 농가도 있다. (농가 마다) 편차가 있다"고 말했다.
▲ 벼 수확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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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난해에도 쌀값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쌀값이 더 떨어진 것"이라며 "올해는 수확량 자체도 떨어진데다 농자재 값 상승 등 생산비용도 많이 올랐다. 손실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매가마저 떨어져서 더 힘든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임선택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사무국장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올해 쌀 수확량이 (전년 대비) 20% 정도 떨어지고 있다. 수확량이 줄었지만 쌀값은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80kg 기준 쌀 한 가마 가격을 20만 원 대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올해 쌀값은 15만 원 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쌀 시장 격리를 5만 톤 수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 번에 20만 톤 이상의 쌀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쌀값을 안정화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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