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보안 기업의 해외 진출 경쟁력을 짚어봅니다.
안랩이 2024년 해외 매출 규모를 전년보다 약 세 배 키웠다. 전체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3%에서 8%로 증가했다. 안랩은 2000년대 초부터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V3 중심 내수기업 꼬리표를 떼기는 쉽지 않았다.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 합작기업(JV) '라킨(Rakeen)'을 발판으로 또 다른 수출 길을 개척한다.
V3서 보안관제로…동남아·중동으로
안랩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60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8.3%에 해당하는 218억원을 수출에서 얻었다. 전년과 비교해 전체 매출이 8.9% 늘어날 때 해외 매출은 179% 증가했다. 해외 진출 지역별 매출 순위는 사우디아라비아·중국·베트남·일본·싱가포르 순이다.
지난해 '보안관제 서비스'가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안랩은 재작년까지 'V3' 등 보안 솔루션으로만 수출 매출을 냈다. 지난해 처음 보안 관제 서비스(131억원)에서도 수출 매출이 나왔다. 보안관제 서비스는 일종의 보안 아웃소싱으로 고객사의 보안 시스템을 진단·구축·운영하는 서비스다.
안랩 관계자는 "지난해 설립한 사우디아라비아 합작법인 라킨의 사업 전개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해주면서 보안관제 서비스 매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라킨과의 거래가 보안관제 서비스 수출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어 "전략제품인 '안랩 XDR'을 구축했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가시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랩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사이버 보안·클라우드 공급 기업 '사이트(SITE)'와 사이버 보안 합작법인 라킨을 세웠다. 사이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지분 100%를 지닌 기업이다.
안랩은 일본에도 보안 솔루션과 보안 관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안랩은 2002년 일본에 지분 100% 법인을 세웠다. 이후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현지 기업들에게 V3 모바일 제품군과 보안 관제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V3 시큐리티 포 비즈니스(V3 Security for Business)로 일본 중소기업 시장을 공략 중이다. 다만 일본 법인은 지난해 매출 22억원, 당기순손실 2억원을 기록했다.
안랩은 중동과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북아프리카·동남아 등에서도 사업을 펼치고 있다. 회사는 2003년 중국에 법인을 세우고 산업시설 전용 보안 솔루션 '안랩 EPS'를 공급했다. 중국은 제조 기업이 많아 생산라인에 적용되는 보안 솔루션 수요가 높다. 지난해 안랩 중국 법인의 매출은 34억원, 당기순이익은 4억원이다.
동남아 지역의 주요 진출 국가는 대만·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이다. 빠르게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이 국가들은 최신 보안 사고에 대응하는 솔루션 수요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안랩 EDR' 등 랜섬웨어 대응 솔루션 상품이 주목받았다. 안랩은 동남아 지역 제조기업을 먼저 고객사로 확보하고, 현지 레퍼런스를 늘려 금융·정부·화학·정보기술(IT)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고객 기반을 확대할 방침이다.
사우디 '라킨' 발판, 북아프리카로 확장
안랩은 중동 진출을 계기로 수출 길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라킨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라킨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기관, 기업에 △PC·모바일·서버 등을 보호하기 위한 엔드포인트 보안 제품군 △네트워크 보안 제품군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형 보안 위협 분석 플랫폼인 XDR 등 솔루션과 서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안랩은 중동에서 이와 같은 보안 서비스·솔루션을 공급한 레퍼런스를 쌓으면 향후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진출하기 유리할 것으로 기대했다. 안랩 측은 "올해 2월 '사우디판 CES'라 불리는 글로벌 IT 전시회 '리프(LEAP) 2025'에 참가해 차세대 네트워크 침입방지 솔루션 '라킨 IPS' 등을 현지 기업과 보안 관계자에게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라킨이 사우디아라비아 고객사와의 거래에서 얻는 이익은 안랩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라킨은 안랩이 지분 25%를 보유한 관계기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라킨은 안랩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아니지만, 지분법 회계 대상이다. 안랩은 라킨의 실적 중 지분율 25% 만큼을 지분법이익으로 반영해 순이익에 넣을 수 있다. 이 외에 안랩은 지난해 라킨의 인프라를 구축한 것처럼 서비스·솔루션 거래를 늘릴 계획이다.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