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멍청한 폰' 써야"…스마트폰 금지, 총리까지 나선 나라 [세계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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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에서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나친 스마트폰·SNS 사용이 이들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부 부모는 자녀에게 문자·전화 등 기본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10대 중에는 스마트폰과 SNS를 끊는 '네오 러다이트' 운동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
호주 총리 "14세 미만 SNS 금지"
10일(현지시간) 호주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직접 나서서 14세 미만의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금지하는 법안을 올해 내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신규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안사 통신이 이날 전했다.
앞서 스웨덴은 아동·청소년의 스크린(화면)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새로운 권고안을 지난 3일 발표했다. 스웨덴 공중보건청의 새로운 권고에 따라 2세 미만은 TV·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하면 안 되고 10대도 최대 3시간으로 줄여야 한는 내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세 미만 아동이 TV 시청 등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지 않게 권고하고 있다.
SNS가 청소년 사이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으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트), 성(性)범죄, 마약 범죄 등에 악용되자 교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번 달부터 시작된 가을학기부터 중학교 200곳을 시범 선정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등교할 때 교사에게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하교할 때 돌려받는다.
미국 11개 주(州)에서도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막는 법을 시행 중이다. 지난 4월 영국에서도 당국이 16세 미만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英 부모 67% "애들은 멍청한 폰 써라"
이런 가운데 영국 등에서는 자녀에게 기본 기능만 있는 '덤폰(멍청한 전화·Dumb phone)'을 사주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덤폰은 90년대 플립형 휴대폰 혹은 저성능 스마트폰이다. 전화·문자·기본 카메라 기능이 있고 제한된 웹 접속도 가능하다. 다만 마음대로 인터넷을 서핑하거나 SNS 앱을 다운로드할 수 없다.
최근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 조사에 따르면 영국 부모(8~14세 자녀를 둔 부모 2000명) 10명 중 8명은 자녀가 부모와 연락용으로 휴대전화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67%는 자녀가 휴대전화를 갖더라도 전화·문자 등만 가능한 피처폰 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피처폰으로 돌아가다(Back to the feature)'라는 제목을 달았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라이트라는 업체는 인터넷과 SNS 노출을 최소화하는 '라이트폰'을 제작·판매한다. 가격은 299달러(약 40만원)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미니멀한 전화"라고 전했다.
아예 스마트폰과 SNS에서 벗어나는 것도 트렌드다. BBC는 "아이폰이 출시된 지 올해로 17년이 됐다"라면서 "지금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본 적 없는 세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10대들이 네오 러다이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오러다이트는 새것을 뜻하는 ‘네오’(Neo)와 산업혁명에 반대해 영국 노동자들이 벌인 기계파괴운동 ‘러다이트’(Ludite)의 합성어다.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끊으려는 건 딥페이크 우려가 커진 데다, 10대들이 '스마트폰이 날 망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에서 "아동이 인터넷에 접속할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16세가 되기 전까지는 SNS를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韓청소년 10명 중 4명 '스마트폰 과의존'
휴대전화 보급률 100%(스마트폰 95%)인 한국도 스파트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의존 현상이 심한 '과의존위험군'(2022년 조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의 미디어 노출도 심각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만 3~9세의 하루 평균 미디어(TV·컴퓨터·스마트폰·태블릿PC) 이용 시간이 약 3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는 WHO가 권고한 하루 사용시간(1시간)의 약 3배다. 이들 중 29.9%는 24개월 이전에 스마트폰을 접하기 시작했다. 강은진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만 3~4세의 42.4%가 유튜브 쇼츠, 틱톡 등을 봤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부모가 스마트기기·게임 이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을수록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더 많이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자기는 하면서 정작 자녀는 못하게 막았다는 뜻이다. 스마트기기 이용을 제한하는 부모의 스마트기기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3시간 15분으로, 제한을 두지 않은 부모(2시간 42분)보다 33분 더 많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난달 '우리아이 SNS 안전지대 3법'이 발의되는 등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아동·청소년의 SNS 중독 예방에는 도움될 것이란 의견, '제2의 게임 셧다운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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