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모든 순간에 쉴 권리가 필요하다
이재명정부의 국정계획이 발표되었다. 상병수당 확대, 제도화, 본 제도 시행 등의 단어가 포함되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 앞으로 제도의 논의 과정에 시민의 참여와 소통이 얼마나 다루어질지도 알기 어렵다. '아프면 쉴 권리 공동행동'은 사례공모전을 통해 '아프면 쉴 권리'가 필요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체인력이 없어 쉬지 못하는 노동자, 생활비 걱정에 출근할 수밖에 없는 특수고용노동자, 그래도 병가가 있어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노동자까지, 여러 경험을 확인했다. 이중 수상작 6편을 바탕으로 세 차례 글을 싣는다. <기자말>
[최홍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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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
| ⓒ marceloleal80 on Unsplash |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박씨, 백화점 노동자를 거처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씨, 프리랜서 이씨의 사연에서 질병에 온전히 대처하기 어려운 시민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파도 쉴 권리가 주어지지 못한 사회 탓이다(성씨는 모두 가명).
유급병가, 노동자의 권리
박씨의 첫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지금도 10년 전 그 때를 생각하면 두려우면서도 벅찬 감정이 교차한다. 임신 초기 첫 하혈을 경험했을 때부터 두려움은 시작되었다. 담당 의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안정이 필요함을 직감했다. 처음 든 생각은 '병가를 내면 불이익을 받을까? (아니면) 그만둬야하나' 였다. 아픈 몸을 이끌고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 더 출근했다.
이 즈음 박씨는 든든한 응원단을 만날 수 있었다. 노동조합. 아프면 병가를 쓸 수 있고, 그 기간 급여도 보장되며, 이는 노동자의 권리이니, 눈치 보지 말고 병가를 쓰라 했다. 박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생사가 그렇게 '운'으로 정해지는 세상이라면, 저출산의 문제의 원인은 '여기'에서도 찾아봐야 한다고 박씨는 힘주어 말한다.
동료 노동자에 기대어 쉬게 만든 구조
김씨는 50대에 백화점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불행은 연거푸 김씨를 찾아왔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실업도 모자라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다.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고된 노동에 몸을 욱여넣었다. '수백 박스의 의류를 매대에 풀고, 하루 만 보 이상'을 걷고 뛰며 백화점을 누볐다.
대상포진에 걸렸다 회복하고, 족저근막염에 걸려 귀갓길이 너무 힘들었다. 이마저도 60이 넘으니, 회사의 눈치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그 돌봄의 과정이 영향을 준 탓인지 요양보호사가 되었다. 몸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마음으로 옮아간 것 같다.
'몸 어느 한구석 안 아픈 데가 없이 ...(중략)... 정서적으로도 피폐해져 번아웃' 상태가 되었지만, '움직여야 산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파서 쉬어 본 적 없다. 사업주는 쉬라고 한다. 연차가 밀리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은 못 쉰다. 내가 쉬면 누가 일을 두세 배로 하게 될지 알기 때문이다. 불행의 연속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왔지만, 이곳에서 김씨는 본인의 건강 문제에 맞설 힘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런 걸 배워본 적 없다.
쉴 수 없으면 아플 수 없다
'365일 일주일 내내 24시간'이라는 글자가 어울리는 곳은 '응급실' 정도가 아닐까. 이씨는 프리랜서다. 스스로 노동시간을 이 숫자로 설명한다. 아파서 쉬는 날은 그대로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그냥 단순한 '춘곤증'이라 생각했다. 이 정도 피곤함이야 일상이니 쉬지 않고 일했다. 피곤함이 너무 오래가고 견디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 즈음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 검사를 했고,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았다. 3일. 이 일을 시작하고 내게 처음 주어진 쉼의 시간이었다.
그는 난 원래 아파도 마음 놓고 쉴 권리를 가지지 못하고 태어난 존재라 생각했다. 3일 이후 2주 간 더 입원했지만, 침대에서도 일을 멈출 순 없었다. 남들은 '건강을 지켜야 하니 아프면 안된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쉴 수 없으니 아프면 안 된다' 생각했다.
정책, 그 너머의 이야기
제도를 손 보면 될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어떤 제도를 잘 손보면, 상병수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른 제도를 함께 손 보면, 유급병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위 사례는 질병에 대처하는 힘의 중요성 – 인권으로서의 쉴 권리의 중요성 – 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급 병가가 있어도, 노동조합을 만나지 못했다면 직장을 그만 둘 뻔한 박씨, 사업주가 쉬라지만 대체 노동 인력을 구해주지 않으니 동료를 위해 아파도 참고 일하는 이씨, 며칠의 쉼이 벌이의 감소로 곧바로 이어져 버텨왔던 이씨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정책을 새로이 도입하더라도 이 사연의 주인공이 어느 순간 갑자기 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쉼이 인권이라 불리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아이, 청년, 중장년, 노년에게, 인생의 모든 순간에 쉴 권리가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시민건강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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