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초능력자로 돌아온 박은빈...“나와 다른 채니, 그래서 힘 얻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론이 퍼졌던 1999년, 가상의 도시 해성시에서 평범함을 넘어 어딘가 엉성한 네 사람이 초능력을 갖게 된다.
동네 ‘개차반’이라고 불리는 스물일곱 백수 은채니(박은빈), 악성 민원인으로 꼽히며 ‘개진상’으로 불리는 아저씨 손경훈(최대훈), 여린 성격에 자존감이 낮은 강로빈(임성재), 그리고 아무도 곁에 두지 않는 원리원칙주의 공무원 이운정(차은우)까지. 이들은 능력을 발휘해 쾌감을 선사하는 여느 히어로와는 다른 모습이다.

과연 네 사람의 능력은 누군가를 지키는 데 쓰일 수 있을까? 1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원더풀스’(Wonder Fools)는 이런 설정들로 시작하는 8부작 시리즈다.
‘원더풀스’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유인식(54) 감독과 박은빈(34) 배우가 다시 만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공개 3일 만에 대한민국 톱 10 시리즈 1위, 글로벌 톱 10 비영어쇼 6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유 감독은 “2020년에 작품을 기획했으나 예산과 일정 문제로 제작이 미뤄졌다가, ‘우영우’ 촬영 후 대본 초고를 읽은 박은빈 배우의 ‘너무 재밌다’는 반응에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은빈도 “작품의 시작이 특별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우영우’를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 원래 준비하던 작품 대신 ‘우영우’를 하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그때 시놉시스를 들었던 게 ‘원더풀스’를 알게 된 최초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영우’가 최고 시청률 17.5%(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끈 후 박은빈은 CCA(미국비평가협회) 시상식과 국제에미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으로 가는 비행길에 초고에 가까운 ‘원더풀스’ 시나리오를 받아 읽었다.
“1999년 모월 모일 저녁 9시 27분, 어이없지만 정말로 나는 이렇게 죽었다”라는 주인공 은채니의 내레이션을 읽으면서는 신선한 충격까지 받았다. 그는 “(이 내레이션을 읽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역할이라는 건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박은빈이 연기한 주인공 은채니는 선천성 심장질환 때문에 할머니와 살며 평생 해성시를 떠난 적 없는 청년이다. 단순하고, 명랑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이다. 그가 놀랐다는 설정처럼 은채니는 극 초반부 급작스럽게 심장질환이 악화하며 죽음에 이르지만, 모종의 계기로 다시 눈을 뜨며 순간이동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된다.
Q : 은채니를 연기하며 ‘줄타기를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A : “은채니가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야 (이야기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채니 만의 독창적인 말투나 행동거지를 시청자들에게 각인하겠다는 목표를 뒀다.”
Q : 실제 박은빈과 은채니는 다른 점이 많은 사람일 거 같다.
A : “맞다. 그래도 데뷔 30년이 되어서인지 작품 속 캐릭터와 나를 분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나가는 채니 같은 인물을 만나면 작품 밖의 나도 함께 용기를 얻는다. 박은빈으로서 주저하는 부분이 생길 때 ‘은채니라면 안 그랬을 텐데’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Q : 초능력을 구현하는 씬을 찍느라, 연기에 몰입하기 어렵진 않았나.
A : “그래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 했다.(웃음) 특히 순간이동이라는 초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우영우’ 때 고래를 만났던 것처럼 바람 효과를 많이 썼다. 그때도 좋은 (영감이 왔을 때) 고래를 만나기 위해 최소 13번씩 찍었는데, 이번엔 더욱 어려웠다. 다른 초능력을 구현할 때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원더풀스’는 거의 2주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연기의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려 노력했다.”
Q : 함께 초능력을 얻고, 사건을 헤쳐나가는 ‘풀스’(Fools)와의 연기 합은 어땠나.
A : “워낙 캐릭터가 확실하고, 코믹 연기를 소화하시는 분들이다. 걱정되는 게 별로 없었다. 특수효과가 들어간 액션이 많다 보니 촬영이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 그 시간 동안 편한 차림의 모습으로 우스갯소리를 하고 격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역할에도 녹아들어 촬영할 때 좋은 합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Q : 올해가 연기자로 데뷔한 지 30주년이다.
A :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30년이나 포기하지 않고 잘 지내온 나 자신을 기념하며 (올해를) 이정표 삼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남은 하반기에는 드라마 ‘오싹한 연애’가 공개되기도 하는데, 3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 잘 지내보려 한다.”
Q : 아직 ‘원더풀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히어로물이라 결국 세상을 구해낸다는 담보된 엔딩이 있다. 그러나 과정이 독특하다. 약간 부족한 점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해서 세상을 지켜나가는 따스함을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취향이 맞으면 재밌으실 테니 한번 맛봐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많이들 봐주시고 나면 시즌 2에 대한 논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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