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과 양민혁도 위기, EPL에서 한국 선수 사라지나

이준목 2026. 4. 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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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후 20년간 이어진 계보 끊길 위험

[이준목 기자]

 지난 1월 페널티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는 황희찬
ⓒ 로이터=연합뉴스
다음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한국인 선수를 한 명도 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유일한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황희찬이 소속된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강등이 사실상 확정된데다, 손흥민(LA FC)의 친정팀이자 양민혁(코번트리, 임대)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마저 강등 위기에 내몰렸다.

울버햄튼은 32라운드를 치른 현재 3승 8무 21패, 승점 17점으로 20개구단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어서 강등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6경기를 남겨둔 현재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웨스트햄(승점 32)과의 승점차가 무려 15점이다. 지난 11일 웨스트햄과의 맞대결에 0-4로 참패한 것은, 울버햄튼의 강등에 쐐기를 박는 결정타였다.

설사 울버햄튼이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고 해도 경쟁팀들이 3,4점 이상만 따내면 그대로 강등 확정이다. 다음주인 4월 18일 리즈 유나이티드(15위)전이 울버햄튼의 강등을 확정짓는 경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영국 BBC는 울버햄턴의 상황에 대해 "챔피언십 강등은 이미 불가피하다. 남은 관건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강등을 미룰 수 있느냐일 뿐"이라고 전했다.

울버햄튼은 지난해 11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비토르 페레이라 전 감독을 경질한 뒤 롭 에드워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전보다는 경기력이 다소 개선되는듯 했지만 여전히 결과가 따라오지 못했다. 울버햄튼은 11연패 포함 개막 19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는 수모 끝에 일찌감치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뚜렷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울버햄튼으로서는 2017-2018시즌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 뒤 8시즌 만의 강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울버햄튼에서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희찬의 운명도 바람앞의 등불이 됐다. 황희찬은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라이프치히(독일)를 거쳐 2021년 울버햄튼에 임대되며 EPL로 진출했고 이듬해 정식계약을 맺었다. 2023-24시즌에는 13골(리그12골)을 넣으며 커리어하이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지난 2024-25시즌부터 부상과 부진으로 팀내 입지가 흔들렸다. 올시즌에도 25경기(리그 20경기)에 출전하여 3골 3도움(리그 2골 1도움)에 그치며 강등위기에 빠진 팀에 크게 보탬이 되지 못했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을 경험한 것은 총 6명이었다. 김두현(당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 김보경( 카디프 시티),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아픔을 경험했다. 황희찬은 강등을 경험하는 일곱 번째 대한민국 선수가 될 전망이다. 울버햄튼이 강등당하게 되면 선수단 대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황희찬인 다음 시즌 울버햄튼에 남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UEL) 챔피언이자 손흥민의 친정팀으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토트넘 역시 강등 위기다. 토트넘은 7승 9무 15패, 승점 30점에 그치며 강등권인 18위까지 떨어졌다. 15위 리즈(승점 33), 16위 노팅엄(승점 32), 17위 웨스트햄(승점 32)과 박빙의 격차지만, 최근의 페이스는 토트넘이 제일 좋지 않다. 토트넘은 2026년 들어 리그에서 5무 8패에 그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7경기를 남겨둔 토트넘은 아직 웨스트햄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오는 12일 오후 10시 선덜랜드 원정을 떠난다. 여기서 승리하면 웨스트햄에게 넘겨준 17위를 되찾을 수 있지만 패하면 타격이 크다. 토트넘은 남은 경기에서 런던 라이벌인 천적 첼시를 비롯하여 아스톤빌라, 에버턴 등 중상위권 팀들과의 대결이 몰려 있어서 부담이 더 크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활약하던 시절, 우승 경험은 많지않아도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여 EPL에서 '빅6' 정도로 평가받던 빅클럽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떠난 지 1년도 안되어 토트넘은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영국 BBC는 "토트넘이 강등된다면 각종 상업수익에 2억6100만 파운드(약 52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전망하며 선수단 단체 주급 삭감과 대규모 이적 러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토트넘이 강등된다면 코번트리에서 임대중인 양민혁의 입지도 불안정해진다. 양민혁은 토트넘 입단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직 데뷔전을 치르지 못하고 챔피언십 임대를 전전중이다. 현재 소속팀인 코번트리는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며 1부 승격을 사실상 확정지었지만, 양민혁은 11경기 연속 결장하며 출전기회를 얻지못하고 있다.

양민혁은 시즌중 포츠머스 임대를 종료하고 코번트리에 합류한 후 팀이 치른 리그 경기 16경기 중 단 3경기만을 출장했고, 출전 시간은 모두 합쳐도 30분에 불과하다. 지난 2월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와 31라운드 경기에선 막판 교체출전으로 단 1분만 뛴 것이 코번트리에서의 마지막 출장이었다.

출전 시간을 늘려 경험을 쌓기 위해 임대된 양민혁으로선 어차피 코번트리에 승격해도 팀에 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기에 친정팀 토트넘이 2부에 강등된다면 다음 시즌에도 양민혁은 EPL에 데뷔하지 못하고 챔피언십에 남아 다시 임대생활을 전전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축구는 지난 2005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래로 꾸준히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하면서 20년간 계보가 끊기지 않았다. 이영표, 설기현, 이동국, 김두현, 조원희, 이청용, 지동원, 박주영, 기성용, 김보경, 윤석영, 손흥민, 황희찬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왔다.

현재 뉴캐슬 유나이티드 U-21팀에서 활약중인 박승수와,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임대중인 김지수(브렌트포드) 정도가 다음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계보를 이어갈 주자들은 거론되지만 아직 팀내 입지가 확실하지 않다. 과연 다음 시즌에도 EPL에서 한국인 선수들을 계속 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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