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독립의 기억이 새겨진 메르데카 광장

여경수 2025. 10. 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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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헌법 이야기]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딴 수카르노-하타 공항

[여경수 기자]

지난 19일 일요일 오전 8시 30분, 광주광역시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탔다. 출발 전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출석 수업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잠시나마 인도네시아 헌법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머지않아 그 헌법의 땅을 직접 밟게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로 출발했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공항의 이름은 수카르노-하타 공항이었다. 인도네시아 독립에 헌신한 두 지도자, 수카르노와 하타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들은 독립 이후 각각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을 맡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만약 우리나라 인천공항의 이름이 '백범공항'이나 '조소앙공항'이었다면, 헌법의 출발점을 지금보다 더 생생히 자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침 인천공항에서 환전한 10만 루피아 지폐에는 붉은색 바탕에 수카르노와 하타가 함께 인쇄되어 있었다.
 메르데카 광장에 있는 독립기념탑
ⓒ 여경수
이번 여정의 숙소는 메르데카 광장 남쪽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오리아 호텔로 정했다. 객실은 깔끔하고 현대적이었으며, 직원들의 응대가 친절했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인도네시아는 17세기부터 서구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인도네시아 제도 곳곳에 상업 거점을 설치하고 점차 식민지 지배를 확대했다. 161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자카르타를 점령하고 도시 이름을 바타비아로 바꾸어 본부로 삼았다.

1799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해산된 이후, 네덜란드 정부는 그 자산과 영토를 인수하여 인도네시아 지역을 직접 통치하기 시작했다. 나폴레옹 전쟁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는 영국의 점령을 받기도 했으나, 1814년 영국-네덜란드 조약으로 대부분의 영토가 네덜란드에 반환되었다.

1824년 영국-네덜란드 조약을 통해 양국은 동남아시아에서의 세력 범위를 명확히 구분했다. 말라카 해협을 기준으로 북쪽은 영국의 영향권(말라야), 남쪽은 네덜란드의 영향권(네덜란드령 동인도)으로 확정되었다. 이로써 네덜란드의 인도네시아 지역 지배권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1945년 8월 17일, 수카르노는 일본의 항복 직후 인도네시아의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다. 수카르노의 선언은 민족 자결의 의지를 세계에 알린 역사적 순간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이날을 공식적인 독립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튿날인 8월 18일 공포된 인도네시아 헌법은 공화제를 채택하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함으로써, 근대적 국민국가로서의 헌정 질서를 법적으로 정초했다.
 수카르노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는 역사적 장면
ⓒ 여경수
나는 걸어서 메르데카 광장으로 향했다. 메르데카(Merdeka)는 인도네시아어로 '독립'을 뜻한다. 광장은 1961년 수카르노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되었으며, 중앙에는 높이 137미터의 독립기념탑이 서 있다.

독립기념탑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입장료가 필요하다. 지하 전시관에는 인도네시아 독립 과정에 관한 전시물들이 있다. 승강기를 타고 탑에 올라가면, 원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자카르타 시내를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항구가 있는 북쪽을 먼저 바라보았다. 메르데카 광장은 사각형 모양으로 조성되었는데, 북쪽의 대통령궁과 대법원 건물, 서쪽의 헌법재판소, 남쪽의 국립도서관을 하나하나 찾아보았다.

이곳을 올라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기념탑은 자카르타에서 머무르는 동안 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제 이 이정표를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헌법의 흔적을 따라 여정을 시작할 차례였다.
 독립기념탑 꼭대기 층에서 바라본 자카르타 시내 광경
ⓒ 여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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