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바르면 다 녹아요” 홈쇼핑 속 각질, 사실은 ‘밥풀’

밥풀·딱풀로 ‘가짜 각질’ 만들어 각질제거제 판매 방송
방심위, 홈쇼핑 업체 4곳에 ‘주의’ 의결

홈쇼핑에서 밥풀과 딱풀로 연출한 발 각질. 홈쇼핑 화면 캡처

“각질이 장난 아닙니다. 근데 이렇게 지나가만 주시면….”(GS MY SHOP)
“방송을 위해서 일주일 남짓 모았다는 표현은 좀 웃기시죠. 열심히 모았어요.”(SK 스토아)
“저도 관리한다고 하는데 이 계절이라 다 그런 거죠?”(현대홈쇼핑플러스샵)
“이거 하얀 가루 여기저기 막 떨어지면 그렇게 기분이 안 좋고.”(W쇼핑)

TV홈쇼핑 방송에서 시원하게 닦이던 각질이 밥풀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방법으로 각질을 연출해 각질제거제를 판매하던 홈쇼핑들이 법정 제재를 받게 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가짜 각질’을 사용해 각질제거제의 개선효과가 있는 것처럼 연출해 판매한 홈쇼핑 업체에 대해 각각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GS리테일, SK스토아, 현대홈쇼핑, W쇼핑 등 4곳이 제재를 받았다.

이들은 각질을 화장품으로 닦으며 깨끗해진 발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각질제거제를 판매했다. 쇼호스트는 실제 각질이 아닌 밥풀과 딱풀로 ‘가짜 각질’을 만들어 연출한 발을 가리키며 화장품의 효과가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홈쇼핑에서 밥풀과 딱풀로 연출한 발 각질. 홈쇼핑 화면 캡처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고객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된 장면’이라는 자막이 나올 때도 있다. 다만 자막의 크기가 작을뿐더러 쇼호스트의 발언 등을 종합했을 때 소비자들이 이를 실제 각질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심의위원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이라면 명백히 밝혔어야 한다’며 중징계가 필요한 정도의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녹화된 프로그램이고 심의팀이 쇼호스트의 멘트를 봤을 것”이라며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고 쇼호스트가 진짜 각질인 것처럼 속이는 수준이라 기만의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나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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