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 증시에도 호재...선진지수 도전에 공매도 재개 ‘주목’
MSCI 선진지수 편입 번번이 실패…내년 재도전 시선 집중
한국 국채가 선진국 국채 클럽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I) 편입에 성공하면서 이제 시선은 증시로 쏠리고 있다.
채권 시장의 선진시장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증시의 선진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Developed Market) 지수 편입에 대한 희망도 품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내년 11월부터 한국 국채를 WGBI에 편입하기로 하면서 국고채 시장의 숙원이 해결되면서 향후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가 주목된다.
당초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을 뛰어 넘어 WGBI에 편입되면서 국내 채권 시장은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FTSE 러셀은 MSCI와 함께 양대 글로벌 지수 제공 업체로 주로 유럽계 투자 자금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WGBI 추종자금은 2조5000억~3조 달러(3373조~4045조원)에 달해 최소 560억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적으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최대 670억 달러(약 90조원)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WGBI를 추종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시기는 2025년 11월 이후로 WGBI를 기대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국내외 투자자의 단기간 투자심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진 채권 시장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면서 자연스레 시선은 증시로 쏠리게 됐다. 시장에서는 WGBI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관문으로 판단해 온 만큼 WGBI 편입 성사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채권의 WGBI 편입에 이어 증시도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채권과 주식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시장 저평가) 문제가 동시에 해소되는 한편 글로벌 선진 금융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징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MSCI의 추종 자금은 16조 달러(약 2경158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MSCI 지수는 선진국 지수와 신흥국 지수 등으로 구성되는데 한국은 지난 1992년부터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2조2000억달러로 세계 11위 수준이다. 규모 면에서 편입을 위한 기본 조건을 충족한 상태로 그동안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영문 공시 활성화, 배당 절차 개선 등으로 질적 요소들도 개선돼 왔다.
이에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도전을 지속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현재도 녹록치는 않은 실정이다.
지난 2008년 선진국으로 승격 가능한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2014년부터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올해도 관찰대상국에 들지 못한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 도전은 내년 6월에나 가능해진 상태로 관찰대상국 자격을 다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편입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매도 금지 조치다. MSCI는 지난 6월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규칙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는 등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현재 공매도는 제도 개선이 진행 중으로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 30일 이후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당초 올해 6월 말이었던 금지 기한이 한 번 연장된 터라 예정대로 재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에 WGBI 편입을 결정한 FTSE 러셀도 공매도 금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FTSE 러셀은 각국 주식시장을 ▲선진시장 ▲선진 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등 네 단계로 분류하는데 한국 증시는 지난 2009년부터 선진시장에 포함돼 왔다.
이번 정기 분류에서 선진시장 지위를 유지하면서 당초 가능성이 제기됐던 ‘관찰 대상국’ 지정 등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강등 우려는 덜게 됐다.
하지만 FTSE 러셀이 공매도 금지 문제를 여전히 주시하고 있어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FTSE 러셀은 “공매도 재개라는 목표가 신속하게 달성되지 않을 경우 한국 증시 분류를 두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경고성 언급을 내놓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내년 3월 공매도 재개 여부가 관건으로 이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되면 될 수록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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