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가 더 잘하겠다" 한동훈 한마디에…곡성주민들 "자주 와달라"
최봉의와 함께 시장 돌며 진정성의 행보
상인·시민 "김 여사 좀 어떻게 해달라"
韓 "포기 않고 호남에 최선 다 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틀 전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장(勝將)'이 됐다. 어렵다고 평가받던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를 수성하면서 지지율 위기를 겪던 국민의힘을 안팎으로 정비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리의 달콤함만을 맛본 것은 아니다. 최봉의 후보를 공천했던 전남 곡성군수 선거에서는 3.5% 득표에 그치며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낙선 인사를 하기 위해 18일 오전 전남 곡성5일장을 찾았다. 국민의힘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곡성군을 재보선 전후로 다시 찾는 모습에 군민들이 보여준 한 대표를 향한 반응도 따뜻했다.
한 대표를 향한 인기는 곡성5일시장에 처음 내리면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이곳 호남이 국민의힘의 불모지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한 대표를 환영하기 위해 또는 한 번 보기 위해 출입문을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100명가량 몰린 인파를 뚫고 한 대표가 시장 안으로 진입하는데 애를 먹어야 했을 정도다.
그렇게 시장 안으로 진입한 한 대표는 셀카 요청을 모두 받아들였고, 시장 안의 모든 상인들을 일일이 방문했다. 동행하던 최 후보도 "대표님께서 곡성에서 하겠다고 약속하신거 지키시겠다고 또 오셨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모든 상인들의 눈을 보고, 손을 마주 잡으며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저희가 더 잘하겠습니다"는 말을 반복하던 한 대표는 채소를 팔던 한 노인 상인이 하는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셀카를 요청하는 시민들 중에는 곡성에 거주하는 군민들은 물론 가까이는 남원시에서, 멀리서는 전북 군산시에서 일부러 5일 시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시장 순회였지만 곡성에서도 여전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한 대표가 지나가자 "김건희 여사 좀 어떻게 해달라" "공정하게 하면 다 밀어줄 수 있다" "검찰개혁 해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들에게도 "제가 더 잘하겠다"고 답했다.
목동리에서 한 대표를 보기 위해 일부러 5일 시장을 찾았다는 한모(40대·여)씨도 "문제는 대통령과 부인이 다 일으키고 한 대표는 수습만 하러 다니고 있다"며 "여기서도 한 대표나 다른 분들을 보면 잘 해주고 싶은데 뉴스만 봐도 맨날 김 여사 얘기 뿐이니 뭘 해주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딸과 함께 5일시장을 찾은 70대 노모도 인터뷰 도중 옆에서 기자에게 "김건희는 이제 TV에 안 나온대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 대표는 모든 가게를 다 돌면서 낙선 인사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한 대표는 시장에서 땅콩을 구매하고, 한 상인이 건네준 산낙지를 베어 물기도 했다. 살아있는 낙지가 너무 커서 한 대표가 모두 먹는데 어려움을 표하자 주변은 한바탕 웃음바다로 물들기도 했다.
시장 일정을 마친 뒤 한 대표는 재보선 이후 첫 방문 지역으로 곡성을 꼽은 이유를 묻자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진심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지만 진심을 보여드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포기하지 않겠다. 곡성과 호남에 더 잘할 것이고 그 마음을 먼저 보여드리기 위해 선거 이후 제일 처음 왔다"고 답했다.
이어 한 대표는 "우리는 전국정당이다. (전국정당이 되는 방법은)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며 "이번 최봉의 후보의 공약을 한 번 봐달라. 우리는 진짜 연구하고 공약을 낸다. 이렇게 진심을 가지고 실천력을 가지고 다가가면서 헌신하고 희생적으로 최선을 다해 뛰는 것 그거 말고 제가 할 수 있는게 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민들도 이 같은 한 대표의 말에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5일 시장 근처 묘천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70대·남)씨는 "지금 밭에 할 일 있는데 한 대표 온다고 해서 (옆에 아내를 가리키며) 같이 와봤다"고 운을 뗀 뒤 "저는 여기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이긴 한데 뭘 요구하고 얘기하고 싶어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당 관련) 사람들도 몰라서 얘기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 대표가 한 번씩 내려오는 것도 좋지만 뭣보다도 자주 오는게 더 좋다. 한 대표가 아니라 누가 됐든 자주 와서 만나고 얘기를 들어주고 하는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본인의 정치색을 '중도'라고 말한 아내 이모(60대·여)씨도 "그건 맞다. 국민의힘이고 민주당이고 선거 끝나면 홱 하고 가버리고 한 번을 여기 내려오는 걸 못 봤다. 좀 자주 와야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 일정으로 한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최 후보의 선거 사무소를 찾았다. 곡성읍 행정복지센터 맞은편의 한 건물 1층에 마련된 최 후보의 사무소에서 한 대표는 "우리는 호남에서 포기하지 않고, 호남에서도 사랑받고자 하는 정당이다. 최봉의 후보의 용기와 헌신 그리고 선거운동 해주신 여러분들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열심히 하면 반드시 할 수 있다. 당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며 이번 패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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