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홍명보호 전경기 선발' 설영우 "힘드냐고요? 많이 뛸수록 좋아요, 월드컵 나가야 되니까"

김정용 기자 2025. 6. 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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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중용한 선수는 설영우다.


설영우는 홍 감독이 지휘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에서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한 유일한 선수다. 설영우 외에는 10경기 출장한 선수조차 이재성(9경기 선발, 1경기 교체투입)뿐이다. 그만큼 홍 감독은 설영우를 굳게 신뢰한다.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설영우를 일단 선발 라인업에 쓰고, 반대쪽 풀백을 찾는 식으로 선수 실험을 해 왔다. 심지어 본선 진출이 확정돼 라인업을 대거 바꾼 10차전 쿠웨이트전조차 설영우는 선발이었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짬을 내 만난 설영우는 월드컵 본선에 나갈 때까지 대표팀에서 더 뛰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유럽에서 느낀 화두 '템포'에 대한 고민을 밝혔다. 인터뷰는 무산될 뻔했다. 소속팀 츠르베나즈베즈다(세르비아)가 소집 시점을 더 앞당겼기 때문이다. 즈베즈다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차 예선부터 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에 토트넘이 내한 친선경기를 하기도 전인 7월 넷째 주에 이미 새 시즌에 돌입한다. 지난 시즌 영입하자마자 주전으로 활용한 설영우는 UCL 본선 진출을 위한 핵심 선수다.


지난 시즌 즈베즈다와 대표팀에서 모두 주전으로 뛴 설영우에게는 유독 휴식시간이 짧았다. 예술체육요원으로서 수행하는 봉사활동과 미리 잡혀 있는 각종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 겨우 만났다. 바쁜 스케줄에도 특유의 눈웃음과 성실한 답변은 여전했다.


▲ 몸은 힘들지 않다, 몽롱한 정신이 문제였다


Q 유럽에 처음 진출하자마자 소속팀에서 43경기를 소화하며 세르비아 2관왕,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3도움을 달성했어요. 대표팀의 월드컵 3차 예선 1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유일한 선수고요. 솔직히 힘들지 않았나요?


A 출전 경기가 많은 건 괜찮았어요. 울산HD 있을 때도 자주, 많이, 열심히 뛰는 건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처음 경험해 본 시차는 아직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적응이 안 되네요. 일단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잠이 덜 깨서 몽롱한 채 치른 경기가 많아요. 경기 상황에 제일 좋은 판단을 하지 못하고, 원래 봐야 하는 패스 길을 못 보고요. 실수가 많았다는 게 제일 아쉬워요. 그래서 경기력이 만족스러운 게임은 하나도 없었어요. 신체적으로는 쥐가 나더라고요. 원래 안 나는 체질인데, 예선 중 4경기 정도는 쥐가 올라온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Q 대표팀 선배들에게 시차 적응에 대해 많이 배웠나요?


A (이)재성이 형을 비롯한 형들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각자 노하우와 루틴이 있더라고요. 어떤 형은 수면을 도와주는 제품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고요. 경기 당일 아침식사 후 자유시간인데 그때 낮잠을 자서 수면을 보충하는 형도 있어요. 근데 전 원래 낮잠을 안 자버릇해서…. 제대로 겪어보니까, 일단 저녁 7시부터 엄청나게 졸린데 그때 잠들면 절대 안 되고요. 최대한 버티다 10시쯤 누워요. 근데 신체리듬 때문에 새벽 2시쯤 어쩔 수 없이 깨더라고요. 그때부터 아침까지는 그냥 뒤척거리는 거니까 수면의 질이 너무 떨어져요.


Q 홍명보 감독이 유독 좋아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겠지만, 본선진출이 확정된 뒤에는 전경기 선발 출장 중이었던 설영우 선수를 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A 전날 훈련까지도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해서 그동안 많이 뛴 선수들이 대거 빠진 훈련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경기가 되니까 선발로 내보내시더라고요. 불만은 절대, 하나도 없습니다. 훨씬 좋죠. 한 경기라도 더 뛴다는 건 월드컵 본서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잖아요. 본선행을 확정했기 때문에 이제부터 내년 여름까지 선의의 경쟁이 벌어질 거고, 매 출장은 소중합니다.


Q 앞으로 평가전만 남았고, 다른 대륙 팀과 많은 경기를 하게 될 겁니다. 9월 평가전은 미국 원정으로 미국과 멕시코를 만나게 돼요. 미국 가 보셨어요?


A 가 본 적 없어요. 멕시코는 어렸을 때 대회 참가를 위해 가 봤어요. 아, 그 때 LA를 경유하긴 했네요. 그런데 어떤 나라였는지 아무런 기억이 없어요. 축구대회 나가는 건 어느 나라에서 하든 그냥 잔디밭일 뿐이니까요. 9월 평가전은 월드컵 개최지에서 개최국을 만나는 만큼 월드컵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돼요. 다른 대륙의 강팀과 만나는 것도 큰 기회고요.


설영우. 서형권 기자
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점점 빨라지는 세계 축구 템포에 적응해야 한다


Q 유럽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세르비아 구단뿐 아니라 UCL에서 바르셀로나, 인테르밀란, 벤피카, AS모나코, 슈튜트가르트 등 강팀들을 두루 상대했어요. 뭘 배웠나요?


A 템포. K리그보다 템포가 훨씬 빨라요.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팀들은 당연히 빠르고, 경기 중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인 팀도 있었어요. 그리고 세르비아 리그 역시 K리그보다 빠르더라고요. 겪어보고 한국축구 템포가 느린 편이라는 걸 알았어요. 선수들 실력으로 보면 K리그가 세르비아 프로팀보다 더 강한 팀이 많을 텐데 리그 성향이 다른 것 같아요. 한국에선 선수들이 실수를 줄이고 확실한 플레이 위주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돼요. U자형 빌드업이라고 하죠? 그것도 안전한 패스 선택지를 찾다 보니까 나오는 거고요.


Q 설영우 선수 본인은 빠른 템포에 많이 적응했겠네요. 공격 포인트를 6골 7도움이나 했는데 시즌 후반기에 더 많이 나왔잖아요.


A 패스 미스가 되더라도 일단 앞으로 전진하는 팀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았고 즈베즈다도 마찬가지였어요. 저는 K리그에서 뛸 때 실수가 적고 확실한 플레이를 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즈베즈다 감독님(블라단 밀로예비치)이 절 부르시더니 '더 과감하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완벽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단 문전으로 띄우던지 돌파를 하라고요. 그러면 운이 좋아서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다리가 맞아서 들어갈 수도 있는 거니까.


Q 즈베즈다 감독이 아다리?


A 그건 제가 느낌을 살려서 번역을. 그 지시에 따라 과감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공격포인트가 늘어난 건 즈베즈다가 강팀이어서도 있지만 돌파와 크로스를 많이 하려고 의식했기 때문이죠. 그 플레이가 익숙해진 뒤 대표팀에도 적용해보려 노력하는 중이고요.


Q 템포는 유럽 강팀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아요. 클럽 월드컵 울산 경기 보셨나요? 실점 상황을 보면 선다운스가 확실한 측면 전개가 아닌, 모험적인 중앙 침투패스를 택했어요. 거기서 실점하면서 패배했죠. 울산이 더 강팀이라고 평가 받았는데 상대의 과감한 플레이에 당했어요.


A 생중계는 바빠서 못 봤는데 경기결과가 패배라길래 안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실점했군요? K리그는 빠른 템포의 경기, 과감한 플레이를 덜 할 뿐 아니라 그런 상대를 만난 경험이 적은 건 사실이에요. 울산이 잘 해야 하는데.


Q 월드컵에서 더 빠른 템포의 팀을 만날 거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앞으로 타 대륙 강팀과 평가전 경험을 쌓아야겠네요.


A 맞아요. 긍정적인 건 우리 대표팀에 유럽파가 많고, 저처럼 새로 진출하는 선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빠른 템포에 이미 익숙한 선수들이에요. 일본 보면 거의 전원이 유럽파인데 예전처럼 패스를 오래 돌리지 않고 굉장히 템포 빠른 축구를 하고 있어요. 우리도 충분히 세계 추세에 발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풋볼리스트, 설영우 제공,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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