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방문재활’ 필요성 커지는데…의료계 반발에 의료기사법 또 무산

유경진 2026. 5. 2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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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사법 개정안 또 불발…책임 소재 이견
의료계 “안전 위협” vs “민생 입법”
한 어르신이 통합돌봄 서비스를 통해 자택 진료를 받고 있다. 국민일보DB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75)씨는 3년 전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수술을 받은 뒤 후유증으로 인해 심한 보행장애를 겪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이기도 한 그는 정기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홀로 집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택시를 부르자니 왕복 교통비가 만만치 않아 이마저도 부담이다.

김씨는 2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원래도 허리디스크가 있어 걷는 게 힘들었는데 뇌졸중 후유증으로 보행장애가 더 심해졌다”며 “집을 나서는 것 자체가 힘들다 보니 치료를 제때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한결 수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병원을 찾기 힘든 노인·장애인이 늘고 있지만, 집으로 찾아가는 재활서비스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이 어려운 환자 및 가족의 요구와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이 맞서면서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위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쟁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로 규정된 현행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바꾸는 내용이 핵심이다.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가정이나 사회복지시설 등 의료기관 밖에서도 의사의 처방·의뢰를 전제로 합법적인 방문재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다.

지금은 의료기사의 방문재활이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된다. 다만 2020년 12월부터 진행 중인 ‘재활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재활병원 퇴원 환자에게 일정 기간 가정 방문 재활을 제공하고 있다. 사업은 오는 12월까지 운영되며 정부는 이후 본사업 전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기사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문재활에 제약이 걸려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의료기사법 개정은 지난 3월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맞물려 그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7일 성명에서 “의료기사법 개정은 특정 직역의 이해가 아니라 초고령사회에서 필요한 의료·재활·돌봄을 제때 제공하기 위한 민생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통합돌봄의 취지를 살리려면 방문재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의료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처방이라는 문구가 포함되는 순간 의료기사가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해석될 수 있다”며 “사고 발생 시 의사와 의료기사 간 책임 공백이 생겨 피해가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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