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악재' 딛고 승장 된 한동훈…'쇄신 독대' 발판 마련 [10·16 재보선]
'당정관계 할 말 하라' 보수결집…승인으로 꼽혀
'6차례 유세' 한동훈, '이재명·조국 맞대결' 완승
'당-대통령실 분리' 韓, 尹대통령과 '당당한 독대'
국민의힘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자리를 지켜냈다. 선거 막판 김건희 여사발(發) 악재가 터졌음에도 심상찮은 민심을 감지하고 이를 정면돌파한 한동훈 대표의 선거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당당한 독대'를 바탕으로 향후 '한동훈표' 정치에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024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가 61.03%(5만4650표)를 득표해 당선됐다. 조국혁신당과의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던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8.96%(3만4887표)를 획득하는데 그쳤다. 두 후보 간 표 격차는 22.07%p(1만9763표)다.
한동훈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에 지난달 11일부터 선거 직전인 이달 15일까지 총 여섯 차례나 지원 유세를 벌였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런만큼 금정구청장 승리는 한 대표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4차례 지원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단일화를 결단하며 민주당을 전폭 지원했던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의미는 덤이다.
금정구청장 선거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어렵지 않아야 하는 선거였다. 13대 총선에서 분구된 이후 줄곧 부산 금정구의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배출해왔기 때문이다. 현직 역시 국민의힘 소속인 백종헌 의원이다. 금정구청장의 경우에도 1995년부터 구청장 당선자 9명 중 1명을 제외하곤 모두 국민의힘(보수정당) 소속이 가져간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쉽지 않았다. 공식선거운동기간 내내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관련 리스크가 뉴스를 장식했다.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연결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본격화하면서 부산 금정구의 민심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공동 의뢰로 에브리리서치가 지난 6~7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45.8%의 지지율로 42.3%에 그칠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 여사 리스크로 부정적으로 변한 부산 민심을 뒤집은 건 한 대표였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부산 금정구 지원유세장에서 '김 여사의 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 차단과 함께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이후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10일 인천 강화군 현장최고위원회의)거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12일 부산 금정구 지원유세)고 말하면서 김 여사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여사 라인이 어디 있느냐"는 대통령실과 "윤석열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친윤계 일각의 반발을 마주하긴 했지만 한 대표는 "김 여사가 공적지위가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 라인은 존재해선 안된다"(14일 최고위원회의)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선거일 직전날인 지난 15일 명태균 씨가 김 여사와 주고 받은 문자를 폭로하면서 등장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오빠 문자 사태'가 터지자 한 대표는 즉각 "국민들이 보시기에 안 좋은 일들이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 내가 말씀드린 조치들을 신속히,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이같은 호소가 보수층의 결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지게 되면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둔 한 대표가 힘을 잃게 되고 '김건희 리스크' 해결을 위한 직언에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보수 지지층이 '가서 할 말을 하라'는 생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김재윤 전 구청장이 병환으로 별세하며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두고 "혈세 낭비"라고 발언하면서 파문을 일으켜준 것 역시 선거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금정구청장의 경우 투표율이 47%를 넘기면서 조직선거를 넘어서게 됐는데, 흩어진 보수 민심을 규합한 것에 한동훈 대표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선거 막판 명태균 문자 사태가 터지는 등 악재가 계속됐는데도 한 대표가 준비한 '당과 대통령실을 분리하는 전략'이 적중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야권의 명분없는 단일화와 실수들도 분명히 영향은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당과 정부 그러니까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모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수층이 결집한 것 같다. 그 중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게 먹힌 것 같다"고 승리 원인을 분석했다.
이번 선거의 승리로 한 대표는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과의 당정관계 재정립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주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의정 갈등,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소신을 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교수는 "소위 '오빠 문제'가 터지면서 어려워질대로 어려워진 선거를 잘 치러낸 한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며 "특히 금정구청장 선거 승리가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한 대표는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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