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미국의 치매 진단기기 회사에 투자하면서 관련 연구·개발(R&D) 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향후 신약 개발에도 보폭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삼성펀드, 'C2N' 유증 참여…1000만 달러 투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최근 미국 C2N Diagnostics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C2N이 발행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신규 규모와 확보 지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 차세대 동력 발굴을 위해 조성한 벤처 투자 펀드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총 2400억원을 출자했다. 운용은 삼성벤처투자가 맡는다.
이 펀드는 2022년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재규어 진 세러피(Jaguar Gene Therapy)'를 시작으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사 아라리스바이오테크와 에임드바이오 △생성형 머신러닝에 기반한 단백질 바이오신약 개발기업 제너레이트 바이오메디슨 등에 투자했다.
이번에 투자한 C2N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한 혈액검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바이오마커란 신체의 생물학적 프로세스, 질병 프로세스 및 약물 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C2N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혈액검사는 기존 방식인 아밀로이드 PET-CT 검사 또는 뇌척수액 검사보다 저렴하다. 안전하게 아밀로이드 베타 등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여러 단백질의 양을 정밀 측정하는 것도 강점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C2N은 의약품 등의 R&D 지원·수탁 및 관련 서비스 분야의 리딩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회사"라며 "이번 펀드투자를 통해 해당분야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밀러 넘어 신약개발 보폭 넓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해당분야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투자를 넘어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그룹에서 신약개발을 맡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다만 9종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비해 신약 개발 성과는 미미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급성 췌장염 신약물질인 'SB26'이 사실상 유일하다. 일본 다케다제약과 협력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개발한 바이오신약물질이다. 2018년 임상 1상에 돌입했지만 2020년 4월 이후 업데이트된 결과는 없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R&D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임하는 등 최근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선임한 김경아 신임 대표는 서울대 약학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독성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신약개발 전문가다.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바이오 신약개발 수석연구원으로 입사 후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시밀러개발, 공정, 품질, 인허가 등 사업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기초 연구와 전임상에도 돌입한 상태다.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인 인투셀과 협업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활용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또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삼성그룹 다른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에 있다"며 "CMO와 CDMO를 넘어 신약개발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