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M&A 나침반] 주주평등원칙과 투자계약상 투자금 반환 약정
특정 주주에 과도한 권리·혜택 부여 못해…위반시 '무효'
'주주·경영자' 모두의 이익 위해 공정한 계약 체결해야
많은 기업들은 투자를 유치할 때 투자자에게 다양한 종류와 내용의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투자자가 투자금을 보다 손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신주인수 계약 등 투자계약에 포함시키면서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피투자회사와 이해관계인(경영진 등)은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회사와 주주가 체결한 신주인수계약(투자계약) 상 투자금 반환 약정 효력과 관련해 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다른 주주보다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으로 주주와 회사 간의 관계에서는 주주 평등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주주와 다른 주주 사이에서는 주주평등원칙이 직접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 관계에서는 투자금 반환 약정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사실이 있다. 이 판결은 투자 실무에서 매우 중요한 판결인데 아래에서 이 판결의 내용과 판례의 태도 및 법리, 판결의 시사점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엔씨바이오텍의 사건을 예시로 설명한다. 이 사건의 배경은 피고 주식회사 엔씨바이오텍(이하 피고 회사)과 원고들이 체결한 투자계약상의 투자금 반환 조항의 유효성에 대한 다툼에서 시작된다. 피고 회사는 조류인플루엔자 소독제를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해당 소독제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 원고들이 피고 회사가 발행하는 종류주식을 인수하기로 했다. 양측은 2019년 6월18일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 주식인수대금(투자금)을 납입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투자계약 조항은 '피고 회사가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제품 등록을 완료하고 2019년 12월까지 조달청에 조달 등록을 마치되 원고들이 동의한 경우 1회에 한해 연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투자금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는 계약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원고들에게 회사의 성과와 상관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조항이었기에 원고들에게는 매우 유리하고 피고 회사에게는 매우 불리한 조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정해진 기한 내에 제품 등록과 조달 등록을 완료하지 못했다. 원고들은 기한 연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들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피고 회사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의 대표이자 대주주인 피고 2와 연구개발 담당자인 피고 3을 상대로도 제기됐는데 이는 피고 2와 피고 3이 투자계약에서 원고들에게 피고 회사의 위 의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다는 취지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주주평등원칙을 근거로 투자금 반환 약정의 법적 효력을 판단했다. 주주평등원칙은 상법 제369조 제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법상 중요한 원칙으로, 회사는 주주를 대할 때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수에 비례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주평등원칙은 강행규정으로 특정 주주에게만 과도한 권리나 혜택을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계약은 무효로 해석된다. 다만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다른 주주들과 다르게 대우하는 경우에도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의 주요 쟁점은 피고 회사가 특정 주주인 원고들에게만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내용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러한 조항이 주주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다. 구체적으로 피고 회사는 제품 등록을 실패할 경우 투자자이자 주주인 원고들에게 투자금을 전액 반환하기로 했고 이는 다른 주주들에게는 부여되지 않은 권리다. 대법원은 이러한 조항이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주 간의 차별적 대우는 회사의 자본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특정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계약은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이다.
대법원은 주주평등원칙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차등적 취급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몇 가지 중요한 판단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 차등적 대우의 구체적 내용: 차등적 대우가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대우가 회사의 자본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투자금 반환을 보장한 것은 다른 주주들에게 제공되지 않은 특혜였으며, 이는 자본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둘째, 회사 및 주주 전체의 이익: 차등적 대우가 회사의 재정 안정성이나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원고들에게 투자금을 반환하는 조건은 회사의 자본 기초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조항이었으며 이는 주주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다른 주주에게 미치는 불이익: 주주평등원칙은 특정 주주에게만 혜택을 주면서 다른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계약을 금지한다. 이번 사건에서 반환 약정은 원고들에게는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는 반면 다른 주주들에게는 동일한 권리가 제공되지 않아 불공평한 대우가 발생했다.
넷째, 강행법규 저촉 여부 및 주주의 본질적 지위 부정 여부 등: 강행법규에 저촉되거나 채권자보다 후순위에 있는 주주의 본질적 지위를 부정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참여 및 감독과 관련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기관이 가지는 의사결정 권한을 제한해 종국적으로 주주의 의결권이 침해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다섯째, 다른 주주의 동의 여부: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여섯째, 기타 조건: 그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해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피투자회사가 특정 주주의 투자금을 우선해 반환하는 계약이 주주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투자금 반환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것도 주주평등원칙에 반해 무효로 해석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피고 2와 피고 3은 피고 회사의 대표자 및 연구개발 담당자로서 투자금 반환에 대해 연대보증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이 연대보증 계약이 주주평등원칙과는 별개의 법적 책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즉, 연대보증은 주주평등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개별적 계약으로서 회사의 자본 기초나 주주평등 원칙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계약이라 판단하고, 피고 2와 피고 3이 원고들에게 직접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피고 2와 피고 3이 투자금 반환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고 연대보증은 유효하므로 원고들에게 투자금 반환 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투자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더라도 피고 2와 피고 3은 그 의무를 대신 이행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피투자회사가 신주인수계약 등 투자계약 체결 시 특정 주주에게만 특별한 권리를 부여할 경우 자본 안정성을 해치거나 다른 주주에게 불공평한 대우를 하게 되어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피투자회사와 투자자 간의 계약 내용의 유효 여부와 별개로 피투자회사의 이해관계인(대표이사 등)이 피투자회사의 투자자에 대한 의무이나 의무에 대해 연대보증한 계약이 독립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핀단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해관계인이 연대보증을 할 경우에 개인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영자들이 투자자 등과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할 때 그 법적 책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위 대법원 판결은 피투자회사, 경영자, 투자자 등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투자 계약 체결 시 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투자자는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 피투자회사 및 이해관계인에 대해 보다 많은 권리를 가져가려고 하지만, 주주평등원칙 등 상법의 기본 원칙에 반하는 권리까지 보유할 경우 해당 권리는 무효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인 등이 투자자와 체결한 연대보증 계약의 법적 책임이 피투자회사와 투자자 간의 계약상 책임과 별개로 판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위 대법원 판결의 내용에 따르면 연대보증은 주주평등원칙과는 별개로 경영자 개인이 부담하는 법적 책임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번 판결은 주주평등 원칙의 재확인과 더불어 기업 경영에서 공정성과 자본 안정성, 주주간의 평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할 경영자의 책임을 다시금 강조했다.
주주와 경영자 모두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공정한 계약을 체결할 때 회사 운영과 주주, 투자자와의 관계에서 더 큰 성공과 만족을 가져온다. 위와 같은 점과 위 대법원 판례의 판단 내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 피투자회사와 투자자, 그리고 경영자가 함께 윈윈하는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
유한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