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 없이 헤쳐나가기 힘든 상황 온다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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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24일 서울에서 열린 제27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 한국 국방부의 윤봉희 국방정책실장 대리(왼쪽)와 미국 국방부의 존 노 동아시아부차관보(오른쪽)가 양측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
| ⓒ 국방부 |
국방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의 추진 현황을 점검했고 조건 충족의 상당한 진전에 공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양국 국방부 보도문에는 전작권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환에 필요한 조건 충족이 상당히 진전됐다는 데만 양국이 공감했을 뿐 구체적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군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주권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을 '조건 충족'이니 '상당한 진전'이니 하는 사족들을 붙여 합리화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다. 더군다나 동아시아 정세가 예측불허 상태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군대 지휘권마저 남의 판단에 맡긴다면, 예측불허는 더욱 가중된다.
지금 동아시아의 최대 안보 위기는 남북한 대립이나 북미 대립이 아니라 미국 진영과 중국의 대립이다. 이는 미국의 시선이 대만과 남중국해로 점점 쏠리는 현실이 증명한다.
앞이 불투명한 상황
미국 시각 18일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대만에 대한 4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공여 승인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각 19일에는 미·중 정상 전화 통화에 관한 발표문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미·중 간의 통상 현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누그러트리는 일들이 이렇게 일어났지만,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국 진영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 16일에는 미 국무부가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사실이 보도됐다. 3월 29일에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고 미국 본토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내용이 담긴 국방잠정전략지침을 수립한 사실이 <워싱턴포스트>에 보도됐다.
4월 1일과 2일에는 중국군이 대만섬을 포위하는 훈련을 했다. 14일에는 중국군의 침공을 상정한 대만군 군사훈련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했다고 대만 <연합보> 등이 보도했다. 7월 14일에는 중국 국방부 대변인이 '대만해협 중간선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군사적 긴장은 대만 밑의 필리핀에서도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충돌하거나 중국을 겨냥한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필리핀 수산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베트남·필리핀·브루나이의 중간쯤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남사군도) 해역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필리핀정부 선박 2척에 물대포를 쏘고 측면을 들이받았다. 중국 측에 따르면, 7월 15일 스프래틀리군도보다 북쪽이고 필리핀에 훨씬 가까운 스카버러암초(황옌다오) 부근에서 필리핀 해안경비대 선박이 중국 해경 선박 2척에 접근해 도발했다.
필리핀과 중국의 긴장 고조는 필리핀인들의 분주한 모습으로도 확인된다. 필리핀은 6월 2일에는 유럽연합(EU)과의 안보국방대화협의체 설치에 관한 공동 브리핑을 열었고, 8월 5일에는 인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22일에는 호주와의 국방협력강화협정을 내년에 체결하기로 하는 의향서에 서명했다.
종래의 동아시아 해역에서는 '미국·대만과 중국의 대립'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금은 필리핀이 가세해 '미국·대만·필리핀과 중국의 대립'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이 한일 양국을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끌어들이는 지금의 추세가 좀 더 진행되면, '미국·대만·필리핀·한국·일본 대 중국(·북한)의 대립'으로 확대된다. 동아시아 대결의 판은 더욱 커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앞이 불투명한 이런 상황을 전시 지휘권도 없이 헤쳐나가기는 무리다.
한국군은 미군의 전시작전지휘를 받는다. 이런 한국이 대만 문제에 빨려 들어가고 미·중 충돌이 격화되면, 한국군은 중국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전시 상황에서는, 미군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이 '미국의 군대'로 비치기 쉽다. 한국군이 독자적 지휘권을 갖고 있다면, 중국의 경계 대상이 될 가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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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7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한국군 K200 장갑차가 부교 도하를 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제11공병대대 등이 참여했다. |
| ⓒ 연합뉴스 |
콜비 부차관보와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대담을 정리한 2024년 1월 20일 자 <미국의 소리> 기사 '타이완전쟁 시 한국 스스로 방어해야'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부추겨 2개의 전쟁이 벌어지게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콜비는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 진영과 전쟁하는 것은 '우주적인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도박을 성공시키기 위해 김정은을 얼마든지 부추길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북한을 부추겨 한반도와 주한미군 등에 문제를 일으키게 하는 건 중국이 그런 상황에서 고려하는 다른 것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일이죠. 따라서 2개의 전선은 매우 현실적 시나리오입니다."
시진핑이 두 개의 전쟁을 유도할 경우에 미국이 어떻게 할지,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명확하다. 콜비는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공격 시에도 중국의 개입에 대비해 핵심병력 투입을 보류해야 하니까요. 또 중국의 승리를 막는 게 북한의 어떤 행동보다 미국에 훨씬 중요하니까요. 따라서 한국 방어를 맡는 건 본질적으로 한국이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합니다."
종전과는 전혀 다른 안보 환경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의 신경은 그리로 쏠린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가 또 다른 화염에 휩싸인다 해도 미국은 제대로 신경을 쓰기 어렵다. 그런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험하다. 수술 중인 의사가 다른 수술실의 환자 상태에 신경을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한반도에 집중할 수 있는 군대가 지휘권을 보유하는 게 상식이다.
한국군의 군대 지휘권이 불완전한 지금의 구조는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한국군의 대응력을 떨어트린다. 이 점은 이명박 정부 때의 연평도해전에서도 증명됐다.
국방대학교 교수 출신인 정경영 한양대 교수는 이번 9월호 <군사저널> '한미 전작권 전환 추진, 왜 절박한가?'에서 "2010년 11월 23일 대낮에 연평도에 수백 발의 포격으로 우리의 영토가 유린되었는데도, 유엔사 정전 시 교전규칙에 얽매여 우리 군은 K9 야포로만 대응하고, 출격했던 KF-16이나 F-15K 전투기가 응징보복을 못하고 회항하였다"고 한 뒤 이렇게 설명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전협정을 지키기 위해 유엔사의 교전규칙에 따라 도발 무기체계에 상응하는 무기로만 대응해야 한다는 비례성의 원칙과, 치사율이 높은 무기로 도발해 올 경우 대응사격 승인권한이 상향되어 실기함에 따라, 제대로 된 응징보복을 할 수 없었다. 평시에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나 방어준비태세(DEFCON)가 격상되면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로 전환된다."
유엔군사령부의 교전규칙에 따라 상대방의 무기와 원칙상 비슷한 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한국군의 평시 대응력에 지장을 준다는 지적이다. 한국군의 평시 작전지휘권도 완전하지 못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전시건 평시건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완전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는 북한군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의 군사적 꿈틀댐이 활발하다. 종전과는 전혀 다른 안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군대가 어떻게 지휘될지마저도 불확실한 상태로 놔두는 것은 위험하다. 전시작전통제권만이라도 불확실이 아닌 확실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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