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뿜는 '초록 쓰레기' 뒤덮인 제주 해변..'주황 조끼' 나섰다

“바다가 아니라 파래밭이네요”
26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섭지해변. 250m 길이 해변이 잔디밭으로 보일 만큼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푸른 비닐처럼 생긴 녹조식물(해조류)의 정체는 구멍갈파래다. 햇빛에 드러난 구멍갈파래는 모래나 돌 위에서 부식해 비릿한 악취를 내뿜는다. 가까이 다가가니 썩은 파래 더미 위로 날파리 떼가 날아다녔다. 파래로 가득한 바구니를 든 최승호(47)씨는 “마스크를 안 쓰면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4시간 동안 쌓인 파래 더미 285t

백사장에 들어온 굴착기가 파래 더미를 밀어내자 흰색 모래가 드러났다. 중장비 4대가 동원됐지만 파도에 밀려오는 파래에는 역부족이었다. 봉사자들이 모래 아래 파묻힌 파래를 뽑아 바구니에 담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파래를 갈퀴로 끌어모으고, 돌 틈에 낀 파래는 장갑 낀 손으로 꼼꼼히 닦아냈다.
이날 4시간에 걸쳐 파래를 걷고 나서야 해변은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봉사단이 수거한 파래는 15t 트럭으로 19대, 약 285t에 달했다. 지난해 바다 쓰레기 줍기에 이어 파래 제거에도 참여한 배은정(40)씨는 “허리가 아프지만 결국 사람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깨끗해진 해변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파래 썩은 내에 창문도 못 열어

이곳 주민들은 한때 명소로 손꼽혔던 섭지해변이 골칫거리가 됐다고 호소했다. 악취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지도 오래다. 인근 주민 최윤순(63)씨는 “바닷바람을 타고 냄새가 들어와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 수 없다”고 말했다.
신양리 이장 정광숙(67)씨는 “어선들이 파래에 걸려 배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다. 예전에는 민박에 남는 방이 없을 정도로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파래 때문에 마을 경제가 다 죽었다”고 토로했다.
중앙그룹, 해안 정화 활동 지속

봉사에 참여한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매년 청정 바다지킴이 사업을 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민간이 동참해주면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훈 중앙일보 편집인은 “콘텐트 기업으로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중앙그룹은 지난해 제주도와 ‘해안정화 활동 공동실천 업무협약(MOU)’을 맺고 매년 해안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휘닉스제주 투숙객을 대상으로 바다 쓰레기를 줍는 ‘바다쓰담’ 행사가 진행 중이다. 참여한 모습을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친환경 고체 샴푸 등 여행 키트를 받을 수 있다.
제주=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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