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복서’ 마동석 “취미 아닌 사업”…CEO 본능 빛났다
대중이 기억하는 배우 마동석의 이미지는 단순하면서도 강력하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범죄자들을 맨주먹으로 구겨 넣던 ‘괴물 형사’ 마석도, 혹은 스케줄이 빌 때마다 체육관으로 달려가는 지독한 ‘복싱광’ 정도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타격감은 그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언어였고, 대중은 그에게서 복잡한 셈법보다는 통쾌한 ‘한 방’을 기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첫 방송된 복싱 예능 ‘아이 엠 복서’의 뚜껑을 열어보니, 이 익숙한 고정관념은 기분 좋은 배신감으로 바뀐다. 마동석은 이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더불어 자신이 소유한 영화사, 매니지먼트사, 복싱 체육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도록 큰 그림을 그렸다. 영화에서 보던 ‘행동파 괴물 형사’가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두뇌파 CEO’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셈. 배우라는 타이틀 뒤에 가려져 있던 전략가 마동석의 진짜 경영 노트를 펼쳐본다.

이런 구조를 움직이는 동력은 복싱을 향한 그의 지독한 ‘진정성’에 있다. 이는 단순히 운동을 오래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19세(1989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 설거지, 막노동, 클럽 가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에도 그가 유일하게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복싱 글러브였다. 생존이 걸린 척박한 환경에서도 지켜낸 꿈이었기에, 복싱에 대한 그의 애정은 비즈니스 수단을 넘어선 ‘인생의 과업’에 가깝다. 그래서 그가 하는 복싱 콘텐츠에는 자연스레 ‘진심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경영학 용어로 ‘창업자-시장 적합성(Founder-Market Fit)’에 해당한다. 어려운 용어 같지만 뜻은 간단하다. ‘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는, 그 바닥에서 직접 굴러본 창업자 본인뿐’이라는 이치다.
마동석은 책상 머리에서 복싱 산업을 분석한 ‘관찰자’가 아니다. 링 위에서 피땀을 흘리며 배고픔과 부상의 고통을 직접 체험한 ‘당사자’다. 그렇기에 소비자(관객)는 그가 돈을 벌기 위해 복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본과 역량을 쏟아붓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실제 영화 ‘범죄도시’ 흥행 후 국내 복싱 체육관 등록이 300% 급증했다는 대한복싱협회의 발표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실물 경제 수요를 어떻게 견인하는지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오랜 기간 반목해온 국내 여러 개의 프로복싱 협회(KBC, KBF,KBM, KBA)와 대한복싱협회까지의 화합을 이끌어냈다. 프로와 아마추어 양측이 동수로 참여하는 심판진을 구성해 ‘공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조직의 갈등을 조정하는 리더십, 이건 전형적인 유능한 경영자의 모습이란 평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방송사와의 ‘IP(지식재산권) 전략’이다. 통상 방송사가 IP를 독점하는 관행을 깨고, 방송사와의 우호적 협의를 통해 IP를 공동 소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당장의 출연료(Cash Cow)보다 프로그램을 장기적 브랜드로 육성해 파생 사업을 주도하겠다는 미래 가치 투자(Investment) 전략이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패권이 IP 소유권에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이런 면모는 기획 초기 단계의 비하인드 스토리에서 드러난다. 당초 마동석과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결승전을 복싱의 성지(聖地),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개최하려 했다. 비록 스태프, 출연 선수들의 미국 비자 발급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무산됐으나, 이 대담한 시도 자체가 이 프로젝트가 태생부터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조준하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또한 마동석이 할리우드 진출을 통해 구축한 글로벌 액션 스타로서의 입지는, 신규 콘텐츠를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강력한 마케팅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역할을 수행한다. 그가 직접 복싱 예능을 제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복싱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 또한 참여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이 글로벌 OTT 플랫폼인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단순한 방송 송출을 넘어, K콘텐츠의 성공 방정식을 스포츠 비즈니스에 이식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과거 무명 배우 시절, 작은 월세방 벽에 “범죄도시 시리즈, 복싱장, 복싱 콘텐츠, 할리우드 진출, 10년 안에 이 꿈들을 모두 이룬다”고 적어놓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채찍질했던 마동석. 이제 그 약속을 현실로 증명해내고 있다. 배우와 제작자의 경계를 넘어 기업가로서 자신의 비전을 구체적인 콘텐츠 사업으로 구현한 것이다.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뜨리던 그의 물리적인 ‘한 방’은, 이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장의 불황과 한계를 타파하는 강력한 ‘원 펀치’ 경영 전략으로 여물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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