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빙하기..황금알 낳는 알짜 기업은?
최근 IT 관련 스타트업 A사는 들어오기로 했던 투자금이 안 들어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두 곳의 벤처캐피털(VC)에서 5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기로 계약까지 다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두 곳 VC 모두 투자심의위원회까지 통과해 입금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입금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한 VC 측 심사역으로부터 “지주사에서 2분기부터 당분간은 투자를 전면 보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특히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은 일단 지켜보자고 한다. 미안하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후 함께 투자하기로 했던 다른 VC 역시 다시 검토해보겠다며 돌아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경기 하강 등의 여파가 벤처투자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 빙하기가 시작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투자 유치나 상장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투자 빙하기 시대, 오히려 알짜 기업은 더욱 각광받는 분위기다.

▶투자 한파에도 유니콘 등장
▷오아시스마켓, 해긴, 리디 줄줄이
올해 6월 새벽배송 ‘오아시스’를 운영하는 오아시스마켓은 이랜드리테일을 전략적 투자자(SI)로 맞아들였다. 이랜드리테일이 오아시스 지분 3%를 33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오아시스의 전체 몸값은 1조1000억원으로 책정됐고, 오아시스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반열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이랜드 측은 계열 유통 회사인 킴스클럽과 오아시스를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랜드리테일이 오아시스마켓에 손을 내민 이유는 여럿이 있겠지만 동종 플랫폼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랜드 관계자는 “모회사 지어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작부터 흑자 경영을 해온 노하우를 높이 평가한다. 합배송(주문한 여러 물건을 한 박스에 담아 배송) 등 고차원 물류 방식을 채택하고도 알짜 기업으로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오아시스마켓은 2018년 3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시작으로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2021년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흑자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한 989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증가한 44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현재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해 주관사 선정을 마친 후 예비심사청구를 앞두고 있다.
투자 한파라지만 국내외 투자사가 줄을 서서 투자하고파 하는 국내 게임 회사도 있다. 이영일 전 컴투스 창업자가 회사 매각 후 연쇄 창업한 ‘해긴’이다. 2017년 설립 후 이듬해 바로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매출액 332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달성했다. ‘홈런 클래시’ ‘오버독스’ ‘익스트림 골프’ ‘플레이투게더’ 등 신규 모바일 게임이 선전한 데다 대부분 유저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남다르다.
그 덕에 올해 상반기에만 카카오게임즈, 넵튠, KDB산업은행, 넷마블, 넷이즈, VNG, SK스퀘어, SK텔레콤 등 국내외 대형 투자사가 서로 투자하겠다고 줄을 섰다. 올해 상반기 총 1500억원이 보통주로 투자됐다. 기업가치는 덩달아 커져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해긴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회사로 각광받는다. 여러 사람이 대화하며 참여하는 게임, 일명 소셜 플랫폼 ‘플레이투게더’ 덕분이다. 이 게임은 출시 1년 만에 1억 다운로드, DAU(하루 순 이용자) 400만을 달성했다. 지난해 ‘2021년 대한민국을 빛낸 최고의 메타버스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더불어 ‘소수의 핵심 유저가 매출을 많이 내는 게임, 대세 장르를 따라가지 않는 전략’으로 캐주얼 스포츠, SNG, 시뮬레이션, 액션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신작도 계속 준비 중이다.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는 2020년 첫 흑자 기록,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 2037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올린 회사가 있다. 올해 초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2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 기업이 된 ‘리디’다. 국내에서는 리디북스, 리디페이퍼로 유명한 ‘리디’는 해외 투자사 사이에서는 웹툰·웹소설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리디는 26만개의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16국에서 1위인 웹툰 앱 ‘만타’도 보유하고 있어서다. 리디의 메가 히트작인 ‘상수리나무 아래’가 글로벌 웹툰으로 출시되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팬덤을 구축하는 저력을 과시한 것도 투자 한파를 이겨낸 ‘신의 한 수’. 리디는 양질의 콘텐츠 IP(지식재산권) 발굴은 물론 웹툰, OST, 영상 콘텐츠 등으로 확장하는 전략으로 사세를 키워나가고 있다 .

▶흑자 사업 모델이 효자
▷원티드랩·바비톡 승승장구
채용이 일어나는 시점에 채용자 연봉의 7%를 수수료로 받는 차별화된 수익 구조. 여기에 더해 프리랜서 매칭 전용 플랫폼 ‘원티드 긱스’, 이용자의 커리어 성장을 위해 콘퍼런스나 교육을 제공하는 ‘원티드 플러스’, HR 솔루션을 제공하는 ‘원티드 스페이스’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
증권사 보고서마다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회사가 있다. 데이터 기반 채용 서비스 ‘원티드(Wanted)’를 운영하는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이다.
원티드랩은 2020년까지는 적자 기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상장도 했다. 실적도 우상향곡선이다. 지난해 매출액 317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 4분기 연속 흑자 달성은 물론 2015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명확한 수익 모델로 꾸준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또 있다.
2012년 국내 최초 미용의료 정보 앱으로 시작한 바비톡이 그 주인공. 앱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 월평균 이용자 수(MAU) 50만으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더 의미 있는 지표는 이익률이다. 바비톡은 설립 이래 한 차례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7%(지난해 매출액 200억원)를 기록했다. 병원 이용 후기, 이벤트 등 성형 필수 콘텐츠 자산을 기반으로 두터운 충성 유저층이 쌓였고 명확한 사업 모델까지 구축한 덕분이다.
수익 구조는 명확하다. 이용자가 앱을 통해 성형 시 수술 이벤트를 신청하면 병의원에 광고비가 과금되는 방식이다. 월평균 50만명이 자의로 방문하는 앱이다 보니 마케팅 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매출이 일어나는 상황이라 매출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익으로 잡힌다. 회원 수 500만 규모 앱이라는데 직원 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바비톡 관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 강남에 집중된 시술 서비스 시장을 거주지 또는 주요 방문 지역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추후에는 에스테틱, 피부 관리, 마사지, 왁싱 등 미용 관리 영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해 새로운 미용 슈퍼앱 플랫폼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비톡은 올해 1분기 매출 6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8%의 매출 성장을 이뤄냈으며, 영업이익도 10억원을 넘겨 ‘계속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외서 금맥 캐다
▷산돌·이파피루스 해외 매출 급증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거나 해외 업체 M&A를 통해 알짜 회사로 거듭나는 스타트업 사례도 있다. 산돌체로 유명한 ‘산돌’이 전자라면 ‘이파피루스’는 후자다.
산돌은 국내에 폰트(글씨체) 산업이 전무하던 1984년 석금호 창립자(현 산돌 의장)가 설립한 ‘산돌타이포그라픽스’가 전신이다. 국내 최초 폰트 기업인 산돌은 650여종의 주요 폰트를 직접 개발해왔다. MS오피스에 기본 탑재돼 있는 ‘맑은 고딕’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2014년부터는 플랫폼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창작자(크리에이터)가 서체를 개발해 올리고 거래도 이뤄지는 일명 ‘산돌구름’ 플랫폼 서비스가 그것이다. 2017년 윤영호 현 대표가 합류한 이후 국내 폰트 업체뿐 아니라 해외 업체도 대대적으로 참여, 글로벌 폰트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됐다. 7월 기준 24개의 국내외 폰트 기업, 스튜디오가 입점해 있으며 10개 국어 2만여종 이상의 폰트를 제공한다. 국내외에서 거래될 때마다 산돌구름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사업 구조다. 더불어 기업용 폰트를 만들어주는 글로벌 B2B 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MS오피스에 기본 탑재된 ‘맑은 고딕’을 비롯해 애플의 ‘Apple SD 산돌고딕 NEO’, 구글의 ‘본고딕’, 아이비엠의 ‘IBM Plex Sans’ 등 기본 한글 폰트를 산돌에서 유료로 제작해줬다. 이런 식의 사업 모델이 알려지면서 해외 업체의 주문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덕에 지난해 매출액 120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올렸고 여세를 몰아 올해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꾸준히 흑자를 내면서 자금력을 확보, 해외 기업 M&A로 사세를 키우는 대표적인 스타트업도 있다. 이파피루스다.

이파피루스는 ‘아래아한글’, MS워드, JPG파일 등 다양한 파일을 PDF로 쉽게 변환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 전문 회사다. 2005년 내놓은 서버용 솔루션 ‘PDF 게이트웨이(PDF Gateway)’로 유료화 모델을 만들고 국내 최초로 HTML 뷰어 솔루션인 ‘스트림닥스(StreamDocs)’라는 문서 스트리밍 제품을 선보이면서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이때부터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2020년 매출액 66억원, 영업이익이 28억원, 지난해 매출액 93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언뜻 보면 소기업처럼 보이지만 30%대 영업이익률은 IB(투자금융) 시장에서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이 회사는 하나벤처스, 에이벤처스 등 9개 투자사로부터 25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에이펙스, 일본 쿠미나스 등 해외 전자문서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다. 그 덕에 올해 연결 기준 예상 매출액 260억원, 영업이익 70억원, 내년에는 매출액 35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급성장하게 됐다. 여세를 몰아 이파피루스는 이르면 2024년 IPO(기업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뷰 | 신호택 바비톡 대표

미용의료 슈퍼앱으로 외형 성장 꾀할 것
Q 영업이익률이 37%인 것은 놀랍다. 다만 매출액(200억원)만 놓고 보면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A 인정한다. 외형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마케팅 부문 투자도 늘리고 있다. 그 결과 트래픽 측면에서 빠르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기준 DAU(앱 하루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했다. 마케팅 투자비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회수되는데 BEP(손익분기점) 시점은 평균 9개월 정도다. 지난해부터 투자를 시작했으니 2년 후면 마케팅 투자비의 2배가 약간 넘는 수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그 외 신규 사업 모델인 ‘미리결제’ 서비스도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미리결제란 병원 방문 시 불필요한 상담이나 추가 결제 없이 시술권을 바비톡 앱에서 선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조만간(7월 중) 과금이 적용되면 올해 말에는 매출의 10~15% 추가 창출이 기대된다.
Q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이처럼 빠르고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A 수익성 유지, 확대를 전제로 한 보수적인 사업 기조, 미용의료 관련 사업 자체가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비결로 꼽을 수 있다. 바비톡은 2012년 12월 창업 후 빠르게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효율적인 조직과 비용 관리 그리고 앱 사용 방식을 최대한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어 앱을 통해 입소문을 낼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춘 끝에 빠르게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Q 바비톡은 ‘미용의료 슈퍼앱’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A 바비톡은 미용의료 정보 앱을 넘어 대면 미용 영역(성형, 시수술, 관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 바비톡이 정의하는 미용 슈퍼앱은 대면 미용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IT 기술과 데이터 기반으로 혁신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나에게 맞는 성형외과, 피부과를 찾는 소비자만 쓰는 앱이 아니라 앱 하나만 깔면 병원 관계자는 CRM, 유통 플랫폼, 광고 솔루션 등의 용도로 쓰고 화장품 업체 입장에서는 시장조사 용도로 쓰는 식의 슈퍼앱으로 진화시키는 게 목표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7호 (2022.07.13~2022.07.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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