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진 상설특검 이종호 먼저 겨눴다

‘도이치 주가 조작’ 깊숙이 연결된 인물
김 여사보다 ‘지류’ 통한 압박 제고전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왼쪽 사진)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을 공식화한 상설특검의 수사 대상을 보면 김건희 여사보다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조준하고 있다. 이씨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깊숙이 관여된 인물이다. 개별 ‘김건희 특검법’에 비해 수사 기간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설특검 수사팀으로 ‘본류’인 김 여사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지류’라 할 수 있는 이씨 수사를 통해 여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상설특검은 김 여사보다는 이씨를 중심으로 한 사건을 묶은 것”이라며 “이씨를 두드리다보면 김 여사로 향하는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설특검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 핵심 사안을 맡겼다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겠다는 의중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명시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서는 모두 이씨가 언급된다. 세관 직원들의 마약 사건 연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서는 이씨가 해당 경찰 간부 인사를 챙겨주려 했다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또 해병대 예비역 단체 대화방에서 이씨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고 언급한 뒤 삼부토건의 주가가 크게 오른 일과 관련해 야당은 ‘주가조작 단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공천개입 의혹보다는 상대적으로 김 여사의 개입 여부나 역할이 모호한 사안들이다.

민주당은 그간 각종 국회 청문회를 통해 김 여사 의혹 관련 특검 가동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 등으로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설특검 카드를 활용해 다시 한 번 김 여사 특검을 위한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있다.

상설특검 수사 대상에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사건도 포함됐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이씨를 비롯한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으로 대응해 왔는데, 이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에 고발해도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상설특검으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을 기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또 추천된 상설특검을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이 역시 명백한 법률 위반에 해당해 탄핵 사유로 언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