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서 80대男 바다 빠지자…1초의 망설임 없이 뛰어든 영웅 [영상]

손성배 2024. 9. 2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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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30대 소방관이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전남 여수의 한 섬에서 바다에 빠진 80대 노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기소방학교 화재감정분석팀 소속 김의빈(34) 소방교는 지난 15일 오후 2시 54분쯤 금오도 여천항에 정박한 여객선에서 내리던 도중 80대 남성 노인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며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 바로 뒤에서 하선하던 김 소방교는 바다에 빠진 A씨가 얼굴을 바닥 쪽으로 향해 미동 없이 떠 있는 모습을 보고 어깨에 멘 가방과 두 손에 들었던 짐을 내려놓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김 소방교는 “바다에 빠진 할아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여 물속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배가 떠밀려 갈 정도로 강한 너울성 파도가 세게 일었지만, 김 소방교가 뛰어들자마자 뻗은 손에 A씨 셔츠가 닿았다. 뭍으로 끄집어낸 A씨가 의식을 되찾지 못하자 김 소방교는 “제가 소방관입니다. 119에 신고해주세요”라고 외치며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A씨가 바닷물을 토하며 의식을 되찾자 김 소방교는 외상을 확인했다. A씨의 왼손 엄지부터 검지까지 뼈가 보일 정도로 10㎝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어 체온 유지와 CPR을 위해 벗겼던 A씨의 셔츠로 압박 지혈을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추석 연휴를 맞아 조부모댁 방문차 전남 여수 금오도를 찾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김의빈(34) 소방교가 여객선에서 내리다 바다에 빠진 80대 할아버지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은 구조 당시 김 소방교가 할아버지를 구하려고 뛰어드는 모습이 담긴 금오도 여천항 CCTV 갈무리. 사진 김의빈 소방교

김 소방교는 “섬 안엔 봉합 수술을 할 병원이 없다고 하기에 전남 소방 상황실에 소방관이라고 밝힌 뒤 다친 어르신이 타고 온 여객선으로 여수로 되돌아가 치료를 받으시는 편이 낫겠다고 알렸다”며 “할아버지가 의식을 되찾아 천만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소방교는 119구급대 경험이 없는 소방관이었다. 경남 양산에 있는 민간 기업에서 위험물관리 업무를 하다 지난 2020년 화재조사 경력채용으로 소방관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불을 끄거나 인명을 구하는 구급대 업무를 해본 적은 없지만 실제 상황을 맞닥뜨리자 소방학교 시절 교육훈련 과정에 반복 숙달한 구급·처치법이 체득한 대로 나왔다”며 “소방이 국가직이 되면서 재난 상황이 닥치면 경기도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서든 모든 국민을 지키는 일을 맡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방교의 해상 인명 구조 사실은 지난 1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여객선사 직원이 글을 올리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글쓴이는 “이름만 알려준 소방관이 지체 없이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어르신을 구하고 응급처치도 잘해줬다”고 썼다. 김 소방교의 상사인 남성우 경기소방학교 화재감정분석팀장(소방령)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소중한 생명을 구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난 15일 추석 연휴를 맞아 조부모댁 방문차 전남 여수 금오도를 찾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소속 김의빈(34) 소방교가 여객선에서 내리다 바다에 빠진 80대 할아버지를 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사진은 경기소방학교 화재조사연구동에서 김 소방교. 손성배 기자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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