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은 자전거 타는 친구가 줄어들고, 저녁 자리에도 술이 없다는 것

박희종 2024. 10. 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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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앉아서 늙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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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기자]

일층으로 안경을 가지러 내려왔다. 갑자기, 내가 왜 내려왔지? 이층으로 다시 올라왔다. 컴퓨터에 앉아 작업을 하려니 보이질 않자 생각이 난다. 가끔 있었던 일인데 빈번해졌다.

버스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어린 학생들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맑은 눈망울에 반짝이는 피부가 눈부시다. 어떻게 저런 피부를 가질 수 있을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아이들 피부를 보면서 내 피부를 돌아본다. 많은 세월을 살아온 덕인가 보다.

오래전 장모님과 나들이를 했다.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장모님은 늘 피하셨다. 세월은 흘러갔고 그 시절이 된 나는, 사진 찍는 것이 망설여진다. 기어이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

배낭여행을 다니던 시절, 기행문을 쓰면서는 메모도 고민도 없었다. 세월은 모든 것을 망가트렸다. 메모가 없으면 한 장도 써가기 어려운 시절이다. 와, 머리가 이렇게 되었구나! 혹시 치매가 온 것은 아닐까? 친구가 하소연이다. 어제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세월 따라 당황스러운 일들,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노년의 삶과 외로움 외로움과 함께해야 하는 노년의 삶, 언제나 부정하고 살수는 없다. 세월의 흐름을 인정하며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늘까? 사람마다의 적절한 방법으로 고민하는 수 밖에 없으니 더 고민이 깊어진다.
ⓒ 픽사베이
세월 따라 살아야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친구가 마라톤을 포기했단다. 근육부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한단다. 하루에 80km를 자전거를 타던 친구도 쉬고 있다. 경쟁하듯이 뛰고 라이딩을 하던 친구들이다. 왠지 모자란듯한 운동은 반드시 채워야 했다. 기어이 먼 거리를 갔다 와야 마음이 편했다. 허리가 고장 났고, 다리 근육은 안녕하지 않다. 쉼을 주며 살아야 하는 세월임을 늦게서야 알았다.

하프마라톤, 한 시간 40분대에 뛰었으니 괜찮은 실력이었다. 몇 년 지나자 무릎이 골을 부려 10km로 줄였다. 10km를 뛰는 중에 종아리에 문제가 생겨 다시 반으로 줄였고, 일주일에 서너 번 5km를 뛴다. 어떻게 할까? 서러움과 고민이 겹치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타던 친구들이 줄어든다. 10여 명이 대여섯 명이 되었다. 대부분 무릎이 골을 부려 포기하고 말았다. 어리석은 고집은 삶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갖는 저녁 자리에 이젠 술이 없다. 술이 빠지면 어색하고, 밤을 새우던 술은 모습을 감추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커피집을 드나들고, 적당한 운동과 음주로 건강을 챙기며 산다. 배가 부르다면서도 젓가락을 놓지 못한 것은 음식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세월이 가면서 많은 양은 부담스럽고, 왠지 불편함을 이겨낼 수 없다. 운동량도 조절하고, 음식도 삼가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느림은 여유와 쉴 틈을 주었다. 여유와 쉼은 처지는 삶이 아니라 고민을 빛내는 방법이었다. 살아오며 터득한 삶의 지혜다.
▲ 노년의 여유 노년을 살아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함께 하는 삶, 여기엔 건강과 다양한 취미생활이 있어야 한다. 운동은 필수여야 하고, 여행이나 독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외로운 노후를 맞이 할 수 밖에 없다.
ⓒ 박희종
늙음을 탓하고만 살 수는 없다

무모한 도전을 좋아했다. 하프 코스를 뛰어낼까 궁금했고,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포항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라이딩이 가능할까 궁금했다. 무모하고도 어리석은 듯한 도전은 언제나 상쾌했다. 언제 또 해 볼 수 있겠는가? 지금 아니면 죽을 때까지 할 수 없다는 생각, 젊음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젊음에 무모한 도전이라면 이젠, 안전한 도전이다. 하루를 걷는 도전보다는 몇 시간의 걸음을 택하고, 먼 거리대신 친구들과 어울리는 라이딩이다. 빠른 등산 대신 자연과 어울리는 등산이고, 무게보다는 효율적인 운동이다. 속도를 자랑하고, 무게를 경쟁하며 먼 거리를 즐겨했다. 이겨야 했고 앞서야 했으며, 해내야만 했다. 세월과 몸은 알려주었다. 이제는 경쟁이 아닌 함께 즐기는 운동이다. 무리 없는 안전한 삶이 살아감의 방법이다. 그러나 자주 잊어버리는 습관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가지고 가야 할 것을 잊고, 해내야 할 것을 또 잊고 만다. 어떻게 할까? 기어이 행동의 순서 정했고, 일의 순서를 기억한다. 행동의 알고리즘을 고민하고, 일은 순서를 세분했다. 일의 순서를 기억하면서 필요한 물건이 떠오르고 실수는 줄어든다. 언제나 후딱해버리던 일은,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며 실수 없이 일을 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실수가 줄어드는 삶이 되었다.

세월의 지남은 누가 막을 수 있다던가? 모든 것을 수긍하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앉아서 늙음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타 매체에 게재된 것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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