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 러닝 1년 후기 - 샌프란시스코 풀, V.02 훈련, 신발 등

안녕하세요,

쓸까 고민하다 그간 여기서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 올립니다. 참고로 해외 런갤러 입니다.

저는 작년 6월 초 러닝을 처음 시작했고 계기는 3월에 당했던 고속도로 후방 추돌 교통사고 였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한달 정도 누워있다가 친구의 권유로 슬슬 뛰기 시작했는데 약 90k 정도 뛰어보고 7월 말 10k 대회를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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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경험으로 두가지를 배웠는데:

- 제 심박이 많이 높다는 걸 알았습니다. 대회 후 가민 HRM 사서 착용하는데 5분 유지 최대 심박이 202 정도 나옵니다.

- 당시 이베이 핫딜로 구매한 프로3이 제 유일한 러닝화 였는데 무리하다 보니 발목 내전 인대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네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때의 대회뽕으로 올해 풀 마라톤을 일단 신청하는데, 작년 9월~12월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거의 뛰지를 못하고 올해 1월 부터 V.02를 이용 24주 훈련을 시작합니다.

훈련을 복기 하자면:

- 2, 3, 4, 6월 200k 정도 뛰었고, 5월엔 잔부상 회복 및 여행으로 쉬어갔습니다

- V.02 훈련 약 80% 정도 수행했고 vdot 32 정도로 시작해서 42 정도로 끝났습니다

- 훈련의 메인은 조깅이고 (+조깅 후 질주) 가끔 마라톤 페이스나 초보용 스피드 훈련을 넣어주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 유일하게 어려웠던건 회복 할 시간 부족으로 TT 할 여유가 없을때가 많았는데, 이지런 기준 심박이나 체감으로 임의로 vdot을 계속 올렸습니다

- 동시에 Runalyze도 보기 시작했는데 현재 훈련 결과 및 추세를 보기에 좋습니다. 레이스 예상이 가민 보다 정확하고 Effective VO2max이 vdot과 얼추 비슷합니다

- 가민이 도움을 줬던건 수면 점수, HRV 상태 및 트레이닝 부하였습니다. 매일 제 몸 상태가 얼마만큼 훈련을 소화할수 있을지 알려준거 같습니다

- 항상 부상은 무리하게 멀리 뛰거나 빨리 뛰면 왔습니다. 러닝보다 러닝 전후 운동 그리고 휴식이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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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얘기가 나왔으니 지네 답게 신발들 평을 짧게 해보겠습니다.

현재 조깅 5:50-6:30, 마라톤 5:15-5:45, 역치 4:45, 인터벌 4:30 페이스 정도로 생각하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프로3 (~120km): 악뿌는 없었으나 왕초보때 오버페이스로 발목 내전 인대 부상. 롤링이 참 좋았음.

- 알파2 (~60km): 몸에 데미지 없고 모든 페이스에 쓰기 좋았는데 발이 짝짝이라 한쪽 아치가 아팠음.

- 슈블 (~550km): 제일 많이 사용한 훈련화. 더 쓸수 있었으나 포어 바깥쪽이 계속 닳아 무릎 통증 시작되어 버림.

- 엔프3 (~300km): 가볍고 반발력 좋았음. 모든 점에서 무난 무난 했던 신발.

- 엔프4 (~150km): 전작에 비해 반발력은 약하지만 모든 신발 중 착화감 최고. 슈블보다 나은 신발이라 생각하는데 카본화라 발바닥이 살짝 딱딱.

- 메스파 (~40km): 엄청 가볍고 쿠션 말랑한 프로3. 4분대 아니면 신발 효과를 많이 못보는거 같네요.

- 스트렁2 (~150km): 무거운거만 빼면 만능. 엔프4와 함께 요즘 최애 훈련화. 몸에 데미지가 없고 특유의 느낌이 재밌습니다.

- 슈블2 (~20km): 5분 아래로 뛰면 좀 느낌 나는데 슈블에 비해 푹신해진거 말곤 큰 차이 못느낌. 오히려 조깅 페이스는 쫀득한 느낌이 없어져서 기존 슈블 선호

- 알파3 (~100km): 전반적으로 정말 좋은 신발. 특히 반발력 최고. 다만 개인적으로 착화감은 엔프4 그리고 데일리로 몸에 데미지 + 재미는 스트렁2가 낫습니다.

이정도고 매장에서 신어 본 신발도 많은데 기억에 남는게 없네요. 제 생각엔 발 편하고 재밌는 신발이 가장 좋은거 같습니다.

이제 대망의 대회 얘기를 해보자면 일단 첫 풀인데 대회를 잘못 골랐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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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쉬운 코스가 아니였습니다..

올해 우승자가 29살 + 50마일 세계 기록 보유 + 미국 올림픽 대표팀 선발전 참가 경력인데 2:22:30에 들어왔습니다. (참고로 이 동네 러너들 살벌합니다. 작년 회사들 5.63km 단합 대회 1등이 16:29 ㅡㅡ)

그냥 안할까 고민 엄청 하다가 여태 훈련한게 아까워서 나갔습니다.

대회 당일 스펙: 키빼몸 101, 30-34km 5회 완, 가민 예상 3:41, Runalyze 예상 4:15, 2주 전 코로나

그리고 서브 4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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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 태평양? 이런거 눈에 아예 안들어옵니다. 개처럼 업힐 다운힐 올라갔다 내려가다 보니 정신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신음이랑 욕 밖에 안들립니다.

32k까지는 서브 4 페이서 보다 앞에서 달렸는데 마지막 언덕 넘자마자 내리막 보면서 멘탈이 나가고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걷뛰로 나머지 들어왔는데 맘 편하게 경치도 보고 응원 밴드랑 춤도 추고 맥주랑 수박도 얻어먹으면서 들어왔습니다.

오히려 조금 더 빨리 들어오려고 무리하지 않아서 부상 및 데미지 많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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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4 못해서 아쉽지만 언젠간 가능하겠죠? 무엇보다 첫 풀이지만 고통스럽게 끝나지 않았고 나름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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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1년 간의 후기 마칩니다.

다음 후기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런갤러들 모두 부상 없이 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