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틴도 회사가 지원"…구인난에 '근육 인재' 모시는 일본 [뭔日있슈]

도쿄(일본)=전진영 2026. 6. 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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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인력 부족으로 파산한 회사 37곳
경비업체 보디빌더 채용하고
송전업체는 클라이머 채용
인력 난에 정량 스펙보다 개인 능력 우선시

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에서는 현재 고질적인 인력난이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도쿄상공리서치(TSR)는 지난달 사람이 없어 문닫은 회사가 37곳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 보니, 일본에서는 사람을 구하는 기준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정량화된 평가가 아니라 해당 직군에 필요한 사람의 성격이나 특성을 보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번 주는 이런 구인난 속 독특하고 흥미로운 채용방식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TSR은 지난 10일 '5월 인력 부족 관련 파산 동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일본에서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은 회사는 37곳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8% 증가한 수치라고 합니다. 5월만 기준으로 하면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다 기록이라고 해요.

일본 교토부 경비회사 JUKO의 근육채용 홍보물. '꿈은 근육에. 생활은 JUKO에. 보디빌더를 위한 본격 헬스 채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JUKO.

자본금별로는 1000만엔(9505만원) 미만 기업이 2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92.3% 늘었고요, 회사 문을 닫은 형태로는 37곳 중 36곳이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인력난에 중동정세로 인한 물가 상승 여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영세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데요. TSR은 대부분이 파산 신청을 한 것을 짚으며 사업을 재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주 일본에서는 이런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여러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이미 일본에서 편의점, 음식점 등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자회사, 닛케이비즈니스의 단독 기사가 하나 보도됩니다. '호위함 건조에 외국인 채용 허용…수주 증가로 인한 인력 부족, 정부와 업계 협의'라는 제목의 기사인데요. 요지는 군함 수주는 늘어났는데 대기업 채용 강화로 지역 조선소 인재들은 계속 유출되고 있고, 이 때문에 함정 건조 기술자가 부족해졌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해지자 조선업계 단체들은 자위대 산하 방위장비청에 외국인 활용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협의를 요청한 상황이라는데요. 원래 조선사들은 군사 기밀 보전을 이유로 군함 건조에 참여하는 숙련공은 일본인으로만 제한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인으로만 구성해서는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이 온 것이죠. 이를 고려해 동맹국이나 우방국 출신 외국인 숙련공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 기사 내용입니다. 군사 기밀도 인력 부족 앞에서는 어쩔 수 없게 된 건데요.

히라노전업에서 홍보하는 '클라이머 채용' 전형. '프리 클라이머로서 오르는 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히라노전업.

이에 일본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모집하는 회사가 늘었습니다. 특히 학력, 토익점수, 인턴 경험 등 우리나라에서 소위 '스펙'으로 부르는 것에서 벗어나 해당 업무에 정말 적합한 능력과 경험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주 마이니치신문은 교토의 경비회사 JUKO의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이곳은 올해부터 '근육 채용' 전형을 도입했습니다.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보디빌더를 뽑겠다는 것인데요.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창고를 체육관으로 개조, 본격적으로 트레이닝 기구를 도입하고 사람 뽑을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기구는 언제나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하고, 단백질 보충제 구입비도 지원합니다. 여기에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싶을 경우를 대비, 인근 체육관 회비도 지원합니다.

지난 4월 이 독특한 채용 광고에 이끌려 24세 청년이 입사했는데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식축구를 했고, 고교 챔피언까지 올랐으나 대학 입학 후 미식축구를 그만뒀다고 해요. 이후에는 헬스에 입문해 각종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었다는데요. 하지만 졸업 후 대형 경비 회사에 입사했는데, 밤낮이 바뀌면서 도저히 트레이닝을 지속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련하던 중, 할아버지가 '근육 채용' 공고가 난 신문 기사를 보내주면서 바로 지원했고 채용됐다고 해요.

이 20대 청년은 아침 8시에 현장 출근, 오후 5시까지 시설 경비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제휴된 체육관에서 트레이닝을 한다고 합니다. 당장 14일에 교토에서 열리는 오픈 대회를 목표로 영양과 칼로리를 철저히 계산해 식사하고 운동한다고 해요.

JUKO의 보디빌더 채용 전형 설명문. 대회를 목표로 하는 보디빌더나 본격적으로 몸을 단련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 특별한 환경과 대우를 마련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JUKO.

이 회사는 오는 9월에도 근육 채용으로 또 사람을 뽑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회사의 목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데요. 회사에선 아예 '보디빌더 팀'을 꾸려 경비를 의뢰한 곳에 파견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오쿠노 히로요시 고문은 "전원이 근육질로 이뤄진 경비팀이라면 단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업계의 가치를 높여 급여 등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마이니치 신문에 강조했는데요.

이런 이색채용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송전설비 업체 히라노전업은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 '클라이머 채용'을 도입했습니다. 송전선 작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죠. 히라노전업은 이 때문에 '등반을 직업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송전선 건설 인력 육성을 위해 클라이밍 시설을 만들었는데요. 회사가 있는 호쿠리쿠·신에쓰 지역 최대 규모로 150평짜리 볼더링 짐을 만들었습니다. 지역 선수 육성과 더불어, 송전선 건설 업계로 클라이머를 유치하겠다는 목표까지 내세웠는데요.

이처럼 일본의 인력난은 단순히 채용 규모를 넘어 산업 전반의 생존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 자격증이 아니라 '꾸준히 자기 관리 해온 사람',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직무에 꼭 맞는 성향의 사람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이런 일본의 실험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어떤 방식의 인재 모시기가 나올지 궁금해집니다.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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