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전략 ‘결’ 다르지만…늘 신기록 경쟁 증권사 어디? [맞수맞짱]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5.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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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미래에셋증권 vs 한국투자증권

증권가 맞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간 ‘아시아 최고 금융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두 증권사는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피 말리는 선두 경쟁을 벌인다. 올 1분기에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올라탄 미래에셋증권이 1조원대 순이익과 영업이익으로 한국투자증권을 제쳤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올린 이익의 질을 좀 더 후하게 쳐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실적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자산관리(WM)·기업금융(IB)·운용 등 본업 전반이 고르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반복 가능한 이익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이 거둔 스페이스X 평가이익은 투자 역량 성과이긴 하지만, 매 분기 되풀이되기 어렵고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은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양보 없는 승부를 벌인다.

증권가 맞수 미래에셋증권(박현주 회장·좌)과 한국투자증권(김남구 회장·우) 간 ‘아시아 최고 금융사’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두 증권사는 매 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피 말리는 선두 경쟁을 벌인다. (각 사 제공)
이익 질은 한국투자 우위

미래에셋, 막대한 평가이익

국내 증권 업계 왕좌 경쟁이 뜨겁다. 박 회장과 김 회장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한국투자증권 전신인 옛 동원증권에서 함께 근무했다. 1997년 박 회장이 미래에셋을 창업하면서 라이벌 관계가 됐다. 최근 몇 년간 증권사 이익 1위는 한국투자증권 차지였다. 2022년 미래에셋에 선두를 내줬으나 2023년부터 3년 연속 우위를 지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 2조원대를 기록한 유일한 증권사다. 다만, 올해는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양 사 간 순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올 1분기 나란히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연결 기준 올 1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 1조375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97.2% 증가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19억원으로 288% 늘어 국내 증권 업계 첫 분기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 영업이익은 959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5%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7847억원으로 75.1%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최고 실적을 냈지만, 이익의 질을 따지면 한국투자증권 ‘판정승’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무엇보다 한국투자증권 이익은 상대적으로 본업 전반에서 고르게 나왔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분기 위탁매매 33.3%, 자산관리 9%, 기업금융 18.6%, 운용 39.1% 등 특정 부문에 치우치지 않은 수익 구조를 보였다. 위탁매매 수익은 증시 거래대금 증가를 타고 크게 늘었고 자산관리와 IB, 운용 부문도 골고루 실적에 기여했다. 증시 호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컸지만, 위탁매매·자산관리·기업금융·운용 등 평소 영업활동으로 반복적으로 벌 수 있는 경상이익 비중이 크다는 진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1조원대 순이익을 냈지만, 이익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1분기 실적 핵심은 스페이스X 등 혁신 기업 투자에서 발생한 약 8040억원 규모 평가이익이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장기간 구축해온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와 자기자본 투자 역량 성과다. 단순히 반복 가능성이 낮은 비경상적 이익으로 평가절하하기 힘든 이유다. 그럼에도, 비상장 투자자산 평가이익은 상장 일정, 기업가치 재평가, 환율, 실제 매각 가능성에 따라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위탁매매나 자산관리 수수료처럼 매 분기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정리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수수료·IB·운용 기반 반복 가능한 이익,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자기자본투자 기반 자산형 이익이라는 점에서 이익의 속성이 다소 구분된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에 ‘해외 혁신 기업 투자에서 독보적(SK증권)’ ‘글로벌 금융사로서 압도적(신한투자증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반면, 한국투자증권에 ‘K-골드만삭스(iM증권)’ ‘진정한 북 비즈니스(자기자본 운용) 강자(대신증권)’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엇갈린 시장 평가

미래에셋 주가 고평가

두 회사 이익의 질을 둘러싼 시장 평가도 갈렸다.

미래에셋증권 실적 발표 직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 15곳 가운데 ‘매수’ 의견을 낸 곳은 키움·NH·유안타·하나증권 등 4곳에 그쳤다. 나머지 11곳은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은 목표주가를 내지 않았다. 이는 최근 1년 주가가 5배 넘게 올라 스페이스X 등 투자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미래에셋증권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4~2.8배 수준으로, 다른 대형 증권사 1~1.3배를 크게 웃돈다. 특히, 올 1분기 순이익 상당 부분은 비상장·상장 투자자산 재평가로 설명된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 1조원대 순이익을 모두 반복 가능한 경상이익으로 인정하기보다, 이미 높아진 주가와 비교해 추가 상승 여력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전배승 LS증권 애널리스트는 “비상장 혁신 기업 자산 가운데 스페이스X를 제외한 부분은 크지 않아 기업공개(IPO) 이후 일시적 모멘텀 공백이 예상된다”며 “현 주가는 투자 성과와 외형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 주가는 스페이스X 지분가치와 본업가치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수준”이라며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구간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이 차익 실현 매물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NH투자증권은 매수 의견과 함께 증권가에서 가장 높은 목표주가 11만원을 냈다. 올해 주당순자산(BPS) 추정치 2만8057원에 PBR 3.9배를 적용했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성장기에 받았던 평균 PBR(3.89배)을 대입한 것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만큼 타사 대비 밸류에이션 차별화는 합리적”이라며 플랫폼 확장성을 고평가 근거로 제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3.0’ 사활

코빗 인수, 당국 심사 변수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회장은 미래 성장 전략을 두고도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혁신 기업 투자 ▲해외 법인 확장 ▲디지털자산 플랫폼 진출 등을 노린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을 축으로 종합금융그룹 확장을 서두른다. 가상자산거래소 경영권 확보에 나선 미래에셋그룹과 달리, 한국금융지주는 당장은 디지털자산보다 보험사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 완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올해 미래에셋증권은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미래에셋 3.0’ 비전 구현에 사활을 건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창업이 ‘미래에셋 1.0’, 2015년 옛 대우증권 인수가 ‘미래에셋 2.0’이라면, 올해는 디지털 자산 기반 ‘3.0 시대’를 열겠다는 게 박 회장 구상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선 미래에셋그룹이 먼저 깃발을 꽂았다. 앞서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 지분 92.1%를 1335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이 지분 48.5%를, 박 회장 배우자인 김미경 씨가 10.2%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컨설팅을 인수 주체로 앞세운 이유는 2017년부터 적용된 ‘금융·가상자산 분리’ 원칙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가분리’ 원칙은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거나 매입·담보 취득·지분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지도다. 미래에셋컨설팅을 앞세운 것은 이를 우회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호텔 운영 등을 영위하는 비금융사다.

규제당국 심사는 변수다. 미래에셋 코빗 인수 건은 공정거래위원회 결합 심사를 받는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 3월 미래에셋컨설팅의 코빗 지분 취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 주요 증권사 10여곳에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양 사 결합 이후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가 미래에셋증권에 우선 또는 독점 공급 가능성이 있는지 시장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증권사는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정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주식·가상자산·대체투자 등 모든 자산 투자가 가능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을 노린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주식·가상자산·대체투자를 아우르는 미래에셋 MTS가 홍콩·싱가포르·중국·미국 등 전 세계에서 선보인다. 미국 증권사를 인수하고 ‘로빈후드’와 실질적인 경쟁 체제를 갖추는 데도 속도를 낸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경쟁 상대로 로빈후드를 언급한 점을 보면, 인수 대상은 단순 브로커리지 라이선스 보유 회사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리테일 고객 기반을 갖춘 증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앞서 미래에셋은 2024년 인도 쉐어칸 증권사를 약 5800억원에 인수했고, 2013년 인도네시아 이트레이딩증권사를 인수했다. 미국 증권사 인수가 성사될 경우 미래에셋은 한국·인도·동남아·미국을 잇는 글로벌 투자 네트워크를 손에 쥔다.

김남구, 보험사 인수 무게

장단기 불일치 완화 목적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현재로선 보험사 인수에 무게를 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예별손해보험,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을 후보군에 두고 인수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한국투자증권 자금 조달과 운용 기간 불일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앞세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금융, 모험자본, 대체투자 등으로 운용해왔다. 발행어음은 만기 1년 이내 단기 조달 성격이 강하다. IMA 역시 고객 자금 유출입에 민감하다. 반면, 기업 지분 투자, 사모펀드, 부동산·인프라 등 고수익 자산은 회수 기간이 수년 이상 소요된다. 돈은 단기로 빌려오는데, 투자는 장기로 벌여야 한다. 시장 충격이나 환매 요구가 발생했을 때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보험사 인수는 이런 불일치를 완충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보험사는 고객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를 품으면, 한국투자증권과 자산운용 계열사는 장기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 인프라, 기업금융 등 장기 투자에 안정적으로 나설 수 있다.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 방식과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선이 읽힌다. 코빗 경영권 인수로 정면 승부를 택한 미래에셋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에 무게를 둔다. 금가분리 규제와 가상자산 시장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IMA 전략도 대비를 이룬다.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며 공격적으로 조달·운용 전략을 편다면,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플랫폼 안에서 IMA를 접목하는 점진적 확장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탁매매와 기업금융 부문 수익은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자산관리 부문 강화로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을 갖춘 것처럼, 국내 증권사도 자산관리·M&A 자문 등 수익원을 실질적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1호(2026.05.27~06.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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