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아폴로10호서 생긴 '최초의 우주 똥 사건'

김봉수 2023. 3.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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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우주 개발 초기부터 용변 문제 해결 필요성 느껴
아폴로 10호때 '미확인 배설 물체' 사건 유명
진공 흡입식 변기 등 처리 방법 연구 개발해
최근 우주복 개발 과정에서 해결책 공모
대변 활용해 우주 식량 생산 방법 연구하기도

"우주에서 갑자기 용변이 마려우면 어떻게 할까?"

지난 15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달 착륙용 우주복을 보면서 문득 든 의문이다. NASA는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 사와 함께 새로 개발한 선외 활동(Extravehicular activity)용 우주복을 공개했다. 이전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멀리 볼 수 있고 더 강한 보호 기능과 특수 도구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급한 용무'는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실 우주인들에게 배설물 처리는 오랜 숙제다. 2016년 NASA가 상금 3만달러를 내걸고 '우주 똥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를 개최했을 정도다. 당시 NASA는 우주에서의 용변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공모했다. 1등은 사타구니 부근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볼일을 보고 공기는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잠금 잠치(대처 카던 박사)가 차지했다. 2등은 공기 흐름을 이용해 배설물을 배출할 수 있는 국부 보호대 모양의 우주복(SPUDS팀)이, 3등은 배설물을 우주복 안에 살균 처리해 저장해 놓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영국의 디자이너 휴고 셀리가 받았다. NASA는 이같은 아이디어들 중 일부를 이번 신형 우주복 개발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는 우주개발 초기부터 우주에서 용변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절감해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블로그에 따르면, 1961년 5월 최초의 유인 우주선 '프리덤 7호'를 탔던 앨런 셰퍼드가 시작이었다. 그가 우주에 머문 시간은 단 15분밖에 안 됐다. 발사 카운트다운 도중 기상 악화ㆍ기계적인 문제로 4시간이나 지연된 것이 문제였다. 오줌이 마려워진 셰퍼드는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고 결국은 우주복에 소변을 보고야 말았다. 화장실에 다녀오려면 우주복을 벗고 나갔다 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발사가 또다시 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인류 최초 달 착륙을 성공한 아폴로 프로그램의 우주인들도 화장실 문제에 시달렸다. 그중 아폴로 10호의 '미확인 배설물체(Unidentified Fecal Object)'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달 궤도를 돌아오던 아폴로 10호 기내에서 갑자기 악취와 함께 배설물이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우주인들은 서로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누가 싼 거야?". "누가 냅킨 좀 줘. 공중에 똥(turd)이 떠다닌다고.", "내가 싼 게 아니야". 나중에 비밀해제된 당시 우주인들의 대화 기록이었다. 당시 NASA 내부에선 악동으로 유명한 존 영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끝내 범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NASA에서는 이 에피소드를 '최초의 우주 똥 사건', '미확인 배설물체' 등으로 부르며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화장실. 사진출처=NASA

NASA는 이같은 소동을 겪은 후 우주인들에게 화장실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진공청소기처럼 배설물을 빨아들이는 우주선용 변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선 깔때기처럼 생긴 소변기를 활용했고, 대변은 주머니에 넣어 보관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러다 스카이랩,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이 건설돼 화장실을 설치할 만한 공간이 확보돼서야 비로소 진공 흡입 장치가 달린 우주용 변기를 설치해 사용 중이다. 소변은 호스에 붙은 깔때기를 이용해 빨아들인 후 정화를 거쳐 식수로 사용한다. 대변은 모아 두었다가 오가는 화물선을 통해 대기권에 투하해 소각하고 일부는 보관했다가 지구에서 우주인 건강 상태 검사 후 처리한다. ISS에서 사용하는 정수 시스템과 화장실 변기 개발ㆍ설치에 들어간 돈은 무려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초과한다.

우주인들은 정말 급한 상황을 대비해 전용 기저귀를 별도로 제작해 사용하기도 한다. 우주선 선내는 무중력 상태라 그냥 용변을 보면 사방에 떠다니게 돼 감당할 수가 없다. 또 용변을 바깥에 보내면 엄청난 속도로 지구를 회전하며 위성ㆍISSㆍ우주인들에게 위협을 주는 우주쓰레기가 돼버린다.

최근엔 새로운 용도가 연구되고 있기도 하다. 영화 '마션(Martian)'에서 처럼 바싹 말린 후 활성 박테리아ㆍ물을 섞으면 우주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훌륭한 토양이 된다. 실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이런 시스템을 개발해 토마토ㆍ감자 등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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