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이파이브> 안재홍, 캐스팅 전 대본도 안 보고 일단 머리 부터 기른 사연

안재홍

시작부터 끝까지 B급 정서가 철철 넘친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의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만들어내는 팀플레이,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인간미 넘치는 메시지까지, 유쾌함과 뭉클함이 동시에 터지는 강형철 감독 특유의 맛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가장 쓸모없어 보이는 능력’이지만 모든 전개에 결정적 활약을 하는 인물이 바로 안재홍이 연기한 ‘지성’이다.

<하이파이브>

“강풍을 발사하는 능력이에요. 그것도 조준도 안 되고, 쓸 곳도 잘 모르겠는 그런 능력이죠. 아메리카노나 빨리 마시는 정도? 그런데 그 능력이 후반부에 가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더라고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능력인데도, 누군가를 공중으로 띄우고, 누군가의 등을 밀어주는 데 결정적인 힘이 되는 거죠. 이 작품에서 제가 연기한 지성이란 인물도 그래요. 정말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던 인물이었는데, ‘하이파이브’를 통해 시선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시사회 당시, 안재홍은 관객의 반응을 ‘콘서트장 같다’고 표현했다. “그냥 영화관이 아니라 체험의 공간 같았어요. 관객분들의 리액션이 정말 뜨거웠고, 웃음이 터질 때마다 저도 객석 안에서 진짜 시원한 바람이 부는 기분이었죠”

그의 말처럼, <하이파이브>는 단순한 시청각 자극을 넘어서 감각적으로 체험되는 영화다. 안재홍이 꼽은 ‘카트 체이싱 장면’은 그 중 백미다. “음악과 장면이 어우러지며, 바람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들어요. 그 장면을 볼 때 ‘아, 이게 영화의 재미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실제 촬영도 ‘체험’이었다. 야쿠르트를 입에 물고 발사하는 장면은 CG에 앞서 실제로 입에서 쏘는 동작까지 구현했다. 닭날개 발골 장면도 마찬가지다. “진짜 뼈를 입안에 숨기고 있다가 타이밍 맞춰 ‘메롱’ 하듯 꺼내 보였어요. 웃기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장면들이었죠”

<하이파이브>를 만든 강형철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빠질 수 없다. 두 사람의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시절, 안재홍은 단편영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 출품해 작품상을 받았고, 당시 심사위원이 바로 강형철 감독이었다. “그때부터 감독님의 팬이었어요. 언젠가 꼭 같이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화적이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가진 <하이파이브>로 함께하게 돼서 너무 기뻤죠”

심지어 영화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그는 ‘지성’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람을 다루는 인물이라고만 들었을 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머리카락이 휘날려야 바람이 잘 보일 것 같아서요. 제안이 확정되기도 전에 혼자 단발머리로 준비하고 있었죠. (일동 웃음)”

코미디 연기에 특화된 배우라는 이미지, 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보다는 감사해요. 관객분들이 저에게 느끼는 반가움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더 다양한 코미디의 결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이파이브>처럼 만화적인 정서도 있고, <닭강정>처럼 위로 올라간 톤도 있고. 그 결에 맞춰 잘 맞는 방식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원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능력을 얻으면 숨겨졌던 욕망이 터져 나올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질문에 안재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그래서 지성이를 더 알고 싶었어요. 사실 초능력자가 되는 영화지만, 이 이야기의 특별한 지점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하나같이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는 거예요. 지성도 마찬가지고요. 능력은 생겼지만 쓸 곳을 몰라 허둥대고, 처음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죠. 근데 완서를 만나고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하죠. 남을 위해 바람을 쏘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그 변화가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하이파이브>는 말하자면 두 가지 큰 줄기를 동시에 갖춘다. 하나는 초능력을 가진 이들의 팀플레이를 그린 히어로물이고, 다른 하나는 지성처럼 어딘가 모자라고 어설픈 캐릭터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B급 정서의 코믹물이다. 이 작품에서 안재홍은 두 정서를 모두 품은 ‘지성’을 통해 극의 중심축을 잡아낸다.

“히어로는 완서가 대표하는 얼굴이라면, 지성은 이 영화의 정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볼품없는 능력이 가장 멋있게 쓰이는 이야기. 완서를 공중에 띄우는 것도, 후반부 기동과의 <슬램덩크>를 오마주하는 하이파이브 장면도, 다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죠.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누구나 하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힘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예요”

이런 메시지를 가장 직설적으로 담아낸 대사가 있다. 바로 “초능력자라고 해서 모두 히어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지성의 대사다. 안재홍도 이 대사를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그 대사를 강조하지 않으세요. 그냥 툭 던지듯 지나가는데, 그게 진짜 대단한 연출 같아요. 모든 메시지를 일부러 강조하지 않고, 관객이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 곱씹게 만드는 방식이죠. 그게 바로 강영철 감독님의 힘인 것 같아요”

그는 이어서 “<하이파이브>가 그냥 유쾌한 오락 영화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 보고 나면 가슴에 뭔가 툭 남는 거예요. <써니>도 그랬잖아요. 웃고 보다가 마지막엔 뭉클하게 만드는 힘. 이번 영화도 그런 힘이 있다고 믿어요”

코믹한 장면이 많았던 만큼, 캐릭터 간의 ‘케미’도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지성과 기동(유아인)의 인공호흡 장면은 시사회장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고. “극장에서 발 구르는 소리까지 들렸어요. 진짜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기동과는 늘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돼요. 후반부 하이파이브 장면은 그 둘이 처음으로 손을 맞대는 순간이었는데, 정말 영화의 핵심 장면 같았어요”

이재인과의 호흡도 자연스러웠다. “정말 삼촌과 조카 같았어요. 투샷만 있어도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그런데 그 웃음이 뭔가 진심이 느껴지는 웃음이었어요. 제인이가 정말 천재 같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할 때는 그냥 완서와 지성이었고, 현장에서도 진짜 티키타카가 너무 좋았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필모에 대한 고민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작품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맡은 캐릭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제 방식이에요. <하이파이브>를 할 때는 지성만 바라봤고, 그래서 관객분들도 온전히 지성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유쾌하지만 진심이고, 웃기지만 따뜻한 영화.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배우 안재홍. 그는 마지막까지 웃으며 말했다. “코미디 연기는요, 그냥 연기하는 걸 넘어서 뭔가 하나를 더 찾아야 해요.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즐겁죠. 그리고 이번 영화처럼 즉각적인 반응이 돌아오는 경험은… 정말 가장 큰 영광이고 행복이에요”

하이파이브
감독
출연
오정세,박진영,강형철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사진 ·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