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불효자 된 IBK연금보험, 건전성 '자력회복' 가능할까
기업은행 계열 IBK연금보험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계열사 중 가장 낮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낮아진 건전성 탓에 작년 말 기업은행이 추가로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투여했으나 현재도 보험업법에 규정된 기준치보다 낮다. 더군다나 올해는 자본확충 계획이 없어 자력으로 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임 부사장으로 낙점된 기업은행 출신 부행장도 보험업 경력이 없어 전문성에 의심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26일 IBK연금보험 경영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후 기준 178.7%, 경과조치 전 기준 64.3%로 보험업법 상 규정된 비율을 넘기지 못했다. 지급여력비율이 지난 분기 79.8%였으나 15.5%p 깎인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말 1500억원을 투여해 자본확충을 했으나 건전성 비율은 100% 내외라는 게 IBK연금보험 측 설명이다.
다만 보험사 건전성 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사 건전성비율이 50~100% 구간일 경우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할 수 있다. 법으로만 보면 건전성이 계속 하락할 경우 부실기관으로 지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자본이 늘어나려면 유상증자를 통해 확충에 나서거나 당기순이익을 통해 이익잉여금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익 창출도 지지부진하다. IBK연금보험의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당기순손실은 259억8000만원으로, 전년(771억7000만원)에 비해 소폭 회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행 주요 계열사 중 지난해 순손실을 낸 곳은 연금보험과 저축은행뿐이며, IBK저축은행의 순손실은 248억원이므로 연금보험이 사실상 은행 실적을 제일 갉아먹는 형국이다.
배당 기여도 못하는 계열사로 전락한 IBK연금보험
기업은행이 상장사라는 측면에서 계열사 실적 부진은 뼈 아플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는 통상 계열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자사주 매입을 하거나 현금 배당에 나서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이 나야 배당가능이익도 생기므로 IBK연금보험은 2년 연속 지주 배당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이날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배당금(DPS)을 984원으로 하는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기업은행이 역대 최대 배당에 나서긴 했지만 시장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었다. NH투자증권은 기업은행의 DPS가 1000원(배당성향 33.1%)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시장 예상치보단 배당이 실질적으로 낮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이익을 내지 못하는 계열사의 책임론도 부상할 수밖에 없다. IBK연금보험은 기업은행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연결 기준 순이익에 반영되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연결 기준 순손실에 이어 올해도 순손실을 기록할 경우 자본이 감소할 것을 고려해야 하며, 건전성 하락에 따른 유상증자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보장성보험 못 파는 태생적 한계, 종합보험사 전환할까
업계에서는 IBK연금보험이 보장성보험을 팔지 못해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작년부터 보험사에 적용되는 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 규제(K-ICS)로 인해 연금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상품 특성상 고객으로부터 걷어들인 보험료를 굴려 확정이율을 제공해야 하므로 변액연금이 아닌 이상 확정 이율을 부리(적용해) 보험금을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IBK연금보험은 건전성뿐 아니라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보험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는 연금보험사가 퇴직연금과 연금보험계약 업무 등을 주요 영업 목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연금보험 전업 보험사가 아닌 종합보험사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IBK연금보험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보험영업이익과 투자영업손실은 각각 135억원, 587억원으로 투자영업손실이 보험영업이익을 넘겨 순손실을 기록하됐다. 심지어 보험영업 부문에서는 이익이 났지만 보험수익(매출액)은 625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1조509억원)에 비해 사업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서 난 '불황형 이익'에 가깝다.
연금보험 대규모 만기 도래 시 유동성 리스크 없을까
연금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고 남은 보험료만 굴리므로 고객 입장에선 확정이율이 시중은행 상품 대비 높아야 가입 유인이 생긴다. 즉 연금보험을 판매하려면 회사 측에선 고이율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점이 역마진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BK연금보험도 부채로 계상된 책임준비금이 9조9187억원으로 10조원 수준에 달한다. 연금보험은 통상 15년 이상 납입을 가정하므로 IBK연금보험이 설립된 지 14년이 지난 현재부터는 환급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금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므로 운용 능력이 중요하다. 연금보험은 보장성보험(제3보험)과 달리 보험료 단위가 크지만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환급금이 있어서다. 그러나 IBK연금보험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4%로, 이 기간 생명보험사 평균치인 3.5%보다 낮았다. 운용 경쟁력마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IBK연금보험 관계자는 "작년 기업은행으로부터 1500억원의 증자를 받아 건전성 비율은 작년 말 기준 경과조치 전 기준 100% 수준이다"라면서도 "올해는 추가 유상증자 계획이 없으며, 작년은 이벤트가 있어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별도 기준으로는 1년만 적자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