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갈 때 짐은 ‘이 회사’가 호텔까지...난 빈손으로 놀러 다닌다?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이유리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yvlly@naver.com) 2024. 3. 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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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마음으로 오른 여행길. 마음은 가볍지만 몸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하철과 기차, 버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나 여행지에 도착할 때마다 무거운 캐리어, 가방과 함께여야 하기 때문.

이런 여행객 고충을 해결해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수하물 운송·보관 스타트업 ‘짐캐리(Zim Carry)’다. 할리우드 배우 이름을 연상케하는 서비스명 덕분에 일단 인지도 면에서 합격점. 여기에 더해 실제 ‘짐’을 대신 ‘캐리’해주겠다는 의지를 사명에 담았다고.

부산역에 있는 ‘짐캐리’ 매장. (박수호 기자)
공항, 기차역 등 거점 지역마다 짐 보관 공간을 만들어두고 고객이 짐을 맡기거나 숙소를 지정하면 그리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주력이다.

실제 2월 중순 기자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참석차 부산역에 내렸을 때 짐캐리 지점에 가보니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객도 꽤 많았다. 통상 짐을 이곳에 맡겨두고 부산 곳곳을 여행하는 동안 짐캐리가 해운대 호텔로 대신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가장 많이 신청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신박한 서비스를 만든 이는 누굴까 싶어 부산역 관계자에게 수소문해봤다. 창업자는 손진현 대표. 그는 “외국에서 느낀 불편함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운을 뗐다.

“대학원 재학 당시 영국 연수 마지막 날, 숙소 체크아웃 시간과 비행기 출국 시간까지 시간이 붕 떴다. 남는 시간 동안 짐을 들고 이동하기 불편했고 보관소에는 우리와 같은 처지의 여행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당시 ‘비싼 시간당 보관비, 다시 짐을 찾아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왜 없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했다. 어린왕자를 쓴 생텍쥐페리 말처럼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사업 기회가 있다고 봤다.”

그길로 팀을 꾸린 손 대표는 일단 가장 수요가 많을 만한 공간을 물색했다. 부산역이었다. 다만 신종 스타트업이다 보니 코레일로부터 바로 공간 임대를 할 수 없었다. 또 본인 생각, 즉 가설만으로 사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일단 부산역 앞에서 ‘짐 맡아드립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고객 반응을 살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역사 직원이 잡상인 취급해서 여러 번 쫓겨나기도 했다. 또 시스템 없이 시작하다 보니 고객이 짐을 맡기면 직원들이 대중교통으로 직접 숙소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래도 꾸준히 서비스에 반응하는 고객들이 생겼다.

서울 고속터미널 짐캐리 매장. (짐캐리 제공)
6개월여 청년들의 행동을 관찰하던 코레일 측은 2017년 7월 처음으로 부산역 한 공간에 3개월 단기 임대 계약을 해줬다. 지금의 ‘짐캐리’ 효시다. 여기에 IT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목적지, 단순 보관 등 다양한 옵션을 입력할 수 있게 했더니 ‘편리하다’는 고객 반응이 많았다. 이후 2019년부터는 부산역 장기임대 방식으로 사업도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2023년 기준 일단 지점 수가 21곳으로 늘었다. 덕분에 직원도 80여명 이상 늘렸다. 전국 주요 공항, 역, 버스터미널에 ‘짐캐리’ 지점이 생겼다. 2019년 대비 매출은 14배, 짐 처리 개수 역시 16배 정도 성장했다. 이런 성장세에 주목, 케이브릿지인베스트먼트, 신용보증기금, 코로프라넥스트, 이에스인베스터 등 투자사가 지난해 말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짐캐리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스타트업 보증제도인 ‘퍼스트펭귄’에도 선정된 바 있다. 최근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내놨다는 손진현 대표 얘기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해본다. 다음은 일문일답.

짐캐리 손진현 대표. (짐캐리 제공)
Q. 부산역 지점을 가봤더니 인상적인 점이 외국인 이용객이었다. 전체 비중에서 얼마 정도 되나.

방한 외국인 수가 늘면서 수요가 대폭 늘었다. 서비스 이용객의 40%가 외국인이다. 대만과 일본, 동남아에서 온 이들이 주 고객층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뿐 아니라 한번 이용해본 외국인 관광객이 소셜미디어(SNS)에 자발적으로 올리면 이 포스팅을 보고 짐캐리를 예약하는 빈도가 높다. 또 각 교통 거점에 위치한 짐캐리 매장에서 현장 예약하는 비율도 높다.

Q. 짐을 맡겨둔 외국인들은 이후 주로 어떤 동선을 소화하던가.

최근에는 ‘체험 위주’의 관광을 많이 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목적 1순위는 쇼핑이었다. 짐을 풀기 위해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 여행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서다. 지금은 쇼핑뿐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 방문한다.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소소한 걷기 체험, 쿠킹 클래스 등 현지 문화 체험을 선호한다. 앞으로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쪽으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짐캐리 스마트보관함.
Q. 찾아보면 비슷한 물류 분야 경쟁 업체가 꽤 있는데, 짐캐리가 차별화한 점은.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이 강점이다. 짐캐리는 교통 거점 내 오프라인 매장과 사물인터넷(IoT) 무인보관함을 통한 서비스 지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운송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 하락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편리하다’는 평이 가장 많다.

Q.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

예약 방법은 간단하다. 짐캐리 온라인 홈페이지에 보내는 짐의 크기와 개수, 여행 출발지와 도착지 정보를 입력하면 예상 금액이 나온다. 기차역(부산·강릉역)이나 공항(김해·제주공항), 버스터미널(광주·여수·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부터 숙소까지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여행짐 보관·운송 서비스 외에 위탁 수하물 찾는 시간을 아껴주는 ‘에어패스’, 유인보관소, 무인보관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고객이 늘어나다 보면 현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보일 것 같은데.

최근 출시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가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흔히 지방 골프장 갈 때 가장 귀찮은 점이 골프클럽을 들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짐캐리를 이용하면 숙소, 골프장까지 다 갖다주고 다시 집으로 가져다준다. 골프가 아니라도 큰 짐은 집에서 바로 호텔로 보내두고 고객은 편하게 여행 즐기다 숙소에서 바로 여장을 풀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오는 4월부터는 전국구 풀마일 서비스가 시작된다. 지금까지는 권역 내에서만 진행됐다. 부산역에서 해운대, 서울역에서 명동으로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서울 자택에서 바로 해운대 호텔로, 부산에서 바로 인천 공항으로 짐을 보낼 수 있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나.

최근에는 KTX 특송 서비스 운영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예를 들면 부산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서울까지 급하게 보낼 일이 있는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단순 짐 보관 회사 정도로 알려졌는데 이제 ‘당일특급 생활물류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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