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계약, 3개월→1년 변경'...이 아파트의 '따뜻한' 결단

장재완 2024. 10. 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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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리슈빌학의뜰 입주자대표회, 1년 이상 근로계약 명문화... 시민사회 "모범 사례, 감사"

[장재완 기자]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17일 대전 유성구 학하동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의뜰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 1년 이상 계약 체결을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진은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쁨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
ⓒ 오마이뉴스 장재완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신 학의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그리고 관리사무소, 경비업체 대표님 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치는 17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학하동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 정문에 하하호호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사람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처음인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는 이들은 대전지역 시민·노동단체, 진보정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아래 사업단)' 관계자들이다.

사업단은 그동안 아파트경비노동자들의 3개월 초단기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전광역시노동권익센터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대전지역 500세대 이상 아파트 295개 단지에서 근무하는 경비노동자의 고용방식을 조사한 결과, 95%가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었다. 이런 용역업체와 노동자가 3개월 초단기 계약을 맺고 있는 비율은 47.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초단기 계약은 경비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하고, 부당한 업무 지시나 업무환경 개선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인권침해적 노동환경을 만든다며 1년 이상 계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사업단은 주장해 왔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대전시는 지난 4월 12일 대전광역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아래 준칙)을 개정, '공동주택 내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고려해 근로계약을 1년 이상의 기간으로 체결하도록 협조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준칙이 강제조항이 아닌 데다가 준칙 개정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나 용역업체가 알지 못해 3개월 초단기 계약은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대전시의 준칙 개정 이후 처음으로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들과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최근 용역업체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그동안 경비원들이 3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었다는 것과 대전시의 준칙이 개정됐다는 것을 알게 돼 경비노동자와 1년 이상 계약을 명시한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사업단은 학의뜰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더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 1년 이상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이날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상생의 길 선택한 학의뜰 아파트의 결단에 감사"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17일 대전 유성구 학하동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의뜰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 1년 이상 계약 체결을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참 좋은 가을날입니다"라는 말로 기쁨을 감추지 못한 김선재 사업단 공동대표는 "경비노동자들과 함께 살기를 위해 상생의 결정을 내려주신 학의뜰 입주민,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장님, 용역업체 대표님, 모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어 "대전지역 절반에 가까운 아파트에서 3개월짜리 단기 계약이 만연하다. 그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항상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불안해하시고, 잘못한 일이 없어도 늘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씀하신다"며 "경비원이 불안하면 아파트도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러하기에 3개월 계약을 1년 이상으로 변경한 학의뜰 아파트의 소식은 경비노동자들에게 너무나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 "다시 한 번 상생의 길을 선택해 주신 학의뜰 입주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당사자도 발언에 나서 감사한 마을을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 경비관리지회 소속 강영도씨는 "오늘 저는 대전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을 대표하여 학의뜰 입주민들에게 직접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경비노동자들은 대부분 고령임에도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3개월 단기 계약으로 언제 일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일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직장도 해고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하고 "이번 학의뜰 아파트의 1년 이상 계약 결단은 경비노동자들에게 큰 기쁨이고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학의뜰 아파트의 선한 영향력, 더욱 번져가길 기대"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은 17일 대전 유성구 학하동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의뜰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 1년 이상 계약 체결을 환영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진은 이날 발언에 나선 박선화 계룡리슈빌학의뜰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이사.
ⓒ 오마이뉴스 장재완
이러한 감사인사에 학의뜰 입주민을 대표해 박선화 입주자대표회 이사가 발언에 나섰다. 박 이사는 "우리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 노동자들이 3개월 초단기 근로계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아파트 경비원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지내왔기에, 경비원분들이 그렇게 고용 불안 속에서 근무하신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는 "그래서 입주자대표회는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과 면담을 가졌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동대표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용역업체와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을 1년 이상으로 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우리는 우리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번을 계기로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상생하는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계룡리슈빌학의뜰아파트 경비노동자 1년 이상 근로계약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히고 "학의뜰아파트의 결정은 단순히 형식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권리 보호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학의뜰 아파트의 선도적 사례가 선한 영향력이 돼 대전지역에 더 많은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와 함께 상생하며 존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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