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실망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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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바야흐로 해산물의 계절이다.
때문에 요즘 노량진은 정말 많은 손님들로 몰린다.
평일에도 초장집 웨이팅이 있더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수산시장 방문한 여러분들이 만족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이 이유는 예전과는 명백히 다르다.
옛날 수산시장 방문객들은 바가지, 호객, 저울치기, 비위생적인 환경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의 방문객들은 그런 면에 대해선 피해를 훨씬 덜 보는 편이거든.
수산시장이 착해졌다는 건 아니고 메타가 바뀌어서 그렇다.
요즘 세대는 생선 한 마리 가지고 흥정해서 안 사거든
그냥 이런 모둠회 하나 예약해서 먹지.
딱히 흥정도 필요없으니까
편하기도 하고 ㅇㅇ
하지만, 저 모둠회가 바로 모든 문제의 시작이다.
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
슬슬 겨울이니, 여러분 친구 중 하나는 이런 이야기를 꺼낼지도 모른다.
'우리도 수산시장 가볼까? 요즘은 괜찮다는데?'
여러분은 의심의 눈초리로 친구를 보겠지만, 친구가 이야기한다.
요즘은 어플이 발달했다고.
그냥 모둠회 사먹으면 돼서 바가지 쓸 일도 없다고.
그렇게, 바람 좀 쐴 겸 노량진에 입성한다.
아! 여기가 말로만 듣던 던전이구나!
사람은 시발 왜 이렇게 많아?
그래도, 나름 즐겁다.
노량진은 세계 제일의 활어 집산지거든.
외국인도 매일같이 구경올 정도의, 일종의 무료 아쿠아리움이나 마찬가지다.
"싸게 해 드릴게요! 뭐 필요하세요!"
상인들이 호객을 걸어도 뭐, 괜찮다.
이미 회를 예약했잖아?
어차피 무시하면 되거든.
"싸게 해준다는 거야, 싸게 해준다는 거야?"
"뭐래 병신아."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이제 회를 수령하겠지.
보통.... 2인기준 가장 기본회가 6만원 함.
고급 어종 들어가면 8만원 10만원 하고 ㅇㅇ
그렇게 여러분은 회를 손에 넣는다.
여기까진 기분이 좋다.
내가 먹어본 적 없는 어종들이 들어가있고, 다른 사람들도 줄 서서 이걸 사고, 가격도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거든.
재앙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니 씨발.... 초장집 줄이 왜 이렇게 길지?
30분, 1시간, 길면 2시간까지 대기가 이어진다.(가끔 똑똑한 친구는 대기 의자에 앉아서 맥주랑 튀김 먹으면서 1차 하고있더라)
들어가서도 불만은 멈추지 않는다.
'저기요! 저기요! 띵동띵동!'
아무리 불러도 직원이 안 온다.
왜? 이미 존나 바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도 그럭저럭 괜찮다.
아니 뭐... 가끔 바쁜 술집 가면 주문 씹힐 때 있잖아.
여기도 존나 바쁘니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계산서를 보면 그 순간 여러분의 기분은 팍 상하게 된다.
자리값 8000원
매운탕값 15000원
소주값 15000원
라면사리 2000원
총합 4만원
즉, 가장 기본 회를 먹었어도 여러분은 총합 10만원.
인당 5만원을 부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씨발! 이러면 동네 횟집 가고말지!
이게 바로 '노량진 갈 바에 동네 횟집 가고 말겠다' 의 이유다.
그리고 이건, 요즘들어 정말 많아진 내 나이대 손님들이 노량진에 왔을때 겪는 상황이다.
대체 뭐가 문제점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건, 초장집이다.
'자리값은 알겠어. 근데 내가 가져온 걸로 매운탕 끓여주는데 만오천원을 받아?'
'아니 킹크랩 찜비가 이렇게 비싸다고?'
그야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계산한 곳이 바로, 초장집이니까.
다만 초장집으로선 좀 억울하다.
일반적으로 여러분이 가는 가게의 임대료는 저 정도다.
하지만 초장집 임대료는 그 다섯배쯤 되거든.
어지간한 가게보다 인건비도 많이 들고 말이지.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데, 그래도 이해할 여지가 있긴 하다는 거다.
매운탕거리도 뭐... 사실 서더리는 노량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거든. 썩어 넘치는게 서더리라서 손님이 가져오든 안 가져오든 가게 쪽에서 상관은 없음
그냥 명분삼아 안 가져오면 매운탕값 5000원 받는거지
아 물론 양심터진 초장집도 있다
서비스 새우 500그램 쪄주는데 1kg 가격 받는다거나
서비스 조개 쪄주는데 또 1kg 가격 받는다거나
근데 그런집만 거르면 그럭저럭 합리적이라 봄
아예 초장집을 안 가는것도 방법이고 말이야 ㅇㅇ
아니 그래서 대체 시발 뭐가 문제인데? 라고 하면
그래. 여러분이 처음에 산 회가 잘못된 거다.
거기서부터 일이 꼬인거임.
내가 쓴 글 중, '모둠회 원가 알아보자'를 참고하면 알겠지만.....
모둠회의 원가는 50% 정도거든.
즉 두배를 남겨먹는단 거다.
'음식 원가율이 50%면 괜찮은거 아닌가요?'
수산시장에선, 아니다.
종원이햄은 원가율은 30%~35% 정도가 적절하다 하셨다.
But. 횟집은 원가율이 다른 식당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여러분이 생각하는 '동네 맛집' '여기 혜잔데?' '여기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는 곳들은....
원가율 50%
혹은 그 이상을 측정하는 경우도 많다.
'난 회에선 별로 안 남겨먹을 거고, 대신 사이드랑 술 팔아서 채우겠다' 라는 전략이지.
같은 원가율 50%
근데 노량진에 가면 초장집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하니, 거기 갈바에 동네 횟집 가겠다는 사람이 많은 게 당연함.
동네 횟집이랑 비교하고 실망하는 것도 당연하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네 횟집'은 저런거거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 입장에선 편함
걍 도매점이나 경매장 써버리면 됨.
공략글에서 계속 떠들었듯, 나도 그래서 지금껏 도매점을 계속 추천한 거고.
그런거 쓰면 초장집가도 동네 횟집보다 가성비 좋아
초장집에서 4만원이라고?
그럼 도매점이나 경매장에서 돌돔같은거 6만원에 사면 어떰?
와 시발 돌돔 먹었는데 둘이 10만원 ! < 쌉가능함
근데, 최근 도매 vs 소매 갈등이 한 번 있었음.
아직도 현재진행중이지
사탄의 혈육 도슝좍들이
생선에 20도 안쓰고
건강한 소매점을 음해하고
커뮤니티에서 분탕치니까 정상화 해달라고 한거임
생선손질 금지로 ㅇㅇ
물론, 효과는 없었지.
경매장, 도매점 가격 아는사람이 소매점을 어떻게 가? 가격이 두 배 차이인데.
결국, 소매점이 공존하려면 원가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봄.
그게 힘든것도 아님
일반 가게 임대료는 400만원임.
근데 노량진 소매점 임대료는 40~60만원임
일반적으로 혼자 하거나 둘이 해서 인건비도 훨씬 덜들고, 권리금도 없음.
당연히 물값 얼음값 나가는거 아는데, 그래도 동네 횟집보단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당장은 좀 손해보더라도....
동네 짱먹은 횟집 갔을때의 만족도를 노량진 갔을 때도 느끼면, 지금보다 훨씬 사람들이 노량진을 찾아가주지 않을까?
소매점 장점은 명백하잖아. 도매에선 먹기 힘든 '모둠회' 를 즐길 수 있지.
그 정도 원가율이 잡히면 일반인 뿐만 아니라 경매 가는 경슝좍 도매점 쓰는 도슝좍들도 가끔 모둠회 땡길때 소매점 갈거임
실제로, 그런 집도 하나둘 생기는 추세고.
노량진 수산시장. 지금도 욕 많이 쳐먹지만 예전에 비하면 진짜 많이 나아졌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해
나는 대부분의 술자리를 노량진에서 해결함
집 근처라서 그럼
일반인중에 나보다 노량진에서 모임 더 많이 가진사람?
적어도 최근 3년동안은 없다 자부한다. 상인들도 ㅇㅈ하더라
몇몇 상인은 내가 상인이나 중도매인인줄 알대
다만... 수산시장 방문했다 실망하는 방문객들이 종종 보여서 이런 글을 남겨둠
3줄요약.
1. 초장집에 사람이 많아 서비스 수준이 동네 횟집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2. 님이 좋아하는 단골 횟집은 원가율이 생각 이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다.
3. 그래서 일반적으로 '노량진 갈 바에 동네 횟집갈걸' 소리가 나온다.
P.S 왜 글 안쓰고 사라졌냐, 수산시장 상인한테 맞아 뒤졌냐, 걱정해주시는 분 많았는데 그냥 일하고 해산물 먹고 그렇게 살았음
엊그제 먹은 털게
지난주 먹은 흰꼬리타락치(같이 잡힌 두마리 중 한 마리는 서대문박물관에 감)
그 전에 먹은 납작금눈돔, 촉수어, 육동가리돔 등등....
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으면 이런 특수어종도 해볼게!
근데 그런건 이제 유튜버들한테 맡기고 나는 공략글이나 쓰는게 좋지않을까 싶음
다음 글은.... 11월에 먹으면 좋을 해산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