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단속' 외친 이동관의 <조선> 인터뷰, 따져보니
[박성우 기자]
▲ 2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
ⓒ <조선일보> |
2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이 위원장은 "지금 전 세계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단속하지 않는 것이 탄핵 사유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위원장이 인터뷰에서 한 발언들을 따져보면 어떨까. 과연 사실에 부합할까.
▲ 공개된 문건 중 지난 2010년 1월 13일 작성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1.7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 위원장이었다. |
ⓒ <뉴스타파> DATA 포털 |
"민주당은 이동관을 '언론 장악 기술자'라고 한다"라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내가 언론을 장악했으면 적폐 청산 대상으로 뭐든 하나 걸려들었어야 하지 않나. 오히려 PD수첩이 촉발한 광우병 파동, 미네르바 사건 그리고 현직 판사가 국가 원수를 가카새키 짬뽕이라고 모독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는데 무슨 언론 장악인가"이라고 답했다.
지난 2022년 <뉴스타파>는 이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의 대변인과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의 대통령기록물과 국가정보원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들을 통해 이 위원장이 정권 비판적 보도를 '문제보도'라 낙인 찍고 국정원으로 하여금 공영방송 내부 동향과 언론인 축출 방안을 보고 받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계획을 실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공개된 문건 중 2010년 1월 13일 작성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1.7 홍보수석실 요청사항"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 위원장이었다. 해당 문건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가 선거기획단 구성 등 선거방송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바,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강화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문건은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 좌편향 제작진 배제 및 자체 모니터링 강화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시 좌편향 시민단체 및 특정 방송사 관련자 배제 ▲건전매체 및 등 보수단체들과 협조, 방송사의 좌편향 선거보도 견제활동 강화 및 자생적 선거보도 감시단체 조직화 등 특정인 배제와 건전매체·보수단체 등 특정 집단과의 협조를 통한 실질적인 언론 장악 계획이 담겨져 있다.
이외에도 <경향신문>이 지난 6월 입수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공판기록·증거기록·진술조서 등에서 이 위원장이 홍보수석 재직하던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명진스님에 대한 사이버 여론전을 실시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한 것이 밝혀졌다.
지난 8월 MBC가 입수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보고서에서는 이 위원장이 대변인 재직 당시 직접 이명박 대통령에게 MBC 경영진 교체를 위해 여론전을 펼치겠다고 보고한 점이 드러났다(다만, MBC 보도에 따르면, 이동관 위원장은 "자신이 직접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한 게 아니고, 표지에 적힌 보고자는 부속실이 편의상 적은 것"이라며 "실제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위원장이 당시 언론 장악이 없었다며 근거로 제시한 MBC 'PD수첩' 광우병 관련 보도와 미네르바 사건의 경우 모두 검찰 기소 결과 무죄로 판결났다. 미네르바 사건의 경우 당시 검찰이 기소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자체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까지 받았다.
▲ 이 위원장은 "법적 근거 없이 가짜뉴스를 심의 단속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는 질문에 "지금 전 세계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 EU는 '디지털 서비스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과 브라질도 가짜뉴스 방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하지만 현재 방통위가 발표한 가짜뉴스 방지 법안과 이 위원장이 언급한 세계 각국의 가짜뉴스 방지 법안은 전혀 다른 법안이다. |
ⓒ <조선일보> |
"법적 근거 없이 가짜뉴스를 심의 단속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는 질문에 이동관 위원장은 "지금 전 세계가 가짜뉴스 단속에 나서고 있다. EU는 '디지털 서비스 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영국은 '온라인 안전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일본과 브라질도 가짜뉴스 방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방통위가 발표한 가짜뉴스 방지 법안과 이 위원장이 언급한 세계 각국의 가짜뉴스 방지 법안은 차이가 있는 법안이다. 방통위의 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인터넷 게시물 등에 대해 가짜뉴스 내용 여부를 심의해 삭제와 차단 등의 '선제적' 조처를 하는 것과 언론의 가짜뉴스 유포시 방통위가 해당 언론의 폐간을 조치할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골자로 한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서비스 법(DSA)'은 EU 전체 인구의 10% 또는 이용자가 4500만 명 이상인 '초대형 플랫폼'에 한해 불법 상품, 서비스나 유해한 콘텐츠가 포함된 내용이 게시되는 것을 방지하고 제거하는 동시에 사용자에게 이런 유형의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할 것을 규정한 법이다. 정부가 가짜뉴스의 내용을 심의하고 단속하는 성격이 아니다.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OSB)' 또한 페이스북 등 대형 IT 기업이 아동 성적 학대, 통제 또는 강압적인 행동, 극단적인 성폭력, 사기, 자살 조장 또는 조력, 리벤지 포르노, 불법 약물 또는 무기 판매, 테러 등과 관련한 게시글을 삭제할 것을 규정한 법으로 해당 게시글들에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시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묻는다.
'영국, 온라인 안전 법안(Online Safety Bill) 발의'(임다혜) 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커뮤니케이션청에서 해당 법안에 근거하여 기업들이 플랫폼 사용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규제 기관의 역할을 하도록 했"는데, "여러 IT 기업은 해당 법안의 요건에 충족하도록 자사의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는지, 사용자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어떤 노력과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 입증하고 커뮤니케이션청(Ofcom)의 점검을 받"는다.
브라질의 'PL 2630'이란 이름의 가짜뉴스 방지 법안 역시 구글 등 온라인 플랫폼에 가짜뉴스나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 부과와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이다. 가짜뉴스 심의 및 삭제 주체는 다른 법들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아닌 온라인 플랫폼이다.
방통위원장의 말말말
한편, 이동관 위원장은 "민주당은 정권 입맛에 안 맞으면 가짜뉴스로 탄압하려는 의도라고도 주장한다"라는 질문에 "우리가 규제하려는 가짜뉴스란 청담동 술자리, 뉴스타파 인터뷰 조작처럼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정치적·상업적 목적으로 퍼뜨리는 허위 조작 정보"라고 규정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녹취파일의 제보자였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녹취파일 속 음성의 주인공인 대장동 사건 핵심인물 김만배씨 간의 금전 거래는 언론 윤리상 분명 문제이지만, 해당 보도가 허위라는 근거는 아니다. 보도의 본질적인 핵심은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의 부산저축은행 대출 사건 부실 수사 의혹이고 아직 명백히 밝혀진 사안이 아니다. 해당 보도가 "허위 조작 정보"라는 것은 이 위원장의 주장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이동관 위원장은 "손준성·이정섭 검사도 탄핵소추안에 이름을 올렸다"라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해 사법 행위를 방해하는 범죄"라며 "위장전입했다고 검사를 탄핵한다면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탄핵당할 것"이라 답했다.
하지만 두 검사가 탄핵 소추의 대상이 된 이유는 위장전입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손 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인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이 대표적인 탄핵 소추 이유고, 이 검사는 위장전입 외에도 골프장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리조트 관련 감염병예방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그리고 가사도우미 개인정보 무단열람 및 제공 관련 국가공무원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위가 탄핵 소추 이유다. 현재 검찰은 이 검사의 관련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또한 "(방송사) 노조의 저항이 크지 않을까"하는 질문에는 이 위원장은 "예전 같으면 출근 저지 투쟁을 했을 텐데 이번엔 조용하지 않은가. 그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KBS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라고 답했지만 정작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박민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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