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4시 44분을 자주 보는 걸까?

오늘따라 잠이 안 와서 무심결에 시계를 봤는데, 4시 44분! 얼마 전에 새해를 맞아 왱 팀원들과 워크샵을 다녀왔는데 새벽에 집에 들어와서 다음날 아침 핸드폰 알람을 맞췄더니 이런 게 뜨더라. 이거ㅎ 레알 실화인데 내가 너무 이 취재에 몰입한 건가?

마침 유튜브 댓글로 “시계볼 때마다 4시 44분을 부쩍 자주 보는 것 같은데 이거 왜 이런 거냐”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적인 정보를 더 잘 기억하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다.

왱 커뮤니티에서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1만2000명이 참여한 결과는 4시44분을 자주 보는 것 같다는 응답이 62%, 그렇지 않다가 38%로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하신 왱구분들이 더 많았다. 댓글 중에는 “얼마 전부터 4시44분이 자꾸 보이는데 불길해죽겠다” “뭔 말도 안되는 소리 이랬는데 시계 보니까 4시44분 ㄷㄷ” “4시44분일 때 배터리 44%였던 적도 있다”와 같이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그 4,4,4라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숫자에 대한 관념 가운데 별로 안 좋은 거잖아요. 4라는 숫자가, 그러니까 사람들이 기존의 통념상 갖고 있던 그런 것이 이제 부각되면서…”

444에 대한 공포는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진다. 오죽하면 빌딩 엘리베이터 안에 4층 안내도 숫자를 안 쓰고 영어 Four에서 따온 ‘F’로 대신할까.

그러니까 우리는 은연 중에 시계를 통해 1시 13분, 3시 51분, 7시 58분 같은 시간들을 수없이 보지만, 그때그때 시간을 확인하고 잊어버리지만, 4시44분같이 부정적인 인식이 뇌리에 박혀있고 특색이 있는 숫자는 아무래도 한 번 더 눈에 띈다는 얘기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이게 그 당시에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4시 44분을 봐도) 그게 웃고 넘어갈 일인데, 뭔가 좀 마음 속에 찜찜한 게 있거나 불안한 구석이 있었을 때 이제 그런 걸 보게 되면 이런 것들은 거기에 신경이 곤두서게 하죠. 그 가장 대표적인 게 뭘 거 같습니까. 징크스에요”

징크스란 안 좋은 일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는 연관성이 없는데도 어떤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뜻한다. 가령 축구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하면서 박수를 안 치면 질 거라고 생각해 박수를 치며 입장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실제로 축구 경기의 승패와 그 선수가 입장할 때 박수를 치는 것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어떤 경험이 쌓이면서 선수 혼자 박수치는 것과 경기의 승패를 연관짓게 된 거다.

그런데 왜 유독 다른 숫자에 비해서 이런 부정적인 뉘앙스의 숫자에 우리는 더 민감할까. 이에 대해서는 위험 요인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도록 진화한 인간의 생존 본능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이런 본능 탓에 우리는 길 가다 넘어지거나, 어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면 그런 고통을 각인한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 이면에는 언제든 그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이 자리 잡는다. 바로 이런 불안이 4시 44분 같은 부정적인 숫자를 접하면서 우리 마음을 잠식하기도 한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4라는 숫자보다는 ‘13일의 금요일’ 같은 날짜에 좀 더 민감한데 이것도 원리는 똑같다.

결국 이런 심리는 안 좋은 걸 더 오래 기억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얘기. 예전에 우리가 왜 내가 있는 차로만 막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취재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었는데 내가 추월한 차의 기억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내 앞에 있는 차는 유독 신경을 쓰게 되고, 이런 한정된 정보만으로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을 내린다는 거였다.

그래도 얘기 나온 김에 교수님한테 이런 불안을 떨치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
“그걸 떨치는 방법은 딱 하나에요. 몸을 고달프게 하는 거에요. (왱: 아~ 잡생각이 안 들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