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니 무서워”…80대 시인 위트에 꽂힌 아이돌
![프롤로그 싱글 '노 스쿨 투모로우(No School Tomorrow)'로 컴백한 알파드라이브원 상원의 콘셉트 포토. [사진 웨이크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26/joongang/20260626145404005pdmy.jpg)
“쉽게 소비되지 않는 것들을 좋아한다. 책처럼.”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의 멤버 상원(23)은 책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종합 1위로 데뷔한 그는 데뷔 기념으로 쓴 ‘프로필’ 페이지 속 취미 칸에도 ‘독서’를 적어넣었다.
지난달 26일 프롤로그 싱글앨범(타이틀곡 ‘오엠지!’) 컴백에 앞서 서면으로 만난 상원은 “책을 읽는 시간 만큼은 무언갈 생산하지 않아도 돼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하나에 오래, 깊이 빠지는 경험을 소중히 여긴다”는 그는 1년에 15권 정도의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열세살부터 연습생 생활을 했던 상원은 데뷔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쉴 수 있을 땐 꼭 책을 들었다. 데뷔 후 더욱 바빠진 지금도 “조용히 생각에 잠기는 새벽의 시간은 남겨놓는다”고 했다. 그가 요즘 들여다보는 시집은 영국 시인 웬디 코프의 『오렌지』(윌마)다.
Q : 이 책은 어떻게 읽게 됐나.
A : “지난해 겨울 함께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전이정이라는 친구에게 추천받아 읽게 됐다. 제목과 표지에서 드러나는 온도가 좋아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이 시집은 영국의 독립문학 출판사 파버앤파버에서 출간한 『오렌지와 다른 시들(The Orange and other poems)』(2023)의 번역본이다. 책의 저자인 코프는 1945년에 태어난 80대 시인으로, 일상적인 장면을 유머러스하게 담아 현지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코프가 1992년에 발표한 시 ‘오렌지’는 총 12행 중 11행이 일상의 묘사다. “점심시간에 커다란 오렌지를 하나 샀어”로 시작해 “사랑해. 살아 있어 참 좋다”는 문장으로 맺는다. 일상의 감정을 위트있게 표현한 이 시는 2010년대 후반 SNS를 통해 퍼지며 젊은 세대의 공감을 자아냈고, ‘역주행’에 성공했다. 『오렌지와 다른 시들』은 그 인기에 힘입어 나온 책이다.
상원은 『오렌지』에 수록된 시 중 ‘발렌타인’을 오래 곱씹은 시로 꼽았다. “구성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감정선과 그것을 은유적으로 응축해 놓은 듯한 느낌이 좋다”면서다.
“나는 마음을 먹었거든/근데 그게 너라니 무서워./네가 무얼 기대했든/만약 너와 함께할 수 없다면/올해 말고 내년도 괜찮아./나는 마음을 먹었거든/근데 그게 너라니 무서워.” (‘발렌타인’ 전문)
Q : 시집에서 자주 다루는 감정 중 하나가 ‘사랑’이다.
A : “사랑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는데도 사랑처럼 느껴지는 문장이 좋다. 오히려 그런 순간에서 사랑을 많이 느낀다. 팬들에게도 일상에서 ‘사랑이 다야’라고 말하며 자주 표현하려 한다.”
Q : 지난 1월 유튜브 콘텐트에 출연해서도 추천한 시집이다. 『오렌지』를 반복해서 읽은 이유가 있다면.
A : “『오렌지』를 읽는 내내 나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기분이었다. 시집인데도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고, 문장이 간결했지만 오래 내 곁을 맴돌았다. 바쁠 때 시집을 펼쳐 마음 정리를 하는 편인데, 『오렌지』는 지금의 내 상황에 꼭 맞는 시집이었다.”
Q : 『오렌지』를 여러 차례 읽으며 새롭게 되돌아본 나의 모습도 있을 것 같다.
A : “생각보다 조용한 문장에 오래 영향을 받는다. 예전에 책을 읽을 때는 눈에 띄는 표현이나 큰 감정에 휩쓸렸다면, 요즘엔 담백한 문장을 오래 붙잡게 된다.”
Q : 시집을 읽는 젊은 독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시의 매력은 뭔가.
A :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설명 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시의 매력 아닐까. 이유 없이 마음에 무언갈 오래 남길 수 있는 건 시라는 장르에만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 더중앙플러스- 젠지(GenZ)의 책장
「

젠지가 80대 시인에 빠졌다, 스물셋 상원이 사랑한 시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6264
」
최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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