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 탈출하려 캥거루 됐다" 부모님 집 눌러앉은 30대 사연

“나가 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만 서른 살이 된 5년 차 직장인 박모(서울시 서대문구)씨는 최근 ‘독립 의지’를 완전히 접었다. 그는 “막상 현실을 돌아보면 부모 바라기가 될 수밖에 없어요”라며 자신이 ‘캥거루족(부모 집에얹혀살며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성인 자녀들을 뜻하는 용어)’임을 인정했다. 마지막 ‘투쟁’이 있긴 했다. 귀가 시간을 두고 부모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인 후 ‘서러워서 나가 산다’는 마음으로 자취할 곳을 알아봤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현실을 자각하고 투항했다. 박씨는 “직장과 가까운 곳의 오피스텔 전세가 2억~3억원이었다. 관리비, 대출 이자까지 생각하니 부모님 집에서 버티는 게 답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된 뒤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결혼할 계획이 있었다는 박씨는 “요즘은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32·경기도 고양시)씨는 “자발적 캥거루족”이라고 했다. 그는 “직장 생활 6년 동안 모은 돈이 1억5000만원이다. 독립하려면 대출을 받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둘 다 여의치 않아 결혼 전까지 눌러앉는 걸 선택했다”고 했다. 캥거루족을 탈출하기 위해 캥거루족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2~3년은 더 자금을 모아야 할 것 같다. 당분간 본가를 떠날 생각이 없다”는 계획이 있었다.
10명 중 6명 캥거루족…“독립 계획 없어”
국무조정실이 최근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19~34세 청년 10명 중 6명은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7.7%가 “아직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56.6%)”이었다.
현실에선 보다 진화한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이 나타나고 있다. 취업난과 고물가를 견디다 못해 자취 생활을 하다가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대학 입학 후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한 김모(31)씨는 최근 10년간의 독립생활을 청산하고 경기도 안성시의 부모님 댁으로 들어갔다. 2018년 대학 졸업 뒤 취업 준비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최종 전형에서 탈락을 거듭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김씨는 “서울 오피스텔 전세 비용과 생활비를 부모님께 받았었는데 더는 버티기가 어려웠다. 포기하는 마음으로 경기도로 돌아갔다”고 했다.
“비혼은 강요된 선택”

앞서 언급한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미혼 청년 중 “향후 결혼 계획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75.3%였다. 남성은 79.8%, 여성은 69.7%였다. 김 교수는 “계획은 있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고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보니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간 정부는 출산 장려금을 주거나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결혼관을 바꾸려는 엉뚱한 대책들을 내놓곤 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일자리와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파격적인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독립이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건 사회 경제적 기반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너무 높아진 주거비를 생각하면 캥거루족으로 사는 게 청년들에게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직장 재직 기간이 짧은 청년의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대출 등 그들의 삶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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