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안 됐으니 문제없다? 22년 재보선 공천 개입 인정하는 꼴"
[이영광 기자]
명절 연휴 다음날인 19일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에 대한 추가 보도가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19일 뉴스토마토 보고가 예고된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나 텔레그램 캡처본이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 |
ⓒ 이기인 제공 |
"처음에는 여사 공천 개입이 메인 주제였는데 점점 이 사안이 산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0년 동안 정당에서 활동해 봤지만, 정치권에서 첫 의혹이 제기되고 그 실체가 밝혀지기까지 발전하는 과정들에 대해 여러 사례를 지켜본 적이 많아요. 돌이켜봤을 때 공통점 하나는 하나의 소재가 깊게 취재 안 돼서 다른 문제들을 이것저것 끼어 팔게 되면 결국 본질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겁니다. 저는 이 공천 개입 이슈가 그것의 전형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서 보도했다가 지금은 국민의힘 측이 개혁신당에 시도한 공천 거래 미수 사건으로 사안을 확전시키면서 논점이 매우 흐려져 버렸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만큼 파괴력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로 보도의 집중도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현재까지 드러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어떤 여러 증거, 이를테면 보도에 나오는 그 명태균씨와 영부인의 대화에서 실제로 국민의힘 공관위 측에 여러 거래가 있었는지, 그리고 심지어 김영선 의원 측이 국민의힘 공관위에다가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게 어저께(20일) 단독으로 나왔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좀 더 심층적으로 취재가 되어서 나와줘야 훨씬 더 파괴력이 있고 또 무엇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에서 얘기하는 건 공천 안 됐으니까 문제없다는 것 같아요.
"근데 그 말이 다시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게 2024년 최근의 총선에서는 공천이 안 됐으니까 공천 개입이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새로운 녹취가 공개된 것은 2022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였거든요. 그때 창원 의창에서 김영선 의원이 공천됐단 말입니다. 공천이 됐을 때의 그 과정, 즉 국민의힘에서 발표를 하기도 전에 명태균씨가 제3자와의 통화에서 공천됐으니까 빨리 사무실 차려야 되고 본선의 후보 현수막은 달라야 한다고 지시한 것도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공천이 안 됐으니까 공천 개입이 아니라고 했는데 지난 보궐선거에서는 공천이 됐으니 공천 개입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해 버리게 된 꼴인 거죠."
- 근데 2022년엔 이준석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였잖아요. 그럼, 이준석 의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까요?
"그 당시의 대표니까 도의적인 책임은 있겠습니다만 이준석 대표의 성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실 거예요. 공천에 개입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입니다. 특히나 자기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공천에 개입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나는 국대다'에 나왔던 대변인조차도 지방선거에 나갔지만 컷오프 되거나 경선 통해서 공천받는 모습들이 있었고, 이준석 의원과 함께 정치적 동지로 구분되었던 유승민 의원조차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천하잖아요. 그만큼 이준석 의원은 사사로운 의도로 공천에 개입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 그러나 외부의 압력을 막아내는 것도 대표의 역할 아닌가요?
"외압을 막아야 하는 일차적인 의무와 기능은 사실상 공천관리위원회에 있습니다. 외압은 또 드러났을 때 인지하고 그것을 막는 게 가능하지, 드러나지 않은 압력을 스스로 인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리고 당대표는 외압을 막는 것이 주된 역할이 아니라 공관위의 결정을 믿고 최종 추인하는 데 있죠. 이준석 의원은 공관위의 결정을 믿고 전적으로 신뢰한 겁니다. 만약 당시 개입 행위가 있었다면 행위한 주체가 벌 받아야지 그걸 막지 못한 대표에게 책임을 지라는 건 너무 과한 요구 아닌가 싶어요."
- 이게 개혁신당으로 불통 뛴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불똥이 튄 게 아니고 국민들에게 알려질 불꽃이 튀었죠. 저희가 불법적인 일 한 것도 없고요. 심지어 국민의힘 측에서 우리에게 공천 거래 시도를 했지만 우리는 이걸 사전에 차단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차적으로 이준석 대표와 당시 지도부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못난 정치 하지 말자고 다짐한 셈이죠. 그래서 저희는 이것을 불똥이라고 보지 않고 오히려 많은 국민들께 이 공천 거래라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당하고 합리적인 당 운영을 선택했다는 장점만 더 부각될 소중한 불씨를 얻은 거라고 봅니다."
- 이준석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축소하려는 느낌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설령 김 여사의 공천 개입에 대한 실체가 있더라도 이준석 의원에게는 그것을 축소 ·은폐할 동기가 없습니다. 김 여사가 한 행위를 옹호해서 얻을 아무런 이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보수 정권의 대통령이 공천개입으로 실형을 받았는데 그걸 가장 가까이에서 본 이준석 입장에서는 성급한 판단보다 신중한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선 의원이 보여준 텔레그램은 공천 개입이라고 하기엔 빈약하다고 평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텔레그램의 내용을 아는 건 이준석 의원 본인과 김영선 의원밖에 없는데 그 내용도 이 의원이 밝히지 않았습니까? 애초 '김 여사가 도와주기 어렵다는 취지'라고요. 오히려 텔레그램 대화를 보유하고 있고 이걸로 거래를 시도하려고 했던 김영선 의원과 국민의힘이 그 진실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각에서 2022년 보궐 선거에서부터 김 여사의 공천 개입설을 이 의원이 알고 있었을 거라는 음모론을 퍼뜨리는 분들이 계신데요. 그럼, 보선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을 인지한 이준석이, 대통령으로부터 당에서 쫓겨날 때 공천개입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도 조용히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건 음모를 넘어 망상 수준의 판타지입니다. 이준석 의원은 이번 김 여사 특검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윤핵관 의원들 다 어디 갔습니까."
- 지금 가장 뜨거운 것은 의정 갈등 같아요. 명절에 의료대란이 일어날 거란 예측도 있었는데 다행히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일부에선 명절 이후가 더 문제라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저는 일단 명절에 의료대란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고 말하는 정부가 참 괘씸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쎄요. 과연 지금의 이 의료 시스템이 안정적이어서 무사히 지나갔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의 연휴도 반납하고 쪽잠 자면서 응급실 지켰던 소수 의료진이 몸을 갈아 넣었기 때문에 겨우 지나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실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드러난 사건·사고도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이 들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명절 이후가 더 문제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환절기가 오잖아요. 오늘(21일)만 해도 비가 오고 있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죠. 아시겠지만, 응급실에 응급 상황이 겨울 되면 아마 더 불어나고 포화 상태로 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정녕 남아 있는 그 몇 안 되는 의료진조차 번아웃이 올 거고 의료대란은 더 심각해지는 거죠.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봅니다."
- 그러면 의정 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저는 2025년 의대 정원이 수시를 모집하기 시작했으니까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새로 7천 명이 넘는 숫자를 뽑아놓은 뒤의 혼란이 훨씬 더 클 거로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논란은 있겠지만 결국 해결할 방법은 원점 재검토밖에 없죠.
제가 기억하기로는 우리나라의 의사 증원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많은 의사가 배출되어도 필수 의료 내지 어려운 진료로 가지 않는 시스템과 수가를 조정해야지 이걸 그냥 낙수 효과를 바라면서 무작정 5년 동안 2천 명씩 늘리겠다는 과격한 방법을 고집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근데 지금 정부의 발표를 들어봤을 때 이렇다 할 묘안이 보이지 않아요. 그냥 이렇게 의대 정원만 늘려놓으면 괜찮을 거다 하는 낙관론만 펼치고 있지 별다른 대안은 준비하지 않고 있죠. 그래서 저는 이 의정 갈등을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키는 원점 재검토밖에 없다고 봐요. 그냥 2천 명 정해놓고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따라오기만 하라는 식으로 한다면 결국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붕괴까지 올 거라고 봐요"
- 대통령이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거든요.
"대통령이 현실 인식을 잘 못하고 있는 게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잖아요. 당장 갤럽 조사만 해도 20%가 나왔고 다음 주 갤럽 조사에서는 어쩌면 10%대 지지율의 대통령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70%의 부정 평가라고 하는 것은 정권의 레임덕을 넘어 통치 불능의 상태죠. 박근혜 정부 때 탄핵 국면에서의 부정 평가보다도 높은 수치거든요. 심지어 리얼미터에서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것 아닙니까? 근데 그걸 자세히 뜯어보면 고령층과 지방에서부터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거예요. 그 말인즉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하는 고령층과 지방에서 민심의 이반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결국 보수의 유권자들 보수의 지지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죠.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을 빨리 해야 하죠. 안 그러면 보수가 버린 보수 대통령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 1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통과시켰는데.
"두 특검법 모두 우리 개혁신당 원내 3인의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고요. 김건희 특검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면죄부 부여 심의로 인해서 그 명분을 주게 됐다고 보고 또 전 국민에게 생중계된 이 명품 가방 수령에 대해서 누가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채 상병 사건 같은 경우에도 지금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로, 좀 뒤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 인식이 드는데 채 해병의 억울한 죽음이 결코 후순위로 다뤄지면 안 된다는 공감대와 원칙이 섰던 거죠.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이제는 전향적으로 거부권 행사하지 마시고 정말 떳떳하다면 특히나 자기 가족이 받는 어떤 혐의에 대해서 공권력을 동원해서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정말 깨끗하다고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 한동훈 대표는 약속을 안 지키는 건지 아니면 못 지키는 걸까요?
▲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 |
ⓒ 이기인 제공 |
"저는 지난 국회에서 한 필리버스터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때 당시에 야당의 어떻게 보면 여당이 얘기하는 입법 강행을 막으려고 시전했던 필리버스터에서 어떤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왔었죠? 그냥 최장 시간 서 있어서 신기록이었다고 하는 사실상 망부석 콘테스트라고 표현하거든요. 필리버스터라는 것이 망부석 콘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왜 법안에 반대하는지, 반대한다면 본인들이 가진 대안은 무엇인지 하는 방법론들이 이 입법 저지 연설에서 나와야 하는데 지금 사실 국민의힘은 그런 역량을 가진 의원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력난에 더해서 필리버스터 안 하겠다는 결정이 있었다고 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차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거니까 안 하는,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부가 가져야 할 의무와 책임을 완전하게 방기하는 정치적 게으름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리버스터를 안 하는 결정으로 중지가 모이지 않았을까 진단하게 됩니다."
-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권고를 하자 지난주부터 김 여사가 공개 행보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당연히 영부인은 공개 행보를 할 수 있습니다. 쪽방촌에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또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일들, 그리고 정말 어려운 곳 낮은 곳에 가서 조명을 비추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지금 이 정부에 화가 난 국민들 유권자들은 공개 행보를 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명품 가방을 받아도 사과 한마디 없었던 그 뻔뻔함, 적어도 국가적 혼란을 만든 장본인이 가장 먼저 국민 앞에 나서서 정확히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약속을 할 것인지 하는 예의를 먼저 보이고 행보 하라고 요구하는 거라고 봅니다. 결국 질서를 지키라는 거예요. 그런데 자꾸 여당에서는 '그럼 영부인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라는 거냐. 영부인은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냐'라고 유치한 반박으로 나오고 있는 것 아닙니까? 국민 마음을 읽지 못하는 딴소리만 늘어놓고 있는 거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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