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루 청소 시켰는데"…학부모 18명에 무릎 꿇은 유치원 교사

채혜선 2024. 9. 25. 19: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 가루. 연합뉴스

김 가루가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어 아이들에게 이를 닦게 했던 인천 사립 유치원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몰린 뒤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교육 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25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는 “유치원 원장·원감의 갑질과 괴롭힘으로 쓰러져 가는 교사를 구제해달라”는 제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왔다.

유치원 A 교사의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회초년생인 딸이 유치원 원장과 원감에게 협박당하고 억울하게 학부모들 앞에서 무릎을 꿇은 뒤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지난 6일 인천 모 사립 유치원에서 A 교사가 점심 뒤 바닥에 떨어진 김 가루를 아이들에게 물티슈로 자율적으로 청소하게 한 과정이 ‘대변을 치우게 했다’는 내용으로 아이와 학부모에게 와전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 이미지.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픽사베이

청원인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7시쯤 6세 여아를 키운다는 한 학부모는 “자녀로부터 유치원에서 대변을 치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치원을 찾아 CCTV 확인을 요청했다. 청원인은 “A 교사는 유아의 기본 생활 습관과 발달과정을 위해 식사 후 정리 시간을 가졌고, 용변을 치우게 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원장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무조건 죄송하다고 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CCTV 영상에는 아이들이 김 가루를 청소하는 장면이 담겼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한 원생이 바지에 실수해 냄새가 교실에 퍼졌을 뿐 교실이나 복도와 같은 학습공간 등엔 용변이 묻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인은 “원장과 원감은 A 교사의 말을 무시한 채 ‘경찰 조사가 오면 절대 안 된다’ ‘학부모가 아동학대라면 아동학대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고 이야기했다”라며 “학부모가 조폭(조직폭력배)같이 생겼다며 공포심을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교사는 결국 아무 상황 설명도 하지 못한 채 죄 없이 학부모 16~18명 앞에서 무릎을 꿇었고, 원장은 이들 앞에서 교사가 해임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부당해고를 했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원장과 원감은 압박과 협박으로 교사가 겁먹은 상태를 이용해 아무 말도 못 하게 했고,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게 하며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A 교사는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대인기피증 등을 겪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다. 충격으로 인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받고 있다.

청원이 올라온 지 사흘째인 25일 해당 청원에는 2212명이 동의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사안을 접수하고, 해당 유치원에 대한 감사 절차에 착수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처리 절차에 미흡한 점이 있는지 현장 점검을 나갔고 감사도 진행될 예정”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