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위기 막는다…첫 단추 ‘ASP’ 전개
박선혜 2024. 10. 30. 06:03
11월1일 ASP 시범사업 실시…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 참여
사업 실행 중인 미국·영국·호주 등 내성률 감소 확인
윤영경 교수 “전문인력 양성 등 내성 관리 컨센서스 변화 기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시범사업’을 통해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는 오는 11월1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ASP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항생제 적정 사용을 관리하는 활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의료기관의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추진된다.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두고 항생제 내성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필수 인력을 충원하거나 ASP 활동 강화를 위해 전산시스템, 교육 등을 갖춰나가면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시범사업을 총괄하는 질병관리청은 14개월간에 걸쳐 평가를 시행해 성과에 따른 별도 보상을 지급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 발생 감소 △의료비용 절감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등의 여부를 검토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ASP 시범사업은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유도해 환자 예후를 증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비용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항생제 내성균 발현을 방지하는 종합적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은 중증 입원환자가 많고, 내성 발생이나 감염의 위험이 크다”라며 “내성 위험도가 높은 기관을 대상으로 ASP 체계를 우선 구축하고, 높은 항생제 처방률을 고려해 향후 병원급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50년 전 세계 1000만명 사망”…국내 경제 손실 25조원 예측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존·증식하는 특성을 말한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10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짐 오닐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오는 2050년 약 1000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경제적 타격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전 세계 손실은 약 100조 달러, 한화로 13경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RP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항생제 내성균에 따른 사망자 수는 중국이 393만2315명, 베트남 29만6581명, 필리핀 26만8744명, 일본 22만5215명, 한국은 13만4330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은 약 25조원으로 예측된다. 사망자 수는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경제적 피해는 중국(약 128조원) 다음으로 클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021년 기준 19.5DID(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사용량 단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상위 8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15.9DID와 비교하면 1.3배 정도 높다.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전문위원회 소속 윤영경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심각하지 않은 감염도 쓸 수 있는 경구약이 없어 불필요하게 입원해야 한다”며 “입원 후 병원 환경에 노출돼 2차적으로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최근 의료대란 등으로 감염 전문 의료진과 감염환자 격리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급여인 일부 항생제는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다. 효과적인 약물이 없어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질적 ASP 기반 마련 첫 발…“전문인력 양성·교육 인프라 기대”
국내 항상제 관리 대응책은 선진국에 비해 한 발 뒤쳐져 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의 국가는 10여년 전부터 항생제 내성 적정 관리를 위한 ASP를 실행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4년 ASP 활동을 위한 지침을 개발했고, 너싱홈(간호 서비스 제공 시설)이나 의원급 등 소규모 병원들의 참여를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추가로 발간했다. 영국은 보건의료서비스법에 ASP 수행을 포함시켜 모든 의료기관이 동참하도록 했으며, 호주는 2013년부터 ASP를 의료기관의 의무적 인증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항생제 내성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범부처 차원의 대응 방안인 ‘제1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수립했다. 5년간 이뤄진 1차 관리대책의 성과로는 감염예방관리료 신설, 의료기관 시설 기준 및 격리실 이용 수가 개선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목표 대비 결과가 아쉬웠다고 진단했다. 참여가 저조해 의료기관 내 전문 인력, 담당 부서 등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고, 국민 인식 홍보도 미진했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2025) 안에선 의료기관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ASP 사업에 필요한 인력, 인프라 등을 갖추도록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관리대책을 주도하는 질병청은 전문적이고 속도감 있게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 교수는 “이번 ASP 시범사업을 통해 가장 기본이 되는 적정 사용 관리에 대한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생제 적정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전문 인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기관 내 감염 관리 다학제팀 구성, 1차·요양병원으로의 시범사업 확대, 항생제 신약 도입,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 변화 등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번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컨센서스가 천천히 바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내용이 국민에게 잘 환류돼 제도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져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사업 실행 중인 미국·영국·호주 등 내성률 감소 확인
윤영경 교수 “전문인력 양성 등 내성 관리 컨센서스 변화 기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 문제가 선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시범사업’을 통해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는 오는 11월1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ASP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항생제 적정 사용을 관리하는 활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통해 의료기관의 주체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추진된다.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두고 항생제 내성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감염관리 필수 인력을 충원하거나 ASP 활동 강화를 위해 전산시스템, 교육 등을 갖춰나가면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시범사업을 총괄하는 질병관리청은 14개월간에 걸쳐 평가를 시행해 성과에 따른 별도 보상을 지급할 계획이다.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 발생 감소 △의료비용 절감 △의료 서비스 질 향상 등의 여부를 검토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ASP 시범사업은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유도해 환자 예후를 증진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비용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항생제 내성균 발현을 방지하는 종합적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은 중증 입원환자가 많고, 내성 발생이나 감염의 위험이 크다”라며 “내성 위험도가 높은 기관을 대상으로 ASP 체계를 우선 구축하고, 높은 항생제 처방률을 고려해 향후 병원급까지 단계적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50년 전 세계 1000만명 사망”…국내 경제 손실 25조원 예측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항생제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존·증식하는 특성을 말한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10대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지목했다. 영국의 경제학자 짐 오닐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오는 2050년 약 1000만명에 이르는 사람이 사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경제적 타격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전 세계 손실은 약 100조 달러, 한화로 13경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WRP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30년까지 항생제 내성균에 따른 사망자 수는 중국이 393만2315명, 베트남 29만6581명, 필리핀 26만8744명, 일본 22만5215명, 한국은 13만4330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지출하는 비용은 약 25조원으로 예측된다. 사망자 수는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경제적 피해는 중국(약 128조원) 다음으로 클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021년 기준 19.5DID(인구 1000명당 1일 항생제 사용량 단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국가 중 상위 8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15.9DID와 비교하면 1.3배 정도 높다.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전문위원회 소속 윤영경 교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면 심각하지 않은 감염도 쓸 수 있는 경구약이 없어 불필요하게 입원해야 한다”며 “입원 후 병원 환경에 노출돼 2차적으로 합병증이 생겨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최근 의료대란 등으로 감염 전문 의료진과 감염환자 격리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급여인 일부 항생제는 약값이 너무 비싸서 환자가 치료를 포기한다. 효과적인 약물이 없어 치료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질적 ASP 기반 마련 첫 발…“전문인력 양성·교육 인프라 기대”
국내 항상제 관리 대응책은 선진국에 비해 한 발 뒤쳐져 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의 국가는 10여년 전부터 항생제 내성 적정 관리를 위한 ASP를 실행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4년 ASP 활동을 위한 지침을 개발했고, 너싱홈(간호 서비스 제공 시설)이나 의원급 등 소규모 병원들의 참여를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추가로 발간했다. 영국은 보건의료서비스법에 ASP 수행을 포함시켜 모든 의료기관이 동참하도록 했으며, 호주는 2013년부터 ASP를 의료기관의 의무적 인증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들 국가는 항생제 내성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범부처 차원의 대응 방안인 ‘제1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수립했다. 5년간 이뤄진 1차 관리대책의 성과로는 감염예방관리료 신설, 의료기관 시설 기준 및 격리실 이용 수가 개선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목표 대비 결과가 아쉬웠다고 진단했다. 참여가 저조해 의료기관 내 전문 인력, 담당 부서 등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았고, 국민 인식 홍보도 미진했다는 평가다.
이에 이번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1~2025) 안에선 의료기관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ASP 사업에 필요한 인력, 인프라 등을 갖추도록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관리대책을 주도하는 질병청은 전문적이고 속도감 있게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윤 교수는 “이번 ASP 시범사업을 통해 가장 기본이 되는 적정 사용 관리에 대한 플랫폼과 하드웨어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생제 적정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전문 인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이들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의료기관 내 감염 관리 다학제팀 구성, 1차·요양병원으로의 시범사업 확대, 항생제 신약 도입,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 변화 등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번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컨센서스가 천천히 바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러한 내용이 국민에게 잘 환류돼 제도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어져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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