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 꿈꾸는 '21세 일본', 또 아시안컵 우승
[이준목 기자]
일본 축구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완벽한 경기력으로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새롭게 썼다.
오이와 고 감독이 이끄는 일본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월 2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AFC U-23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중국을 4-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2년 뒤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대비해 이번 대회에서는 다른 팀보다 평균 연령이 낮은 21세 이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조별리그 전승을 포함하여 결승전까지 5승 1무(8강전 승부차기 승), 16득점 1실점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탈아시아 수준의 전력을 증명했다.
일본의 경기력
일본은 조별리그 B조에서 시리아(5-0), 아랍에미리트(3-0), 카타르(2-0) 등 중동 3팀을 상대로 3연승, 10득점과 무실점을 기록했다. 8강에서는 복병 요르단을 만나 이번 대회 유일의 실점을 먼저 허용하며 고전했으나, 동점골에 이어 승부차기 끝에 역전승을 거두며 최대 위기를 넘겼다.
4강에서는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을 상대했다. 결과는 1골차(1-0)였지만 내용면에서는 일본이 압도한 경기였다. 일본은 전반에만 슈팅수 10-1로 경기를 주도했고, 최종 슈팅 숫자 12-8, 유효 슈팅 4-2로 앞선 끝에 전반 36분 고이즈미 가토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승 상대는 중국이었다. 안토니오 푸체(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4강전까지 득점은 4골에 그쳤으나, 리하오 골키퍼의 선방을 앞세워 실점은 단 한골도 내주지 않는 '짠물축구'로 결승까지 올라온 이변의 팀이었다. 더구나 일본과 중국은 최근 정치적 갈등으로 인하여 민감한 상황이었기에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중국을 무참하게 농락했다. 경기 시작 12분 만에 오제키 유토의 선제골로 중국의 무실점 행진을 깨뜨린 일본은, 20분 오구라 코세이의 중거리슛까지 터지며 전반에만 두 골차이로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도 일본은 중국 진영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점유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하며 사토 류노스케의 PK와 오구라의 멀티골을 추가했다. 중국은 평정심을 잃고 수비집중력 저하와 거친 파울을 남발하다 전의를 상실했다.
이로써 일본은 지난 2024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2014년 초대 대회 이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일본이 최초다. 또한 일본은 대회 통산 3회 우승(2016,2024)을 달성하며 최다 우승국 기록도 경신했다.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대한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각 1회씩 정상에 올랐으나 두 번 이상 정상에 오른 팀은 오직 일본뿐이다. 2022년부터 23세 이하 일본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오이와 고 감독도 2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일본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이미 전통적으로 우수했던 기술과 조직력 위에 피지컬과 파워까지 겸비한 모습을 증명했다. 토너먼트에서 만난 요르단, 한국, 중국은 모두 일본보다 출전 선수들의 연령대가 높고 피지컬에서 강점을 지닌 팀들이었다.
이중 요르단만이 튼튼한 '선수비 후역습' 축구로 잠시 일본을 고전시켰을 뿐, 한국과 중국은 오히려 일본의 전방압박에 고전하며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일본이 예전처럼 투박해도 거친 압박과 몸싸움으로 찍어 누르는 플레이에 취약하다는 선입견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일본축구는 장기적인 플랜과 활발한 투자로 인하여 꾸준히 대표팀의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 올림픽 역시 1996년 애틀랜타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2024년 파리 대회에서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하고 있다. 최고 성적은 2012년 런던대회와 2020년 자국 도쿄대회에서 기록한 4위로 아직 메달과는 인연이 없지만, LA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벌써 아시안컵 이후의 일정까지 기획해 놓고 있다. 일본축구협회는 지난 23일 오는 3월 A매치 기간을 활용하여 21세 이하 대표팀이 튀르키예에서 알바니아 U-21, 세르비아 U-21 대표팀과 각각 평가전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는 내년 6월 열리는 2027 유럽축구연맹(UEFA) U-21 챔피언십 공동 개최국이기도 하다. 유럽 원정경험을 통하여 수준 높은 유럽팀을 상대로 경험을 쌓으며 2년뒤 LA올림픽 본선을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다. 오이와 감독은 " AFC U-23 아시안컵에서 얻은 경험과 더불어 피지컬과 파워가 강점인 유럽팀과 경쟁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레벨도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악몽으로 남았다. 이민성호는 아시안컵에서 일본에 이어 우즈벡(조별리그)과 베트남(3.4위전, 승부차기)에게도 패배하는 등, 4강진출에도 불구하고 심각하게 저조한 경기력으로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23세 이하 대표팀간 대결에서 승리한 것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2-1 승)이 마지막이다. 한국은 병역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에서는 유럽파와 와일드카드의 합류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지난 대회까지 3연패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이민성호의 경기력이라면, 9월로 다가온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민성 감독을 교체해야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 앞으로 선수 육성과 대표팀 운영시스템에 대하여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이번 대회만이 아니라 일본축구와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미 상향평준화된 아시아 중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더 이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대회를 통하여 확인했다. 한때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압도적인 우승과 성장은, 한국축구의 현실과 비교되며 준엄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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