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흔히 역사 도시로만 알려져 있지만, 봄이 오면 그 분위기는 전혀 달라진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고즈넉한 사찰과 산길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평화를 선사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곳은 화려한 관광지보다는 조금 더 조용하고, 찬찬히 걷기 좋은 경주의 봄 명소들이다.
걷는 걸 좋아하거나, 사진 찍는 걸 좋아하거나, 혹은 단순히 마음을 쉬고 싶은 여행자라면 특히 만족할 만한 봄 산책 코스다.
영지둘레길
동궁과 월지 인근에 조성된 ‘영지둘레길’은 봄이 되면 산책로 전체가 화사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왕벚꽃과 개나리가 어우러진 이 길은 유모차를 끌고도 걷기 좋은 평지로 조성돼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길 전체는 약 1km로 짧지만, 이 구간은 걷는 내내 고즈넉한 물소리와 함께 경주의 봄 풍경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아 SNS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코스다.
선덕여왕길
경주 남산 자락에 자리한 ‘선덕여왕길’은 봄이 오면 분홍빛 겹벚꽃으로 가득 찬 풍경으로 여행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4월 중순쯤이면 길 양옆을 감싸는 겹벚꽃이 활짝 피어나 마치 꽃터널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길은 선덕여왕릉에서 시작해 서출지까지 이어지는 2km 남짓한 트레킹 코스로, 완만한 경사와 잘 정돈된 산책로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불국사
경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불국사도 봄이 되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른 아침, 안개가 은은하게 낀 날의 불국사는 고요한 숲속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시간 속에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대웅전 앞뜰에 피는 겹벚꽃과 연분홍색 진달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봄날의 햇살 아래, 석가탑과 다보탑 사이를 걸으면 고즈넉한 산사의 기운 속에서 자연과 건축,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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